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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 "컵밥 먹는 공시생 울리는 한국사 시험, 나도 울컥"



사회 일반

    최태성 "컵밥 먹는 공시생 울리는 한국사 시험, 나도 울컥"

    - '강사 욕설' 화제된 한국사 시험
    - 연도 달달 외워야…강사도 못풀어
    - 찍기시험 전락한 공시, 공정성 문제
    - 수험생 배려하는 문제 출제 고민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태성 (한국사 강사)

    어제 인터넷에서는 내내 화제가 됐던 동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사의 스타강사인 전한길 강사가 얼마 전에 치러진 서울시 공무원 7급 한국사 문제를 풀이하는 영상이었는데요. 문제풀이를 하는 도중에 마이크가 터져라 소리를 지릅니다. '이따위로 문제를 출제해서는 안 된다. 변별력이 없다.' 욕설까지 써가면서 분노를 했습니다. 여기에 역시 유명한 스타 강사죠. 최태성 강사까지 가세하면서 어제 하루 종일 논란이 뜨거웠는데요. 대체 공무원 시험의 한국사 문제가 어떤 식이었길래 지금 이렇게 공시생들이 술렁술렁하는 건지 한국사의 스타강사 최태성 씨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태성 선생님, 안녕하세요?

    ◆ 최태성> 안녕하세요, 최태성입니다.

    ◇ 김현정> 아니, 이런 일로 연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최태성> 저도 좀 당황스럽네요.

    ◇ 김현정> 역사 과목 강의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최태성> 제가 97년부터 했으니까 지금은 한 22년 차가 되가네요.

    ◇ 김현정> 22년 차. 선생님은 공무원 시험 강의를 하시는 건 아니고 수능 준비생들 대상으로 하시는 거죠?

    ◆ 최태성> 그렇죠. 저는 수능 대상으로 저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 공무원 시험의 한국사 문제를 보시고는 어떤 생각을 하신 겁니까?

    ◆ 최태성> 어느 강사님께서 (문제를 보고) 욕을 하셨다길래 도대체 뭔가 하고 봤어요. 봤는데 한국사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문제를 한번 풀어봤더니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문제가.

    ◇ 김현정> 일단 황당했던 그 문제가 뭔지부터 한 번 청취자들께 소개를 해 드릴까요?

    ◆ 최태성> 그럴까요. 청취자분들 문제 풀어보시죠.

    ◇ 김현정> 그러죠.

     

    ◆ 최태성> 7급 공무원 한국사 문제입니다. 고려 후기 역사서를 시간 순으로 옳게 배열한 것은?

    ㄱ. 민지의 <본조편년강목> ㄴ. 이제현의 <사략>
    ㄷ. 원부, 허공의 <고금록> ㄹ. 이승휴의 <제왕운기>

    ◇ 김현정> 일단 저는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 최태성> 생소하시죠? (웃음) 그게 뭐 일반적인 모습일 것 같고요. 이제현의 <사략> 같은 경우에는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뒤쪽에 나온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승휴의 <제왕운기>와 이제현의 <사략>을 통해서 배치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고금록하고 제왕운기가 뭐가 먼저냐를 골라야 되는데 이 고금록이 편찬된 시기는 1284년이고요. 제왕운기가 편찬된 시기는 1287년이에요.

    ◇ 김현정> 3년 차이?

    ◆ 최태성> 딱 3년 차이밖에 안 나요. 그럼 이거는 뭐냐 하면 그 책이 발행한 연도를 외워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문제가 돼버리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최태성> 이거는 너무 과하다는 것이죠. 역사 공부하는 데 있어서 연도까지 달달달달 외워야 되는 것은 무리가 있거든요.

    ◇ 김현정> 그것도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의 연도도 아니고 책들이 발간된 연도를 정확하게 외워라, 3년 차이까지 외워라, 지금 이런 거잖아요.

    ◆ 최태성> 그렇죠. 여기서 이제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게다가 고금록하고 제왕운기가 왕이 좀 다르면 이해할 만한데 왕도 똑같아요. (웃음)

    ◇ 김현정> 충렬왕 때 만들어진 거죠?

    ◆ 최태성> 맞습니다. 충렬왕 때 다 된 거라서요. 아, 이건 너무 가혹한 그런 문제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선생님, 그러면 저는 당연히 절대 못 맞출 문제인데 역사 선생님들한테 이 문제 내도 헷갈리십니까?

    ◆ 최태성> 아휴, 이거 역사 선생님들도 맞추시기 쉽지 않아요. 어려운 문제죠, 역사 선생님들한테도 이 문제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어려운 문제냐, 쉽냐 이 차원을 넘어서 문제로서의 변별력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가 중요한 건데요?

    ◆ 최태성> 그렇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문제 성립이 안 되는 문제다. 답은 있으니까 문제 성립은 되겠지만 이런 문제가 공무원 시험에 나와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 김현정> 변별력이 제로라고 보시는 겁니까?

    ◆ 최태성> 제로입니다. 이건 아마 답지를 이렇게 보면 굉장히 고르게 답지가 분포가 돼 있을 거예요. 1번에도 (정답률) 25%, 2번에도 25%, 3번에도 25%, 4번에도 25%. 이거는 뭐냐 하면 찍었다는 거예요.

     

    ◇ 김현정> 찍었다는 얘기?

    ◆ 최태성> 그렇죠.

    ◇ 김현정> 그러니까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이나 적게 한 학생이나 결국은 다 찍을 수밖에 없는 하는 문제는 이거는 좋은 문제가 아니다?

    ◆ 최태성> 가장 큰 문제가 거기서 나오는 것이죠. 왜냐하면 공부를 1년간 열심히 한 친구와 공부를 1개월 열심히 한 친구가 찍어서 결과를 본다는 건 이건 공정성의 문제가 되는 거예요.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변별력 제로의 문제로써 굉장히 안 좋은 문제라는 것이죠.

    ◇ 김현정> '변별력 제로의 문제다.' 아니, 그럼 선생님 왜 이렇게까지 어렵게 내는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 최태성> 이해는 돼요. 왜냐하면 시험장에 정말 10만 명 이상 되는 엄청나게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잖아요. 제한된 문제를 가지고 그 친구들을 줄 세우기 위해서, 어쨌든 이거는 당락을 결정해야 되는 그런 시험이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변별을 해야 되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이에요.

    ◇ 김현정> 찍든 어쩌든 간에 어쨌든 점수로 차이를 벌려야 되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문제까지 가게 된다?

    ◆ 최태성> 출제위원 분들의 그 고충을 저는 정말 잘 이해는 하겠지만 그래도 방금 말씀하신 대로 어처구니 없는 그런 문제가 돼버린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 최태성> 이 문제 보고는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트위터에 공무원 시험 보시고 오신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우는 모습이 글에서 보여요. 울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일요일에 시험 보고 와서 정말 울먹울먹하는 모습들인데 지금 이렇게 논란이 되니까. 나도 열심히 공부했지만 내가 실력이 없어서 틀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런 문제, 황당한 문제 때문에 내가 1년간 준비한 게 그냥 허무하게 무너졌구나라는 그런 허탈감? 이런 것들이 좀 더 강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어떤 분은 출제자의 갑질이다, 이렇게까지 표현을 하셨던데요. 그래요. 이런 식으로 문제가 한국사 문제가 계속 나오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 생깁니까?

    ◆ 최태성> 일단 이렇게 문제가 나와버리면 한국사 교육에 굉장히 왜곡이 생기는 거예요. 이렇게 문제가 나와버리면 우리는 외워야 되는 것이죠. 고금록은 1284년, 제왕운기는 1287년 연도를 다 외워야 되는 거예요. 사건도. 갑신정변은 1884년 이런 식으로 다 외워야 된다는 얘기죠. 그럼 이게 진짜 역사 공부냐는 얘기예요. 역사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암기된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그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거든요. 궁극적으로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그런 과목이 역사인데 그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실들을 암기하는 과목으로 상처만 주는 그런 지긋지긋한 과목으로 낙인찍혀 버린다는 것이죠.

    ◇ 김현정> 지긋지긋한 과목이 돼버린다? 거기서 마음에 확 와닿네요, 저는.

    최태성 한국사 강사 (사진=최태성 강사 홈페이지 캡처)

     

    ◆ 최태성> 그렇죠. 그렇게 돼버리면 이건 진짜 올바른 한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아니거든요. 그런 것들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사실은 우리가 영어 공부할 때 그런 얘기 많이 했잖아요. 정말 열심히 달달달달달 외우는데 외국 사람 만나면 한 마디도 못하는 우리 영어 교육 문제 있다, 이런 얘기하는데 마치 지금 한국사도 달달달달 숫자를 외우게 만드는 이 방법이 옳지 않다?

    ◆ 최태성> 네. 전혀 옳은 방법이 아니죠. 기본적으로 암기는 필요해요. 기본적인 암기 속에서 어떤 창조적인 발상이 나오는 것이지만 이렇게 연도를 외우는 방식의 암기는 역사학에서 정말 지양해야 될 방법들인데 그 지양해야 될 것들이 문제화 되었기 때문에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된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선생님 출제도 많이 하셨죠?

    ◆ 최태성> 네. 여기저기 출제 많이 들어갔었죠.

    ◇ 김현정> 그렇죠. 공무원 문제 시험 출제하시는 분들 또 앞으로 한국사 문제 출제하시는 분들께 한 말씀 조언을 하신다면?

    ◆ 최태성> 같은 동료 입장에서 조언은 좀 그렇고요. 그냥 학생들 입장에서 한번 얘기해 본다면 요즘 기회의 공정, 과정의 공정, 결과의 공정 이런 얘기 많이 하고 있잖아요.

    ◇ 김현정> 많이 하죠.

    ◆ 최태성> 그거 믿고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수십 만의 수험생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내가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풀 수 없는 문제 때문에 떨어진다는 얘기는 이 열심히 공부한 청춘들한테 허탈감과 좌절만을 줄 뿐이라는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 최태성> 더 이상 이 청춘들한테 그런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조금 더 고민되고 좀 더 배려 있는 그런 문제를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현정> 아, 어쩌면 이렇게 말씀을 잘하세요. 저는 공시생 아닌데도 울컥하네요, 그냥.

    ◆ 최태성> 너무 열심히들 청춘을 바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가슴이 찡한데 그 친구들이 가졌을 상처를 생각하니까 그냥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런 감정이 있었거든요.

    ◇ 김현정> 찍어서…내가 잘 못 찍었기 때문에 떨어졌다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이 부분을 시험 출제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새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태성 선생님, 주변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많이 좀 북돋워주시고요.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최태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사의 스타강사, 최태성 씨 연결해 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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