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사진=대한항공 제공)
한진그룹이 사주일가 리스크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딸들의 갑질 때문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도 사주의 딸이라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오너일가 리스크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12일 대한항공과 광고대행사 업계 등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35)가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사 업무를 맡고 있는 HS에드 광고팀장에게 고함을 지르고 물을 뿌려 갑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조 전무는 지난달 이 광고대행사와 가진 광고회의에서 '대한항공의 영국편 광고 캠페인'과 관련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는 이유로 거세게 고함을 지르며 혼을 내고 얼굴에 물을 뿌린뒤 회의장에서 내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대한항공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중 언성이 높아졌고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은 사실이나, 직원 얼굴을 향해 뿌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조 전무는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일일이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사과했다"면서 "광고대행사 사장이 사과 전화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HS에드는 자사의 광고팀장이 갑질을 당하고도 대한항공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건 당일 있은 일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역정을 낸 것은 광고업체에 영국 광고를 위해 여러 곳을 찍어오라고 주문했지만 찍어온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그룹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조현아 사장에 이어 동생까지 갑질 논란에 휘말리자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저희도 힘들다"며 한숨을 쉬는 등 사주일가에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을 맡고 있던 2014년 12월 미국에서 이륙중인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다가 기내서비스를 문제삼아 행패를 부리고 비행기를 되돌려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재판까지 받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외 항공산업 상황만 해도 그룹이 어려운 처지에, 사주일가의 자매들이 돌아가며 갑질논란을 불러 일으켜 그룹이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시중에서는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켰길래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갑질논란이 확산되자 조현민 전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거듭 사과했다. 그는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며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됐는데 제가 제 감정을 관리못한 큰 잘못입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