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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코앞인데…노인을 위한 편의점은 없다?



생활경제

    초고령 사회 코앞인데…노인을 위한 편의점은 없다?

    늘어나는 노년층 외면하는 편의점업계…고령 사회 대비 필요 지적도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시니어 스태프가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아내의 부탁으로 라면과 음료수를 사러 나온 67살의 정모씨는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을 지나쳐 10분 거리의 마트에서 장을 봤다.

    편의점에서도 파는 물건이었지만 편의점은 좁은 매장 안에 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어 찾기가 힘든데다 가격도 더 비싸 잘 가지 않는다.

    정씨는 "퇴직 후 담배를 끊은 이후로는 편의점에 갈 일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데다 밥도 직접 해먹다보니 근처 마트에서 아내와 먹을 식재료를 그때그때 사다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게장 도시락부터 삼겹살까지 '24시간 만물상'이 된 편의점이 제품 영역을 나날이 확장하고 있지만, 특정 소비자들에게는 '경계'가 명확하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편의점에서 6,70대 노인 소비자를 찾기는 힘들다. 노인층은 편리성보다는 가격에 예민한데다 주류나 담배 이외에 신선식품이나 음식을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 후 서울 종로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63)씨도 정작 편의점에서 물건은 잘 사지 않는다.

    김씨는 "나부터도 편의점에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며 "가끔 매장에 오는 노인 손님들도 술이나 바나나 우유같은 음료수 외에 다른 제품은 잘 사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빨리 접한 일본 편의점의 경우 '노인 편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노년층에 특화된 제품과 매장을 운영중이다.

    일본 편의점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은 노년층 고객이 늘어나면서 노인 손님 응대를 위해 50대 이상 점원 수를 크게 늘렸다.

    편의점 로손은 간병상담인이 상주하는 로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찾는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약품 상담도 진행한다.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편의점도 운영하고 있다. 300여종의 제품이 담겨 있는 이동식 편의점 트럭으로 노인 요양원 등을 직접 방문해 제품을 판매한다. 로손은 2020년까지 이동식 편의점을 1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뿐 아니라 매장도 노인 친화적으로 운영된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통로를 넓히고 상품 진열장 선반을 노인들이 손이 닿기 쉽게 재배치했다. 기름진 반찬이 없는 노인 전용 도시락을 판매하고 식사를 직접 배송해주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하고 생활 반경이 좁은 쇼핑 약자를 배려하는 취지이지만,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들에게 편의점은 여전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15일 편의점 CU의 연령대별 편의점 고객 비율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이용 고객 중 20~30대가 6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0대는 19.2%로 뒤를 이었고 50대는 8.0%를 기록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2.6%로 10대( 4.4%)보다 낮아 가장 적은 이용률을 보였다. 특히 60대 이상 소비자는 2014년 2.7%,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6%로 5년 넘게 가장 낮은 수를 기록했다.

    통계에서도 나타나듯이 편의점업계에서 노인은 매출 하락과 매장 운영 실패의 불문율로 통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한 노인 요양병원 옆에 편의점 업체가 두 곳 출점했지만 매출 하락으로 얼마 못 가 문을 닫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 할머니가 들어오셨는데 물건값이 비싸다고 화를 냈다"며 "편의점의 특성을 설명해드려도 이해를 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편의점업계도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회공헌 측면에만 머물러있다.

    이마트24의 경우 점주와 직원 모두 노년층으로 구성하는 시니어편의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CU와 GS도 시니어스태프를 고용하고 있지만 노인을 위한 제품 구성이나 매장 확대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노인과 편의점은 별개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편의점은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소비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성과 편리성이 높은 편의점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퇴직 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박모(64)씨는 "집 앞에 편의점이 있는데 이틀에 한 번 도시락이나 반찬을 사서 먹는다"며 "혼자 밥 해먹기가 힘들어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살펴보면, 노년층은 시간을 투자해 좋은 물건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구매한다고 응답한 노인이 70.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준행 부장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 수준 부정적"이라며 "일본은 고령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만들었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불모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 사회와 관련해 일본이 우리보다 2,30년은 앞서가지만 과정에 도달하는 속도는 우리나라가 훨씬 빠르다"며 "관련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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