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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뒷모습이 말하는 것



칼럼

    [칼럼] 뒷모습이 말하는 것

    지난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4년전 찌는 듯 한 여름날 광화문광장.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거기에는 세월호유족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어떤 남성이 느닷없이 차창을 열더니 그 여성에게 항의를 퍼붓기 시작했다.

    세월호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항의였다. 말이 항의지 거의 욕설에 가까운 폭언이었다. 팻말을 들고 있던 그 여성이 차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사람의 뒷모습에 그토록 수많은 감정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여성의 뒷모습에는 억울함과 분노, 참담한 슬픔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 뒷모습은 너무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최근에 또 하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백팩에 태극기를 꽂고 패럴림픽 경기장 향하는 김정숙 여사 (사진=청와대 제공)

     

    백팩에 태극기 두 개를 꽂은 채, 코트자락을 팔락이며 패럴림픽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어떤 여성의 뒷모습이다.

    그 뒷모습에는 자신의 지위 때문에 억지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정말로 그곳의 장애인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덕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평창패럴림픽은 지금까지 올림픽의 번외경기처럼 여겨지던 패럴림픽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꾸는 계기가 됐다.

    관중으로 꽉찬 경기장으로 들어서면서 그리고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환호와 응원을 들으면서 감동을 느낀 것은 그곳에 있던 패럴림픽 선수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함성과 응원을 들으며 같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편견을 덜어내는 긍정적인 변화가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뒷모습은 오히려 표정보다 강렬하다.

    1등만을 위해 한 방향으로 달려온 각박한 우리 사회에서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패배를 의미했다.

    하지만 돌아서는 것은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우리가 보지 않던 곳, 우리가 애써 외면하던 곳을 향해 가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 역시 우리가 외면하던 곳에서 움튼 새 떡잎과 같다. 변화의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떡잎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월호의 유가족처럼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이 처연한 뒷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그들을 끌어안는 우리의 따뜻한 뒷모습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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