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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에 매달린 50년, 한국의 얼과 빛 찾는 과정"



공연/전시

    "추상화에 매달린 50년, 한국의 얼과 빛 찾는 과정"

    개인전 개최한 서승원 작가 미공개 60년대 작품 공개

    서승원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한국 추상회화의 거목 서승원 작가는 60년대부터 최근까지 오로지 '동시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십년간 흔들림 없이 작품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서승원의 미공개 작품을 포함한 회화 23점이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도전과 침정의 반세기'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만난 서 작가는 60년대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 추상화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회화 그룹 '오리진'을 창립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60년대는 '국전'(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의 줄임말, 81년까지 지속)이 지배하던 시기였어요. 사실주의 회화가 지배하고 서구 문명의 잔재들이 걸러지지 않고 들어올 때인데 홍익대 출신들이 모여서 과거의 미술이 아닌 새로운 미술에 도전해보자며 회화 동인을 만들게 된 거죠. 선배들로부터 나쁜 놈들이다 욕도 많이 먹었어요"

    당시 작업했던 60년대 추상화 작품들은 그가 개인적으로 보관해오자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가난한 시절 물감을 직접 만들고, 천을 꿰매어 캠버스를 만들었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추상회화를 개척하려는 그의 의지는 빛났다. 공개된 작품에도 유화의 갈라짐 등이나 캠버스의 이어붙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그 자체로 세월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그는 1969년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의 멤버로 활동하며 새로운 미의식을 정립하고자 했다. 특히 '동시성'이라는 주제를 세워 파고드는데, "형태와 색채, 공간이 하나의 평면 위에 동시에 어울려진다"는 개념이다.

    (사진=조은정 기자)

     

    서 작가는 특히 한국적인 추상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작가이다. 어린 시절 한옥집의 창호지에 비친 햇빛, 어머니가 손수 지어준 흰 옷,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 물까지 모두 기억에 남아 작품에 반영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60년대 강렬한 색감과 뚜렷한 선으로 추상화 분야를 개척한 그는 70년대 접어들어 점차 한국적 흰색에 베이스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한국의 흰색은 오묘한 색이에요. 일본의 백색도 아닌, 묘한 색이에요. '걸러진 색'이라고도 말하죠. 제 작품에서 여러번 흰색을 덧칠하는데 어머니가 흰 옷을 짓고 빨래를 해서 더 희개 만들고, 방망이로 다듬고 하는 과정처럼 흰색을 만드는 건 수행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진=조은정 기자)

     

    2000년대 이후 작품은 형태가 좀더 해체돼 있고 색감은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명상의 세계, 영혼의 세계로 환원되는 과정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다.

    77세라는 나이에도 색을 칠하고 벗겨내는 고된 작업을 반복하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붓을 놓지 않고 있다.

    서 작가는 "평생을 추상화의 한 길로 고집해왔다는 것을 자부한다. 내게 그림은 한국의 얼을 찾는 과정"이라며 "지우고 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회화의 순수성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청년 작가 못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서승원 개인전 '도전과 참정의 반세기'는 서울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4월 29일까지 개최된다. (화요일-일요일 10: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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