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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창] 열흘 넘어 붉은 꽃, 10년 더 가는 권력



법조

    [기자의창] 열흘 넘어 붉은 꽃, 10년 더 가는 권력

    박근혜 전 대통령.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던 지난 6일, 서초동 법원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시끄러웠습니다.

    3.1절보다 더 많이 보이는 태극기와 국정농단 특검팀 소속 검사 얼굴에 대못을 박아 놓은 설치물들, 찬양과 욕설의 공존까지 이해할 수 없는 현대예술을 보는 듯 괴이한 풍경이었습니다.

    반면 법원 내부를 비롯해 법조계 관계자, 매일 이 곳을 드나들며 취재하는 언론 분위기는 차분했습니다.

    공범들에 대한 앞선 선고 결과 등을 감안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중형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순실씨가 받은 징역 20년을 초과해 정확히 징역 몇 년일까 정도가 남은 궁금증이었습니다.

    되레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결과와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간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 지 였습니다.

    저 태극기부대의 영원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권불십년에 화무십일홍인 까닭에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권력자본은 대부분 소멸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이 부회장은 다릅니다. 특히나 삼성공화국이란 오명을 가진 나라에서, 그가 가진 자본권력은 보수정권의 대통령 두명이 줄줄이 수갑을 차는 동안에도 기세등등합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작업과 관련해 대가를 받고 뇌물을 취득한 공소사실이 인정될 지 여부는, 유한한 정치권력에 대비되는 자본권력의 힘을 따져볼 수 있는 지표였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재판부는 이 부회장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삼성 승계작업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이번 재판부가 말 세마리를 삼성 뇌물이라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고 얘기합니다.

    삼성 입장에선, 글쎄요. 이 부회장이 말 때문에 혹시나 실형 몇 년 살 수는 있겠습니다만, 오랜 시간 공들여왔던 승계작업은 보호했습니다.

    삼성제국을 수호해냈다는 말입니다. 팔 다리를 잃었지만 몸통을 지켰다고 할까요. '자본' 권력은 이렇게 십 년 이상 가고 그 꽃도 십일 넘게 붉디 붉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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