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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세월호 항적이 말하는 의혹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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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바다' 세월호 항적이 말하는 의혹 4가지

    [노컷 리뷰] AIS 원본 코드 분석 바탕으로 과학적 접근 시도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사진=엣나인 필름)

     

    영화 '그날, 바다'는 단순히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도 아닌 '세월호' 그 자체다. 과연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정부 발표대로 급변침에 의한 '단순 사고'인가?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날, 바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2014년 4월 16일 그 날, 세월호가 남긴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을 따라가며 정부가 발표한 이 기록 '사실'이 '진실'인지 분석한다. 그리고 세월호 침몰까지의 순간을 재구성한다.

    최종적으로 '그날, 바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AIS 소스코드 원문을 분석하면 정부가 발표한 AIS 기록은 조작됐으며 이에 따라 세월호의 사고 지점, 사고 시점, 사고 과정 더 나아가서는 사고 원인까지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날, 바다'가 핵심적으로 제기한 의혹들을 살펴봤다.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사진=엣나인 필름 제공)

     

    ◇ 8시 25분 경에서 50분 경으로…25분 늦어진 사고 시점

    세월호 선원들은 사고 직후 진행된 조사와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정확한 사고 시점에 대해 다른 증언을 한다.

    영화는 사고 시간을 8시 50분으로 확정하기 위해, 국정원이 8시 25~30분 사이라고 진술한 선원들을 압박했을 것이라 의혹을 제기한다.

    한 세월호 선원은 특조위 조사에서 자신이 배가 급변침하는 것을 느낀 시점이 8시 25분과 30분 사이였다고 증언했지만 기록에 따르면 이 선원은 경찰 조사에서는 8시 50분이 사고 시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가하면, 사고 시간을 8시 26분 경이라고 진술한 다른 선원이 아내에게 '국정원 조사가 남았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정상 항해를 하다가 좌회전하며 급변침했다는 조사 결과와 달리 선원들이나 생존자들이 느낀 사고 징후 시간은 이보다 훨씬 이르다. 한 생존자는 8시 직후에, 또 다른 선원은 7시 40분 경에 배가 기울기 시작함을 감지했다.

    ◇ 700m나 이동한 세월호 침몰 지점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는 세월호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화물선 두라에이스호 선장은 이날 세월호의 침몰을 처음 목격한 인물이다.

    세월호의 구조 요청을 받은 두라에이스호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정확한 좌표 지점을 다른 배들에게 알린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AIS 기록의 세월호 침몰 지점과 두라이에스호가 제시한 좌표는 700m나 차이가 난다. 영화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세월호의 침몰 지점이 두라이에스호의 좌표와 일치해 병풍도와 더 가깝게, 그리고 정부 발표대로 병풍도를 바라보고 표류한 것이 아니라 등지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사진=엣나인 필름)

     

    ◇ 좌회전하며 급좌침? 인천-진도까지 4차례 징후

    핵심은 결국 인천항부터 병풍도 앞까지 이르는 세월호의 항적이다. 김지영 감독은 정부가 내놓은 변환된 AIS 기록이 아닌 AIS 원본 코드 그대로를 해석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전문가의 조언을 얻은 것은 물론, 스스로 직접 코드 해석을 공부했다. 이 모든 작업은 3년 반에 걸쳐 이뤄졌다. 코드를 분석해 알아낸 문제적 순간들은 생존자들의 기억과 교차 검증을 실시했다.

    김지영 감독은 지난 11일 열린 '그날, 바다' 상영회에서 "AIS는 세월호 사고 원인의 핵심 증거다. 이걸 밑바닥까지 분석하지 않으면 진실과 거짓을 알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음모론으로 잘못 빠질 수 있어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봤다. 분석 결과, 여기에는 인천 출항부터 침몰 과정까지 세월호가 어떤 속도로 어디서 급회전했는지 이런 자세한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고 AIS를 중점적으로 분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분석 결과, 세월호는 제주도로 가는 도중 섬들 주변에서 총 4차례 급회전에 따른 특별메시지를 전송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이 당시 상황을 뒷받침한다.

    세월호가 변침하는 순간에도 이상 징후는 나타난다. 침몰 당시 좌측으로 먼저 배가 급격하게 기운 후, 우측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의 과학적 설명을 비롯해, 생존자들의 증언, 당시 배 선미 화물들의 쏠림 위치 등을 그 근거로 삼았다.

    영화는 결국 세월호가 항해 동안, 섬 주변에서 4번 좌측으로 기울었고, 침몰 직전 좌회전을 했지만 또 좌측으로 기울었다고 밝힌다.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사진=엣나인 필름)

     

    ◇ 녹슬어 사라진 좌현 앵커…결론은 앵커침몰설

    증거를 종합한 결과, 물리학자는 '외력'이 아니고서는 좌회전을 하는 배가 좌측으로 기울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세월호가 섬 주변에서 4번 좌측으로 기울었던 점, 병풍도 해저 지형도의 융기부와 세월호의 급회전 지점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 등으로 세월호가 좌측 앵커를 내리고 항해했을 가설을 제시한다.

    사고 당시 사진을 보면 새로 칠한 세월호 왼쪽 앵커는 오른쪽과 달리 훼손돼 칠이 벗겨져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인양을 하며 별다른 통보 없이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앵커를 잘라내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영화가 제시한 가설이 모두 맞다면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세월호는 왜 왼쪽 앵커를 내린 채 항해했는가. 단순 실수인가 아니면 고의인가.

    '앵커침몰설'은 가설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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