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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맥도날드 햄버거병 알고도 봐줬다



법조

    檢, 맥도날드 햄버거병 알고도 봐줬다

    검찰 출신 변호사 "식품위생법 불기소는 관례에 비추어도 이례적"

    신장을 못 쓰게 된 어린 피해자만 남겼던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한국맥도날드에 지나치게 너그러웠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검찰의 한국맥도날드 불기소 처분에 항의해 피해자 측이 지난 6일 항고이유서를 제출한 것을 계기로 CBS노컷뉴스가 수사 결과를 되짚어 봤다.

    서울중앙지검 식품·의료범죄전담부(박종근 부장검사)는 지난 달 13일 햄버거병과 관련해 증거 부족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한국맥도날드를 불기소처분했다. 지난 해 7월 피해자 5명의 고소가 접수된지 반년 만이었다. 검찰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쇠고기 패티가 한국맥도날드에 남품된 사실까지 확인했지만, 한국맥도날드가 직접 오염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검찰, 설 익을 가능성·오염 패티 유통 확인하고도 식품위생 문제 없다?

    그러나 검찰은 문제의 햄버거 패티가 '설 익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이 경우 장출혈성대장균이 이 경우 막심한 피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맥도날드 측을 불기소 했다.

    심지어 검찰은 패티 납품사(맥키코리아)가 패티를 오염시켰다는 사실을 한국맥도날드사가 인지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맥도날드 측에 식품위생법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한국맥도날드는 햄버거병 피해자가 발생한 해인 2016년, 패티에 장출혈성대장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7월 한달 간 식재료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납품사에서 오염된 패티가 생산된 2016년, 한국맥도날드는 단 한차례도 회수, 폐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2017년 국정감사 자료.

    한국맥도날드는 게다가 패티 납품사에서 장출혈대장균이 발견됐다며 검사 방법을 '자체적'으로 바꾼다고 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납품회사가 추가 검출 사실까지 계속 숨길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제공한 셈이다. 검찰의 설명처럼, 오염 패티와 관련한 납품사의 구체적 범행을 한국맥도날드 사가 몰랐다고 쳐도 최소한 '미필적 고의'는 물을 수 있는 대목이다.

    ◈ 균 검출되자 '자체 조사 방식'으로 바꾼 한국맥도날드, '미필적 고의'도 없다?

    매장 내에는 장출혈대장균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오염된 패티를 유통시키는 데 결정적 환경을 제공한 한국맥도날드가 한 것이라곤, 재발 방지 책임을 납품 회사가 부담하도록 만든 문서를 만든 것 뿐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피해의 존재사실이 아니라 위해의 '우려'또는 '염려'가 있을 때도 기소할 수가 있게 돼있다. 쉽게 말하면 '위해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법은 기업에 비해 분열돼 있고 정보력도 약한 소비자 개인의 편에 서 있는 셈이다.

    한국맥도날드와 피해사례 개개의 인과관계에 집착한 검찰의 한국맥도날드 불기소가 지나치게 너그럽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상식적으로 잠복기를 거쳐 혈변까지 보는 어린 피해자 개개인이 당시 먹었던 햄버거 패티 시료를 보관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측면이 있다.

    ◈ 검찰, 사실 관계 틀린 수사결과에 맥도날드 용역연구한 전문가 간담회 참여

    검찰 출신인 김학자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원위원장)는 "식품위생법 불기소는 관례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면서 "업무상 과실치상의 경우 피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게 맞지만, 오염 패티를 인지하고 유통시켰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식품위생법상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검찰이 불기소 과정에서 깔끔하게 무시한 것은 피해자 측에 유리한 증거들이다. 각종 논문이나 검찰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한국맥도날드 측의 매뉴얼대로 패티가 구워졌다고 해도 장출혈성대장균은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국맥도날드의 내부규정에 따르면 패티 안쪽 온도는 71.2도가 돼야 하고, 피해자가 발생한 2016년9월25일 당일 기록은 패티 안쪽 온도가 86.9도라고 한다. 하지만 복수의 연구와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100도 이상 5분 이상 가열해야 장출혈대장균 피해 가능성이 사라진다. 대장균은 71.2도에서 터져 죽지만, 독소는 혈액 속에 남아 돌다가 체내 일정한 환경과 만나면 신장을 파괴시킨다. 피해자 측 입장에선, 맥도날드와 피해의 직접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어린이·청소년 쉽게 접하는 음식이지만 '피해입증 책임'은 오롯이 소비자 몫

    햄버거가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음식이라는 점, 심지어 한국맥도날드가 '어린이세트'를 제공하는 등 위해에 취약한 연령대에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검찰의 처분이 얼마나 국민들 기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햄버거가 전국민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검찰의 발표가 무색한 상황이다.

    검찰이 한국맥도날드를 '봐주기'까지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사정들도 있다. 일단 검찰은 단순한 사실관계조차 틀렸다. 검찰은 피해자 A군의 경우 2016년 2월 '맥모닝세트'를 먹었다고 보도자료 등에 기재했으나, 실제로 A군 측이 섭취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은 소고기패티 햄버거였다.

    검찰은 또 전문가 간담회를 수차례 열었다고 밝혔지만, 여기 참석한 관련 전문가 중 한 명은 한국맥도날드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연구를 진행한 전력이 있다. 중립성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피해자 측 황다연 변호사는 "검찰 불기소처분 등 한국맥도날드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햄버거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위생법위반죄는 개별 피해자에 대한 범죄가 아니라 사회적법익에 해당하는 범죄"라면서 '불행하고 운 없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피해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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