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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주 '감싸기' 사과해"…김어준에게 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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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측 "정봉주 옹호 보도 아니었다…김어준 하차 논의는 시기상조"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MC를 맡은 김어준. (사진=자료사진)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한 가운데, 그 불똥이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로 튀었다. 정 전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편파성 보도에 대해 사과와 MC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SBS 측은 공정한 보도였다는 입장이다.

    정 전 의원은 27일 늦은 밤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언론사 기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며 줄곧 의혹을 부인해왔던 정 전 의원의 입장이 뒤집히게 된 것은 카드 내역이 결정적이었다.

    폭로자 A 씨는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 37분 이후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당일 오후 6시 43분에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의 카드 결제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고소를 취하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제 자신 스스로의 문제를 미처 보지 못했다. 누구를 탓할 생각도, 원망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저로 인해 마음 상하신 분들, 믿음을 갖고 지켜보았지만 실망하신 분들, 진심으로 죄송하다.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하겠다.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고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불똥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와 MC로 활약 중인 김어준에게 튀었다. 정 전 의원과 김어준의 친분은 남다르다. 두 사람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함께 활약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정 전 의원은 해당 호텔에 간 적이 없다며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그날의 행적을 촬영한 사진 780여 장을 단독 공개했었다.

    그러나 현재 정봉주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방문했던 것이 드러난 만큼, 그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집중 노출해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편파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오후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보면 일각에서는 김어준 하차론 및 폐지론까지 대두됐다.

    시청자 백모 씨는 "팟캐스트 수준 이하로 떨어진 지상파 방송의 권위가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중심을 잡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매체이길 원하며, 김어준의 하차는 물론 이 프로그램 폐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어준에 대한 이 같은 여론은 그가 언급한 '미투 공작설'과 무관하지 않다.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 보도 이전, 그는 온라인 팟캐스트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연대한 '미투' 운동에 '공작설'을 제기해 한 차례 지상파 MC 자질 논란에 휩싸였었다. 당시 어렵게 용기 내 발언한 피해자들에 '음모론'을 씌워 2차 가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시청자 장모 씨는 "적어도 사과를 할 줄 알아야 되는 거 아니냐. 본인 혼자 음모론 펼치다가 아님 말고 식이다. 이번 '미투' 운동도 공작이 있을 것이라고 되도 않는 예측을 하다 정봉주가 날아갈 거 같으니 어떻게든 끼워 맞추기를 한 식"이라며 "진보든 보수든 거짓말과 함께 비도덕, 범죄 행위에 가담하면 처벌 받거나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당연히 당사자는 사과를 해야 한다. 같은 편이라고 자기 식구 감싸다가 초가 삼간 다 태워먹는다"고 김어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시청자 이모 씨는 "('김어준 블랙하우스'는) 팩트 체크만 했을 뿐이라고 하는데 그건 정봉주에 대한 지지였고, 일종의 피해자에 대한 '꽃뱀' 확정이었다. '미투' 운동은 이로 인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뒤집힌 결과가 나왔으면 파급력을 아는 사람이 여론을 몰고 가는데 일조한 사과를 하라는 건데 이게 어떻게 정치 공작이냐"라고 반문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측은 당시 사건 초점 자체가 오후 1시와 2시 사이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에 맞춰져 있어 거기에 집중해 보도가 나갔고, 공정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BS 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뉘앙스의 보도가 전혀 아니었다. 그의 행적을 담은 사진을 입수, 상당히 신빙성 있는 증거라고 생각해 보도했던 것이다. 5시 이후의 행적은 쟁점이 아니라 전혀 감안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1~2시 사이 행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당시 김어준만 봐도 '수사 기관의 조사에 따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계속 자막과 함께 방송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거듭 불거진 김어준의 하차 가능성을 묻자 SBS는 '지속적으로 여론을 확인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SBS 관계자는 "아직 회사 차원에서 김어준 하차에 관해 이야기할 단계도 아니고, 그건 제작진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계속 시청자 게시판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정봉주 전 의원과 김어준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투시민행동은 28일 "정봉주 전 의원이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한 술 더 떠서 피해사실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발악을 했다"며 "김어준과 그의 지지자들은 피해자의 증언에 대해 '정치 공작', '고작 입술을 스친 것 정도로 유망한 정치인을 망쳐놨다'는 등 미투 운동을 폄훼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쏟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정봉주 전 의원과 김어준에 대해 "그 동안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거짓말로 일관하며 미투를 폄훼한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죄 없이 고소 취하로 이 상황을 어물쩡 넘어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피해자의 증언과 문제제기를 막으려고 법을 악용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상파 방송을 사적으로 유용해 성폭력 가해를 무마하기에 급급하던 김어준과 그 동조세력은 죗값을 치러 한국 사회의 선례로 남길 바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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