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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챔프전 선수들은 전쟁을 하는데 심판은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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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L 챔프전 선수들은 전쟁을 하는데 심판은 뭘 하나

    SK-DB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또' 판정 논란

    원주 DB 이상범 감독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경기를 두고 '전쟁'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포스트시즌은 치열한 정규리그 경쟁을 뚫고 올라온 강팀들이 우승을 향해 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매순간 치열한 경기가 펼쳐진다.

    장면 하나가 승패를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격렬해지고 더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벤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마지막 승부처를 향해 갈수록,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질수록 목소리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14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주 DB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명승부였다. SK는 전반에만 속공으로 16점을 올리는 등 압도적인 스피드로 홈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DB는 3쿼터 들어 디온테 버튼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워 반격을 펼쳤다.

    SK의 집중력이 더 좋았다. 김선형이 4쿼터 막판 점수차를 3점으로 벌리는 결정적인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DB는 실책과 슛 실패로 흔들렸다. SK 테리코 화이트는 종료 30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넣어 스코어를 81-76으로 만들었다. SK의 승리가 유력해졌다.

    그런데 종료 17초를 남기고 석연찮은 장면이 연출됐다.

    DB가 80-82로 추격했지만 반칙 작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SK가 여전히 유리했다.

    화이트가 공을 잡았고 김태홍이 반칙을 했다. 이때 이상범 감독은 트래블링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욕설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심판이 DB 벤치를 향해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테크니컬 경고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DB가 한 차례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은 상황이라 추가 경고만 받아도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된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DB의 항의가 정도를 지나쳤다고 판단했다면 심판은 재량껏 테크니컬 파울 혹은 경고를 줄 수 있다. 논란을 만든 것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한 심판이 테크니컬 파울을 의미하는 제스쳐를 취하자 다른 심판이 달려왔다. 둘은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러자 해당 심판은 갑자기 테크니컬 파울에 따른 자유투 없이 경기를 재개하겠다는 시그널을 보였다. 테크니컬 파울 선언을 취소하려고 한 것이다.

    코트를 바라보는 양팀과 팬들이 혼란에 빠졌다. 결국 심판진은 다시 모여 상의했고 DB 벤치를 향해 다시 테크니컬 파울을 주기로 했다.

    KBL 관계자는 "박범재 심판이 이미 DB에게 테크니컬 파울 경고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김도명 심판이 상황을 설명하고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시그널이 나온 상황이라 테크니컬 파울을 주게 됐다"고 밝혔다.

    SK가 이미 2점차로 앞서있었고 DB는 반칙 작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SK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고 DB에게는 실낱같은 역전의 희망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경기 막판 테크니컬 파울 선언으로 인해 승부의 긴장감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SK 화이트는 자유투 3개 중 2개를 넣었다. 이후 버튼이 반격의 3점슛을 성공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SK는 87-85로 승리했다.

    SK는 이길 자격이 있었다. 화이트와 메이스는 나란히 22점씩 올리며 제 몫을 했고 승부처에서 김선형의 활약이 눈부셨다. 무엇보다 버튼의 득점을 최소화시킨 드롭존 등 수비 전술도 효과를 봤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넷 댓글창에는 온통 판정 얘기 뿐이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 후 판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스코어는 졌어도 농구는 이겼다고 생각한다. 수고하셨다"고 경기를 마친 소감을 짧게 남겼다.

    다시 강조하지만 심판은 감독이나 코치, 선수의 판정 항의가 지나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테크니컬 파울을 줄 수 있다. 정규리그든 플레이오프든 무대는 관계없다.

    하지만 심판도 조금 더 상황에 몰입하고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승패에 따라 우승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었고 2점차 마지막 17초였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격앙되는 순간이다. 사소한 장면 하나에 흥분할 수밖에 없는 시간대다.

    최근 프로농구를 보면 뚜렷한 특징 하나가 있다. 심판은 선수단이 항상 '선비'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규리그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몸과 몸이 부딪히는 농구라는 종목은 그런 스포츠가 아니다. 하지만 집중력이 고조되고 더 쉽게 흥분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라 해도 심판은 선수단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용납하기 싫은듯 보인다.

    관중을 포함한 경기장 안 모든 사람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었다면 인정. 하지만 이날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된 장면은 애매해보였다.

    지난 정규리그 때도 다소 격앙된 선수나 감독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고 테크니컬 파울 혹은 퇴장을 선언해 승부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심판은 앞으로 벤치와 선수의 격앙된 분위기를 인지하고 보다 신중하게 판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물론, KBL도 4쿼터 막판 장면이 충분히 테크니컬 파울을 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항변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테크니컬 파울 선언을 취소하려고 했던 그 순간 변명의 여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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