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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이원근, "영화 찍다 악몽 꿔 울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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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들' 이원근, "영화 찍다 악몽 꿔 울기도 했죠"

    [노컷 인터뷰 ①] 이원근의 학창시절 그리고 '괴물들'

    영화 '괴물들'에서 재영 역을 맡은 배우 이원근.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애교 넘치는 '저글러스'의 황보 율 이사에게서 '괴물들' 속 피폐한 재영의 모습을 보는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바쁘게 활약하고 있는 이원근은 누구보다 다채로운 캐릭터로 파고드는 배우다.

    선하면서도 내성적인 미소는 '환절기'의 용준을 떠올리게 하다가도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밝아질 때는 황보 율 이사의 작은 일면이 보이기도 한다. 이원근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용준'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상당히 내성적이고, 우울한 면이 있다고.

    "'환절기'는 여운이 길어서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괴물들' 끝나고서는 마음 자체가 너무 불편했어요. 그래서 혼자 촬영하면서 지냈던 부산으로 내려갔죠. 촬영할 때는 바쁘게 지냈었는데 놀러가서는 늦잠도 잘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하면서 여유를 가지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차츰 정리가 됐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이후에는 영화도 보고, 술도 먹으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그가 이번 영화에서 연기한 재영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가는 복잡한 서사를 지닌 인물이다. 1991년 생인 그는 한창 '일진'(교내 폭력 서클을 상징하는 일진회의 멤버)이 전성기를 이룰 시절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저희 학교에도 역시 일진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냥 조용히 만화책 보고, 매점 가던 일반적인 학생이었어요. 그 친구들은 특정한 타깃은 없어요.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으면, 혹은 없더라도 어떻게든 합리화해서 괴롭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힘을 과시해야, 그게 권력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저한테 심하게 장난치면 바보처럼 웃으면서 넘어갔어요. 당연히 좋은 기억은 아닌데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의 일이니까 그 때 기억들은 잊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간혹 가다가 연락 오기도 하고, 애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괴물들' 스틸컷.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괴물들'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작업이었다. 키가 180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캐릭터 이미지를 위해 60대 초반의 몸무게에서 3㎏을 더 감량해야 했다.

    "저는 원래 아무리 많이 먹거나 적게 먹어도 살이 금방 찌지도, 빠지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제가 좀 연약해 보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갈비뼈가 보이면 되겠다 싶어서 살을 빼겠다고 했죠. 그 때가 지금보다 더 말랐으니까 미친듯이 식단조절이랑 운동을 해도 안 빠지더라고요. 어찌저찌 3㎏ 정도를 빼고 촬영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다시 쪘어요."

    정신적으로 고된 이유는 하나였다. 육체적인 구타씬과 함께 이어지는 감정씬이 이원근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그 감정이 그대로 현장에 반영돼 리얼리티가 살아났다고 해도, 힘든 건 힘든 거였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구타씬과 감정씬이 있었거든요. 육체적인 힘듦은 버텼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니까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민이 많았어요. 숙소에 와도 강박관념처럼 대본 확인하고, 그러다 자면 악몽을 꿨던 거 같아요. 늘 맞거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손가락질 당하고 있거나, 꿈에서 우니까 실제로도 깨면 울고 있고…. 감독님이 현장만 가면 걱정하면서 물어보는데 또 아무래도 감정이 좋으니까 촬영은 저
    먼저 빨리 가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정말 좋았어요. 저예산 영화에 인력이 별로 없으니 보조 출연자 분이 여기 저기 계속 나오시기도 하고…. 다들 정말 고생해서 힘들게 만든 결과물이죠."

    영화 '괴물들'에서 재영 역을 맡은 배우 이원근.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속에서 2인자 양훈 역의 이이경과는 어떤 호흡을 맞췄을까. 이원근은 그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상호작용이 잘 된 것 같아요. 형이 있으니 감정이 올라와서 개구쟁이처럼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도 리허설 할 때 만큼은 서로 집중하니까 장난스럽게 말 걸지 않고…. 그런 기운이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액션 장면 같은 경우는 형이 어떤 에너지로 어떻게 받아칠 지 모르니까 무조건 리허설을 100으로 했거든요. 혹여나 틀어지지 않게, 서로 너무 흥분해서 카메라 가리는 불상사 없게, 그렇게 서로 집중 깨뜨리는 것 없이 했던 것 같아요."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 '괴물들'에 이원근은 피해자도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학교 폭력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이 아직도 아쉬운 이유는 이 영화를 10대들이 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영화 중반부부터 괴물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쓰이는데 저는 그게 피해자 재영이가 점점 괴물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지만 어느 순간 피해자 또한 가해자가 되는 거죠. 이 영화를 학생들이 못 보게 된 건 아쉽지만 이걸 어른들이 본 후에 학생들에게 조금 더 손 내밀어 줄 수 있고,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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