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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 "특집 잘 돼 칭찬받아도 다음주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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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PD "특집 잘 돼 칭찬받아도 다음주가 두려웠다"

    [현장] '무한도전' 시즌1 종영 기념 김태호 PD 기자간담회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 동안 MBC '무한도전'과 함께해 온 김태호 PD (사진=MBC 제공)

     

    "(제게) 내재돼 있는 인문학적 소재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흔히 '탈탈 털었다'고 하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턴 다음에 제습기에 넣어서 건조까지 끝난 상태인 것 같아요. 다시 채우고 싶어요."

    3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내일(31일)로 예정된 시즌1 종영을 기념해,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거취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회사와 얘기해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에 '기존 방송 화법으로 봤을 때 부적합한 멤버들'이 모여 '정해진 것 없이' 해 왔다면, 2008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리얼 버라이어티가 되면서 더 큰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김 PD에 따르면 그는 2008년부터 시즌제를 건의했고, 72일 파업을 마친 지난해 11월에도 사장과 예능본부장에게 '무한도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전했다. 김 PD는 "저보다는 '무한도전'을 주어로 두고 질문했던 것 같다. 제가 쉬어야지,보다 어떻게 해야 '무도'를 더 좋게 할 지로 시작했고, 그에 대한 답이 이렇게 결정(3/31 시즌1 종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좀 더 나아진 시스템 안에서 '무도'를 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후, 올해 봄 개편쯤 변화의 시간을 맞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때 김 PD가 현장을 떠난다면 자신도 같이 끝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유재석의 의견이 있었고, 김 PD뿐 아니라 현 멤버 모두 하차해 '시즌 종료'가 결정됐다는 설명이었다.

    김 PD는 "시즌제는 좋지만 종영이란 표현이 쓰이면서 결정이 났을 때 마음이 아팠다. 13년 동안 제가 잘했다는 느낌보다 부족함을 느끼는 시간이 많았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PD가 하면 얼마나 좋을까, 왜 이 안에서만 맴돌까, 달리 뻗어나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제가 (멤버들의) 정보를 너무 알고 있어서, 초반에 비해 좌충우돌하지 않고 보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는 게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저란 인물 때문에 ('무도') 스토리가 더 뻗어 나가지 못하나 하는 고민을 수년 전부터 해 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저희가 큰 문제가 있거나, 외적으로 갈등이 있어서 멈추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의 방송을 보여줄 수 있을까, 1등 예능도 좋지만 좀 더 한 회 한 회 스페셜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송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일을 마지막으로 일단은, 마지막 방송 인사드리게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PD는 13년 동안 많은 것을 '쏟아내야만 했던' 상황을 아쉬워했다. 사실상 예능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레전드'이자 하나의 '브랜드'로 남은 '무도'를 이끌어 왔으면서도 아쉬움을 더 자주 드러냈다. 무엇보다 매주 토요일 저녁 90~100분 분량의 방송을 끊임없이 '뽑아내야만 했던' 점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다음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질문 답변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무한도전' 시즌1 종영과 시즌2에 관해

    '무한도전' 초창기에는 몸개그가 자주 등장했다. (사진=엠피타이저 캡처)

     

    ▶ '종영'을 맞는 소감.

    "제일 처음에 '무도' 발령받았을 때 도움받았던 책이 '파리 대왕'이었다. 비행기가 불시착하면서 소년들이 그 섬에서 어떻게 살아나갈까 서로 갈등하는 인간 본능을 보며 '무도' 멤버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제게) 내재돼 있는 인문학적 소재, 스토리텔링에 대해 흔히 '탈탈 털었다'고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저는 턴 다음에 제습기에 넣어서 건조까지 끝난 상태인 것 같다. 다시 채우고 싶다. 저는 '무도' 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하려고 했던 게 돈과 명예보다는 '색깔'이었다. 최근 몇 년 갈등했던 것도 '무도' 색깔을 지켜가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 떨어지고 자괴감까지 느꼈다. '무도' 색깔이 결국 제 색깔이니, 그걸 회복하고 채우는 데 시간이 할애되지 않을까."

    ▶ 멤버들의 반응은.

    "아직도 저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보다 내가 그때 그 판단을 이렇게 했으면 '무도'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들이 많이 남는다. 저는 어제 종방연에서 안 울었다. 멤버들은 많이 눈물을 흘렸다. 당장 멤버들에게는 목요일('무도' 녹화 날)에 MBC 출근하는 게 하루 세끼 먹듯 버릇처럼 습관처럼 돼 있을 거다. 농담처럼 다음주 목요일에 MBC 주변에서 마주치지 말자는 얘기도 했다.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서히 받아들여야 되지 않을까."

    ▶ 시즌2 여부가 불투명한데.

    "'무도2'로 6개월 안에 돌아오겠다, 이런 게 정해져 있다면 멈출 이유가 없다. 확실하지가 않아서 쉬고 싶은 것이다. 생각나는 것들을 자유롭게 정리하고 싶다는 걸 회사에서 받아들여서 제게 큰 기회를 주신 거다. 큰 손해를 예상하며 제게 할애해주신 거라 그 값진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다. 회사와 팬들에게 약속드릴 수 있는 건, 대중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좀 색깔이 분명한 것들로 꼭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 시즌2에 대해 멤버들과 얘기를 나눈 게 있나.

    "멤버들도 저도 돌아올 수 있다면야 너무 좋겠다. 지금 '무도'란 이름 아래 관성으로 만들던 특집들이 있어서 멈췄다. (시청자에게) 보여드려야 할 총알이 많이 준비돼야 할 상황이니, 더더욱 멤버들과 고민을 많이 했다. 멤버들이 가진 예능에 관한 세계관도 조금씩 다르고. 준비가 안 된 채 돌아왔을 때 실망을 드릴 수 있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예능계의 레전드 '무한도전'의 13년

    ▶ 본인이 봤을 때 '무도'가 전하려고 한 메시지가 그동안 잘 전달됐던 것 같나.

    "'무모한 도전' 들어왔을 때 기획의도에 너무 모호한 표현이 많더라. 2005년 겨울부터 그다음 해 봄까지 캐릭터를 만들고 찾아갔던 것 같다. 2007~2008년도까지 큰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 평균 이하라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많이 사라졌다. 그때부터 저희의 도전은 '부족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도전'이 아니었다. 예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포맷은 뭘까, 생각은 하지만 실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을 '무도'에서 한번 해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예전엔 재밌었는데 요즘은 재미없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데 예전 걸 다시 보면 재미없는 것도 많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만 웃기자는 주의였다. 하나에 한 번씩만 웃기려다 두세 번 웃긴 적도 있었다. 2006~2009년까지는 한 해 한 해 빽빽하게 잘된 게 많더라. 캐릭터가 생성되며 케미도 생기고 큰 사랑을 받고, 30년 동안 준비해 왔던 저만의 스토리텔링도 있었고. 그런데 2010년 이후는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저희들의 고통이 잘 보이더라. 그래서 멈추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다."

    ▶ 다른 예능에 비해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뤄왔다.

    "사회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문제에 답을 내리기보다는 화두를 던지려고 했다. 대체에너지, 역사, 새로 바뀐 선거제도, 국민의원 특집처럼 저희가 받은 사랑에 대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간혹 계몽주의적으로 보여서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1년에 하나 정도씩은 우리가 우리의 임무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한도전'은 국민의 뜻을 반영한 법을 발의하는 '국민의원' 특집과 국내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곡을 만들어 보는 '역사 특집'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뤄왔다. (사진='무한도전' 캡처)

     

    ▶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싶다 친구야'로 한 이유는.

    "'보고 싶다 친구야'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참 좋았다. '앞으로 보고 싶을 거야'라는 것도 있지만, 저희가 틀에 갇혀서 보여주던 모습만 반복된 것도 같은데 '너한테 이런 모습이 보고 싶다'는 의미도 있다. 또, 열린 결말이 '무도'스럽지 않을까 했다."

    ▶ MBC라는 환경이 '무도'에 한계가 된 적은 없나.

    "회사에 SMR 콘텐츠에 대응하는 부서도 있다. '무도' 하다 보면 이건 토요일 저녁 방송을 통해 나가는 것보다 디지털로 3, 5, 10분짜리로 나가는 게 낫다 싶은 것도 있다. '예능연구소' 특집할 때는 미니언즈 캐릭터 4명을 발견했다. 악동 캐릭터 제작을 하기에 분명히 이건 MBC 플랫폼엔 어울리지 않는 거다. 하하, 양세형 씨는 개인방송에 잘 맞는 사람이지만 일주일에 '무도' 하면서 그것까지 같이하기엔 버거운 게 있었다. 아이템과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 '무한도전' 연출자 김태호

    ▶ '무도'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과 후회했던 기억을 한 가지씩만 꼽는다면.

    "뿌듯했던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아쉬운 건 상당히 많다. 너무 칭찬 많이 받고 끝난 특집들이 있다. '배달의 무도', '역사 특집', '가요제' 이런 게 호평받았을 땐 '이번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주가 두려웠다. 시스템적으로 보완됐으면 하는 이유가 이거다. '토토가'도 그렇고 큰 특집을 하면 제작진이 소진돼서 그다음 특집을 준비하는 게 힘들었다. 큰 특집 때 칭찬해주시는 글보다 저희 머릿속은 다음주를 어떻게 채울까 하는 거였다. '프로레슬링' 하고 나선 이대로 '무도'가 딱 끝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작년부터 준비했으나 스토리텔링 준비가 덜 돼서 못했던 특집들도 꽤 있는데 그것도 아쉽고, 우주를 못 올라가 보고 시즌 종영한 게 아쉽기도 하다."

    ▶ '무도'는 예능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냈는데,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2~3가지만 들어 달라.

    "끝나봐야 알 것 같다. 내일까지 (방송이) 남아 있어서. 지금 방송 시사 내용이 15분 이상 넘쳐서 어딜 잘라내야 할지 그 생각만 하고 있다."

    ▶ '무한도전'을 연출하며 PD로서 배운 게 있다면.

    "포털에 '김태호 PD 인터뷰' 이렇게 나가는 게 부끄럽더라. 이건 같이 온 거였다. 모던 타임스의 찰리 채플린처럼 넋 놓고 있다 보니 맨 앞에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모든 공은 스태프들이 가져가야 한다. 제 의견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작은 의견이 큰 특집이 되는 걸 체험해 오기도 했고. 100명 가까운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며 '혼자 할 수는 없다'는 걸 많이 배웠고."

    '무한도전' 멤버들. 왼쪽부터 정준하, 양세형, 유재석, 하하, 박명수, 정준하 (사진='무한도전' 인스타그램)

     

    ▶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유재석 씨가 없었다면 '무도'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게 될까, 하며 논의를 제일 많이 했던 상대가 유재석 씨였다. 해 보자, 하며 공감해줬던 분도 유재석 씨였다. 저도 걱정이지만 유재석 씨도 다음주 목요일부터 상당히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저희가 13년까지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지만 박명수 씨가 끝까지 할 거라는 생각도 전혀 못 했던 상황인데 (웃음) 박명수 씨도 본인의 색깔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같이 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아시다시피 기복이 심한 분이라 그걸 잘 활용해서 더 큰 웃음을 터뜨려야 하는데 저희도 일이 너무 많아서 놓고 있진 않았나 미안하기도 하다.

    정준하 씨는 마음이 섬세해서 작은 거에도 상당히 슬퍼하시고 눈물도 많은 캐릭터다. 저희가 매주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보니 일일이 챙기지 못하고 묻어두고 왔다. 형돈이도 마찬가지다. 종방연 때 인사하고 갔는데,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 더 일찍 챙겨야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하 씨는 역할 자체가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다. 공도 배급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항상 해 왔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제작진으로 고맙다. 홍철 씨는 2014년까지 아주 큰 공을 세우다 하차했지만 '무도'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세형 씨가 마음 아픈 멤버 중 한 명인데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저희가 필요해서 초대했던 인물이지만 드러내놓고 '우리 멤버입니다'라고 말 못 했던 게 미안했다. 지난 2년간 너무 든든하게 해 왔다.

    세호 씨는 2009년 '박 장군의 기습공격'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땐 두드러지게 잘했다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젊은 피가 들어오면 어떨까 해서 '동거동락 서바이벌'에도 불렀다. 이후에도 '쓸친소', '윷놀이' 특집하면서 저희와 인연을 끝없이 이어왔다. 작년에 노홍철 씨를 프로그램에 들어오게 하려고 고민하다 여름쯤 서로 힘든 걸 확인하고, 바로 세호 씨를 생각했다. 세호 씨는 10년 동안 '무도'에 들어오기 위한 마음으로 살았다고 하더라. 6개월 정도 짧은 한 시즌을 했지만, 본인은 칭찬만 받다 멈추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도 하더라."

    ▶ 시청자와 팬들에게 한마디.

    "항상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셔서 감사했다. 기대감에 못 미쳐서 늘 미안했다. 13년이란 인연이 정말 긴 인연인데, 멤버들이 각자 활동하는 것도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욕먹을 것을 알고도,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척 예고 만들었던 시간들이 제일 괴로웠다. 그래도 웃어넘겨 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도 너무 재밌는 특집들은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데, 재미없는 건 어떻게 추가촬영을 해서라도 보완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게 요즘 저희한테는 익숙한 일이 됐고, 시청자들도 묵인하시는 것 같아서 꼭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너무 성장을 많이 해서, 저희를 키우는 맛이 떨어졌을 것 같긴 한데, 내일(마지막 방송) 인사는 잘하고 싶다."

    □ 앞으로의 거취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MBC 제공)

     

    ▶ 향후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많다. 분명한 답을 듣고 싶다.

    "아까 여기(골든마우스홀) 와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제가 만약 tvN 가는데 여기서 인사를 드릴 수는 없지 않나. (좌중 웃음) 13년 동안 저녁에 아내랑, 가족들과 밥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집에서 저녁도 먹고 저희 아들 한글 공부도 시킬 생각이고 세계문학전집도 읽을 것이다. 쉬는 시간 중에 구글 세계지도 보면서 가 보고 싶은 곳을 찍어두곤 했는데, 거기도 가면서 이야기를 채워올 것 같다."

    ▶ 제작사를 차려주겠다는 제안, 카드회사에 간다는 얘기 등도 돌았다.

    "저도 '찌라시에 이런 게 나왔다더라, 근데 왜 너만 아니라고 해?' 이런 얘기 많이 들었다. JTBC로 PD들이 갈 때부터 너무 많이 들었다. 제작사 차려주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무도'에서 일하는 PD로서만 생각했다. 방송 끝나고 나서 공허함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듣거나 (제가) 답을 하거나 한 건 전혀 없다.

    타사에서 일하는 작가, PD, 스카우터들이 그 방송사의 자랑거리를 말하면 저는 우리 회사로 들여와서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지 소재로 삼았던 것 같다. '무도'를 사랑했던 것보다 (제 맘을 바뀌게 할) 더 큰 유혹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그런) 연락받은 게 없다. 제가 너무 콧대 높게 보였는지. (좌중 폭소) YG 간다고 하는 말도 있던데, 그럼 제가 빅뱅 자리를 해야 하나? (웃음) 거기서 제가 뭘 해야 되지 싶었다.

    현대카드 쪽은 제가 너무 부족함을 느껴서 간 거다. 한 프로그램으로 5년 이상 하다 보니 기존 프로그램처럼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더라. 뜻하지 않게 제가 리더가 된 만큼, 마케팅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다. 네이버, 카카오에서 디지털 미디어에서 일하는 분들도 만나고 72초 TV 대표님도 만나고. '무도'라는 틀 안에 있는 제가 바깥세상 콘텐츠와 소통하는 건 (관련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카드사로 간다는 얘기도 나올지 몰랐다. 가서 제가 뭘 해야 할까. (웃음)

    지금으로서는 저는 가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음주부터는 예능5부장 그만두고 평범한 PD로 돌아간다. 아내가 가사를 도울 수 있냐길래 '직장은 계속 나가야 된다, 출퇴근 다 해야 된다'고 했다. 쉰다는 표현 자체가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 마무리 인사.

    "저도 바랐던 시간이긴 한데 막상 오니까 이 시간에 대해서 뭘 할지는 막연하긴 하다. 작가님은 4년 동안 매주 매일 일을 하다 보니 놀 줄을 몰라서 다시 일을 해야겠단 얘기를 하시더라. 이 시간이 결국 저한테 다음을 위해서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보람되게 보낼 예정이다. 시청자들 기대감이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마 '무도'를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은 저보다 멤버들이 훨씬 더 클 거라는 생각을 한다. 시청자분들이 바라는 방향대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중언부언 너무 말을 길게 재미없게 해서 죄송하다. 간단하게 줄이면 앞으로도 MBC에서 인사드리겠다, 다른 데 안 간다, '무한도전2'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겠다, 유재석 씨와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다.

    유재석 씨는 콘텐츠에 대한 열정 자체가 워낙 높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가장 좋은 정답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기대고 의견을 듣는 분이 유재석 씨다. 유재석 씨에게 새로운 모습을 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유재석 씨의 예능 철학은, 본인의 임무가 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쉽게 타협하는 걸 본인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도전에 대해서 남들이 보기에 더뎌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본 예능인 중에서 가장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멤버들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정기적으로 목요일날 당분간 볼 것 같으니까. (웃음) 암튼, 그동안 감사했다. 제가 또 다음에 정말 좀 자신 있게 보여드릴 게 있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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