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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신고받은 경찰 "가해자가 결혼 원한다고…"



아시아/호주

    '미투' 신고받은 경찰 "가해자가 결혼 원한다고…"

    정부 검열 속 중국 여성들 "우리도 미투하고 싶다"

    사진=CNN 화면 캡처

     

    중국인 의사 장 퀴마오(42, 여)는 5년 전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치민다. 당시 퀴마오는 온라인 미팅 사이트에서 만난 남성과 차량 데이트 중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칼로 위협하던 남성을 설득해 가까스로 화를 면한 퀴마오는 다음날 현지 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서 측은 "집에 가서 기다려라. 다시 연락하겠다"고만 했다.

    1주일이 지난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갔더니 경찰은 피의자에게 전화한 뒤 퀴마오에게 "(피의자에게) 목걸이를 사달라고 한 뒤 고소를 취하하라"고 권유했다. 퀴마오가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자 경찰은 "피의자가 당신과 결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 퀴마오는 "어처구니 없고 짜증이 솟구쳤다."

    퀴마오의 사례는 왜 '14억 인구' 중국이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에 무관심하고, 피해자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최근 40년간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다. 당원 9천 만명인 공산당의 중앙위원회(204명)에서 여성은 10명에 불과하고, 정치국 상무위원회(7명)에는 여성이 아예 없다. 활동가들은 "지도부가 남성으로 채워져 있어 여성문제 해결에 무관심하다"고 했다.

    국영언론 역시 중국에서 성범죄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지난해 10월 헐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을 때도 국영 차이나 데일리는 "중국의 전통적 가치와 보수적인 태도가 여성을 부적절한 행동으로부터 보호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성폭력 피해자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활동가 소피나 황 슈에퀸은 "중국 여성 대부분이 수치심 때문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숨긴다. 괜히 말했다가 평판이 나빠지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면 어쩌나 걱정한다"고 했다.

    웨이보 등 SNS에서 중국 내 미투가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당국은 신속하게 '미투(#MeToo)’, ‘미투인차이나(#MeTooInChina)’ 등 미투 관련 단어와 해시태그를 차단하는 등 검열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여성들은 미투 발음에 맞춰 쌀 미(米)와 토끼 토(兎)를 붙인 ‘쌀토끼’ 해시태그를 사용해 '미투'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경찰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퀴마오를 성폭행하려 한 남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퀴마오는 꺾이지 않았다.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피해사실을 말할 때 당신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며 여성들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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