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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오너일가는 '단절된 섬'…릴레이 갑질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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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 오너일가는 '단절된 섬'…릴레이 갑질 초래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단절된 섬과 같다. H, S, D 등 재계서열 상위권에 들어 있는 다른 재벌가에서도 갑질이 발생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지만, 워낙 잘못이 명백하기도 하고 부자들의 부도덕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과 분노가 유독 컸던 점을 감안, 최대한 신속히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무리 철부지라도 한번 사고를 친 재벌 2,3세가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대한항공을 주력기업으로 거느린 한진그룹은 다른 재벌가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조양호 이명희 회장부부의 자녀들인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삼남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갑질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룹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그들의 갑질에 여론이 들끓었고 국민적 지탄이 가해졌지만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을만하면 릴레이로 갑질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결과로만 놓고 보면 그들은 오빠나 언니가 저지른 갑질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눈치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언니인 조현아(칼호텔네트워크 사장)씨의 땅콩회항을 바라보면서 '나중에 복수하겠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고 하니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차원에서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어쩌다 실수 또는 욱하는 성질 때문에 저지른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다분히 상습적이고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나봐야 사실관계가 보다 분명해지겠지만 증인이나 물증이 있는 물뿌리기와 대한항공 임원을 상대로 한 욕설파일, J광고사와 관련된 갑질의혹 등에서는 갑질이 인격 속에 내재화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조씨 업무 현장에서 하는 행동들이 다분히 고압적이고 지나치게 권위적이었다는 증언도 많다.

     

    ◇ 대한항공 직원들 갑질 봐도 못본척 못들은척

    가까이서 지켜본 대한항공 내부자들은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폭로할 용기는 누구도 못낸다. 그랬다가는 곧바로 보복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최악의 경우 밥줄이 끊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인 임직원들은 그저 '봐도 못본척 들어도 못들은척' 지나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도 없는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번 폭로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대한항공 김성기 운항노조위원장은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갑질이 반복되는 데 대해 "공보실과 법무실 등을 중심으로 짜여진 위기대응시스템이 작동이 안돼요 이유는 오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너에 대한 눈치보기가 많은 거죠, 말을 못하는 거죠 밑에서 이렇게 가야 맞다고 했을 때 오너가 '안돼 내 딸은 버릴 수 없어'라고 한다면 '그래도 회장님 이렇게 가야 합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다른 노조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경영능력이나 업무인지도 면에서 직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조 회장의 제가(齊家)능력을 다음 한마디로 요약해 말했다. "자식 문제가 결부되면 아무리 멋있는 남자라도 집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돈이 권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 관계가 달라지겠어요" 위원장을 마치면 조직 속으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라 그도 증언에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집안에서 비롯된 원인이 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자식들의 갑질사고가 잇따르면서 조 회장 부인도 사내외의 입길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의 대화마당 '블라인드'에는 총수일가의 폭언, 운전기사,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갑질 등의 내용이 '대한항공 직원' 명의로 올라왔다고 대한항공 노조관계자가 밝혔다. 사실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 대한항공 모 직원 "이 여사 남성적이라고 들어"

    하지만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회장 부인이 강한 기질의 소유자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왔다. 대한항공 직원인 A씨는 CBS 취재진이 "조 회장 부인이 성질이 대단하다는데?"라고 묻자 "관련부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얘기가 퍼지는 거다. 사택 주변인 평창동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얘기해줄거다"고 말했다.

    조현민 전무의 이웃부서 직원 B씨는 "사내 카더라 방송을 들어보면 이 여사가 남성적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삼남매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 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가정내 영향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의 주장처럼 사주일가와 관련된 현안대응에서 대한항공이나 그룹 공조직이 나설 틈은 하나도 없다. 대한항공의 홍보라인은 2명의 전무를 포함해 총 17명이나 되는 매머드급이지만 갑질이슈가 워낙 조심스러운 사안이라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갔다. 법무팀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16일 연예전문변호사 임 모씨를 조현민 전무의 변호사에 선임한 뒤 대외발언창구를 이쪽으로 일원화시킨 것에서도 사건처리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재벌기업의 속성상 사주가 절대권한을 갖는 만큼 공조직의 언로를 터줘야 최고경영진이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다. 대한항공 사주인 조씨일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고 그룹속의 '단절된 섬'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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