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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위기, 반짝 정책으론 달라지지 않습니다"



책/학술

    "책의 위기, 반짝 정책으론 달라지지 않습니다"

    2018 책의 해 첫 포럼 개최, 출판업계의 성토와 제안 쏟아져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책 생태계의 오늘을 말하다' 포럼이 열렸다. (사진=조은정 기자)

     

    올해는 25년 만에 맞은 '책의 해'이지만 출판업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국민 10명 중 4명이 한해 책 한 권 읽지 않아 독서율이 바닥을 쳤고, 정권이 바뀐 뒤에도 출판계 적폐청산은 더디기 때문이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첫 포럼에서는 출판계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문제들에 머리를 맞댔다. 책을 살리는 길은 출판업계뿐 아니라 도서관, 서점, 저자, 독자를 위한 총체적인 지원에 있다는 데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 "출판계 적폐 여전, 문체부 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으로 '책의 해' 홍보에 나서고 조직위를 출범시킨 가운데, 정부가 우선적으로 출판업계 시급한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원옥 선임연구원은 "출판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은 출판계 개혁 요구에 응답하는듯 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최근엔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출판진흥을 위한 법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저작권법 개정과 낙하산 기관장들 사퇴, 세종도서사업의 민간 이양 등을 주장했다.

    출판 예산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좋은 책을 쓰는 저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은 "한국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저자가 책을 써서 먹고 살기 힘들고 출판사도 계속 어렵다"며 "늘어난 문화예산은 영상, 게임, 관광, 체육 그리고 최순실에게 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독서 진흥을 위한 융복합 부서인 '독서출판국'(가칭)을 신설하고, 책과 관련된 방송프로그램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 "도서관 책 순환 안돼" , "노동시간 단축과 독서정책 연동해야"

    현장의 고충도 쏟아져나왔다. 중소 도서출판 '이채'의 한혜경 대표는 "세종도서사업의 경우 많게는 한 출판사에서만 지원이 40건이 넘는 경우도 있다"며 "세종도서사업을 민간에 이양한다면 출판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하고 권위있는 단체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서관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예산이 뒤따르지 못해서 도서관당 연평균 도서 구입비가 6천만 원에 못 미친다"며 "공공도서관 건물 확충과 함께 내실있는 장서 구입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명희 파주시중앙도서관장은 "공간이 부족해 책을 사면 그만큼 빼내야 하는데 담당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라며 "책을 순환하는 시스템을 더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책만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책이 있는 공간에서 연극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책 한 권 빌리는 식으로 도서관을 친숙하게 접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박소희 이사장은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를 독서 정책과 연결시키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고, 52시간 단축 근무하게 되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책"이라며 "쉴때 책 읽는 공간을 찾아가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스웨덴 노동자들의 오랜 교육기관인 아베프(ABF)를 사례로 들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시범적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을 꾸리는 것을 제안했다.

    이날 첫 포럼에서는 출판업계의 현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으며 관계자들은 출판업계 정책에 대해서 조직력을 가지고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책의해 조직위'는 매달 각기 다른 주제로 월별 포럼을 이어간다. 다음달 26일에는 '책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주제로 e북에 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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