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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는 왜 '朴 블랙리스트' 청산하지 않나"



스포츠일반

    "체육계는 왜 '朴 블랙리스트' 청산하지 않나"

    '이들의 잔재는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주도한 블랙리스트는 문화계뿐만 아니라 체육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주도 하에 정권에 반하는 인사들을 찍어냈는데 아직 복권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는 지적이다.(자료사진)

     

    한 체육경기단체 전직 수장이 지난 정권의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뒤 아직까지 복권되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62)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협회 최경선 행정감사의 기자회견 뒤 발언권을 얻어 "박근혜 정부 시절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찍혀 부당하게 테니스협회장은 물론 체육계 직위를 모두 잃게 됐다"면서 "그러나 정권이 바뀐 이후 복권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테니스 경기인 출신인 주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2016년 2월 엘리트와 생활체육 통합 임시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이후 같은해 7월 통합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115표 중 52표를 얻어 60표의 곽용운 현 회장에게 밀렸다.

    두달 뒤인 9월 주 전 회장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영구제명됐다. 당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주 전 회장이 육사 테니스장 기부채납을 추진하면서 정부 승인 및 이사회, 총회 의결 없이 30억여 원을 차입해 정관을 위반했고 육사 테니스장 건설과 관련해 수의계약, 분할계약, 무자격업체 선정 등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회계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당한 억울함에 대해 밝히고 있다.(사진=노컷뉴스)

     

    같은 달 협회 인수위원회는 주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 집행부가 자금 차입 절차 위반 등 육사 테니스코트 관련 문제점, 단기 대여금을 통한 자금 횡령, 사적 사용 비용 집행과 국제대회 참관 비용, 정관에 위배된 재외 한인협회 불법 인준, 불투명한 회계처리 및 자금집행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는 이유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정권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게 주 전 회장의 주장이다. 주 전 회장은 "당시 김종 차관과 만났는데 '내가 있는 동안은 회장을 할 생각을 말라'고 하더라"면서 "이에 따져 물었더니 '회장직은 동생에게 맡기고 정권이 바뀌면 돌아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협회장 선거와 체육회 영구 제명 등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탓이라는 게 주 전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당시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내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소위 찍힌 것 같다'고 하더라"면서 "또 문재인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시비리를 조사해 폭로한 바 있다. 결국 주 전 회장은 체육계에서 제명됐다.

    삼성그룹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박종민기자

     

    주 전 회장은 문화계뿐만 아니라 체육계 블랙리스트도 있다고 말했다. 주 전 회장은 "문서가 존재하는지는 모르나 전 정권에 찍힌 체육계 인사들이 상당하다"면서 "강광배, 전명규 한체대 교수와 김나미 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 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썰매의 개척자'로 불리는 강 교수는 봅슬레이 대표팀을 이끌던 2008~2010년 각종 공갈과 강요, 업무상 횡령을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주 전 회장은 "강 교수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강신성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점 때문에 걸린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빙상의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교수 역시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었으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연맹의 부조리가 없었는지 조사하라"는 엄명에 사퇴했다. 전 교수는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의 요구를 듣지 않아 퇴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은 명예를 회복하거나 복권된 상황이다. 강 교수는 2016년 1월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아 억울한 혐의를 벗었다. 강 교수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중계 해설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이 발굴한 제자 스켈레톤 윤성빈(강원도청)의 금메달을 해설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전 교수 역시 지난해 2월 3년 만에 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최근 연맹 반대파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노선영 파문'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평창올림픽에서 전 부회장이 이끈 한국 빙상은 금메달 4개, 은 5개, 동 4개 등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 17개 메달 중 13개를 따내며 선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 MBC 해설위원을 맡은 강광배 한체대 교수. 왼쪽은 김나진 아나운서.(사진=MBC)

     

    하지만 주 전 회장은 아직까지 체육계로 복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 전 회장은 현 집행부가 검찰에 고발한 업무상 배임, 자격모용(사칭)사문서 작성, 사문서 행사 등에 대해 지난해 6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또 협회 공금 유용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도 검찰의 항고가 기각됐다. 대법원 상고도 없어 유예가 확정됐다. 선고 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할 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 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각 단체 임원들은 기소됐을 경우 업무 정지가 되나 법정형이 벌금형만 선고되거나 약식 명령이 청구된 경우, 과실범으로 기소된 경우는 예외다. 또 체육회 임원의 결격 사유도 벌금 300만 원 이상 확정되고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다. 벌금 200만 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주 전 회장은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주 전 회장은 "사실 고발된 문제들은 체육회에서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고치면 되는 부분이었다"면서 "그러나 정권에서 아예 찍어내기로 한 만큼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 협회 집행부의 잘못으로 지적돼 검찰 고발까지 이어진 협회 공금 대여 부분은 현 집행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최경선 협회 행정감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현 집행부의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협회 공금의 대여금고 전용을 지적했다. 협회는 이에 "지속적인 가압류로 부득이했다"고 해명하면서도 대여 금고를 사용한 점은 인정했다.

    주 전 회장은 "전 정권의 부당한 압력으로 장애인테니스협회장 등 체육계의 지위를 모두 상실했다"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인사들도 복귀하는데 체육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전 회장은 서울시체육회 부회장에는 복귀가 검토 중이고 대한체육회로터도 제명에서 견책으로 징계가 경감됐지만 피해 전과는 엄연히 다른 입지다.

    주 전 회장은 1992년 삼성물산 테니스단 창단을 이끌고 감독으로 활동하며 이형택, 조윤정, 전미라, 윤용일 등을 키워냈다. 회장 시절에는 사재 5억 원을 출연하는 등 현재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쓰고 있는 정현(한체대)을 발굴해 육성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 전 회장은 "이제 다시 감독으로 돌아가야 하느냐"고 자조하면서도 "체육계로 복귀해 꼭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협회는 곽용운 현 회장의 출연금과 친인척에 대한 급여 부당지급, 관용차 사적 사용 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대한테니스협회의 비리 사실에 대해 추궁하였으며 엄중한 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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