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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표 '소통 예능'은 왜 꾸준히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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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영석표 '소통 예능'은 왜 꾸준히 먹힐까?

    문화평론가 김성수 심층분석…"관찰 예능, 나영석 전과 후로 나뉜다"

    나영석 PD(사진=tvN 제공)

     

    이른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다. 출연진 일거수 일투족을 담아내는 그 방식의 영향으로 예능이 다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 정점에는 '예능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우는 나영석 PD가 있다.

    나 PD의 예능관을 분석하기 전에 그의 전매 특허인 관찰 예능이 성행하게 된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는 12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 진단 키워드로 '기술의 진보'를 꼽았다.

    "관찰 카메라, 그러니까 출연자에게 밀착해 숨겨진 구석구석을 모두 찍을 수 있는 도구들이 나왔다. 이로써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상황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적 진보에는 방대한 양의 촬영본을 효율적으로 편집하는 기술도 포함된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어내 재미를 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그렇게 "진짜 재미있는 상황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반전, 시청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관찰 예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김성수의 분석이다.

    그는 "시청자들은 관찰 예능으로 출연진의 더 깊은 속살을 보고 싶어 한다. 여기에는 관음증에서 오는 쾌락도 작용한다"며 "방송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것들을 보고 싶어 기를 쓰고 스타를 쫓는 소위 '사생팬' 욕망을 지금 예능 프로그램이 대신해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으로 연출된 상황과 리얼한 반응을 적절하게 섞은 결과물을 예능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한 결과물이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음성은 관찰자가 확실하게 숨겨져 있지만, 관찰 예능의 경우 관찰 영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키는 경향이 만들어졌다. MBC '나 혼자 산다', SBS '미운 우리 새끼'가 그렇다."

    김성수는 "나영석 PD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금 다른 것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참 희안하게 성공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한국식 힐링 프로그램을 나 PD가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 알아서 느낀 만큼 가져가도록 만드는 나영석 예능의 방식

     

    KBS 2TV '1박 2일'로 이름을 알린 나 PD는, 이후 트렌드를 선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이어 선보이며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김성수는 "나 PD가 관찰 예능을 쭉 해 오는 것을 보면 정말 잘하는 게 있다"며 "관찰을 시도하는 그 주체들의 반응보다, 그 주체가 다른 객체들과 관계 맺을 때 객체들의 모습을 잘 담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tvN '윤식당'을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늘 반복되는 조리·서빙 패턴이 이어지지만, 그 안에서 늘 새로운 손님들이 관객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그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반응을 나타내고,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꼼꼼하게 담아낸다. 실제로 주인공들에게 카메라가 가는 것은 전체 분량의 반이 안 된다."

    그는 "이렇듯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나 개 등 동물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소통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을 나 PD가 굉장히 잘한다. 이 지점에서 관음증적인 쾌락 이상의 것을 선사하는 측면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숨어서 누군가를 지켜볼 때에는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이다. 그 소통에 대해 나 PD는 시청자를 대신할 사람을 앉혀두고 간접경험하도록 돕는다. 시청자들은 많은 손님들 가운데 한 명을 자신과 동일시 하면서, 스타들과 개별적인 관객를 맺는 듯한 느낌을 얻는 것이다."

    이 작은 차이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 측면에서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김성수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힐링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는 이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전까지 행해 왔던 관찰 예능은 시청자들이 철저하게 카메라 뒤에 숨어서 지켜보도록 했다. 여기서 진일보한 것이 '나 혼자 산다' 등인데, 출연진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깔깔 웃으며 뒷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관음적인 폐쇄성이 죄책감을 덜어내고 소통 창구로 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 PD는 굳이 패널 토크로 인위적인 소통 공간을 만들어내는 대신, (시청자들이) 각자 알아서 나름대로 느낀 만큼의 소통을 가져가게끔 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 외면하던 것들과 눈맞춤…소통에 목마른 현대인을 다독이다

     

    최근 선보인 새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은 나 PD의 이러한 소통 방식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다가온다. 이러한 점에서 "관찰 예능의 변화는 나영석 전과 후로 나뉜다"는 것이 김성수의 평가다.

    "나 PD가 시도한 이후 눈썰미 지닌 사람들이 알아차린 부분이 있다. 파편화 된 사회에서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사람들이 지닌 소통에 대한 욕구다. 실제로는 혼자 라면을 먹더라도, 1인 미디어에서 탕수육 먹방을 보며 만족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나 PD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소통을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가라는 반증이다."

    최근 13년 만에 막을 내린 MBC '무한도전'이 말해 주듯이, 캐릭터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뭔가를 만들어내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성수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정해진 캐릭터들이 정해진 미션을 해결하면서 반응을 끄집어내는 예능은 이미 갈 데까지 가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나 PD가 꾸준히 추구하고 성공해 온 것들이 있다. 뭔가 연출된 굴레 안에 캐릭터들이 들어가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을 찍는 것이다. 그 사람이 뭔가 액션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리액션을 소중하게 담는 방식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상관 없다."

    결국 "그러한 반응들이 캐릭터와 함께 교감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회마다 담아내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가 그 자리에서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무심하게 담아내는 것이다. 이야기로 엮으면 단순하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리액션으로 소통이 일어나기 때문에 중독성이 강한 것이다. 그 재미가 결국 시청자들에게 휴식을 주고 힐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는 나 PD 예능의 수명이 길어지도록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

    김성수는 "나 PD가 만드는 관찰 예능은 외국에도 별로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라며 "결국 나영석 예능의 화두는 소통, 그리고 그 소통으로 얻어지는 힐링"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나 PD가 추구하는 예능은 일상의 아주 소소하고 작은 소통들에 집중된다. 평소에는 현대적 삶의 속도 탓에 무시하거나 외면했던 모든 것들과 눈을 맞추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나영석표 예능은 결국 우리에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만드는 촉매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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