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박호산(왼쪽부터), 이지은(아이유), 이선균, 송새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tvN 제공)
우여곡절 끝에 순항을 기원하는 제작발표회까지 취소했던 tvN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오달수 하차 등으로 방영 전부터 논란에 휘말렸던 이 드라마가 기자들과 만나 해명에 나섰다.
'나의 아저씨' 측은 11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배우 이선균·박호산·송새벽·이지은(아이유)과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남성 중심 서사로 문제시 돼 온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를 연상시킨다는 면에서 방영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기자감담회에 함께한 김원석 PD는 이와 관련해 "제목에 대한 오해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도 "체감상으로 왜 '나의 아저씨'라고 했는지 알겠다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아저씨'는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굉장히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아 가는 이야기"라며 "그 감정이 좋아 이 작품을 연출했는데, 시청자들에게도 이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오달수를 대신해 맏형 상훈 역으로 급하게 합류한 배우 박호산도 드라마에 임하는 자세를 전했다.
그는 "바람직한 케이스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좋은 팀이어서 선택했고 대본 역시 훌륭했다. '숟가락 하나 얹을 수 있다면 행운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방영 뒤에도 여성에 대한 폭행 장면을 비롯해 불륜, 도청 등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시청자들로부터 받아 왔다.
11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김원석(왼쪽부터) PD, 배우 이선균·이지은·박호산·송새벽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tvN 제공)
이에 대해 주인공 지안 역을 맡은 이지은은 "도청을 하고 폭력에 휘말리는 극중 지안이처럼 느끼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지안이가 왜 이렇게 행동해야 했는지에 집중했다. 도청과 폭력을 조장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해서는 안 될 비윤리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안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동훈을 연기하는 이선균은 "(이 드라마는) '사랑'이 아닌 '사람' 이야기를 그린다"며 "각자 인물이 겪는 삶의 무게를 표현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몰입하고 있다. 동훈을 연기하며 스스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의 아저씨'로 드라마 신고식을 치른 송새벽은 "(드라마는) 안 해 봐서 따라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는데 감독님 팬이라 도전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도중 극중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김원석 PD는 "(폭력·불륜·도청 등을) 조장하거나 미화하기 위해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며 "그러한 장치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지, 우리가 전하려는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