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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착 3시간만에 김정은 접견…"조짐 나쁘지 않아"



통일/북한

    평양 도착 3시간만에 김정은 접견…"조짐 나쁘지 않아"

    "靑, 리스크 큰 대북 특사 공개 파견은 남북 사전 교감 반증"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 특사단이 5일 오후 특별기를 타고 평양 땅을 밟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이 방북길에 올랐다.

    ◇ 김정은 위원장, 방북 첫날 특사단 바로 접견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평양행 특별기에 오르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사진=이한형 기자)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한 특사단은 2시 5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6시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접견했고, 만찬 일정에 들어갔다.

    1박 2일 일정이어서 방북 첫날에는 실무 라인에서 의견 조율을 거친 다음 6일 귀환 직전에 김정은 위원장 면담 일정이 잡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으나 특사단은 평양 도착 3시간만에 김 위원장을 만났다.

    과거 대북 특사의 경우 방북 마지막날에야 겨우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예전에는 특사가 친서까지 가지고 갔음에도 그냥 밥이나 먹고 가라고 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면담을 했다"며 "조짐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북한으로서는 북미대화가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그만큼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반증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며 "이번 특사 방북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과를 상당히 좋은 방향 쪽으로 암시를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 이례적인 대북 특사 공개 파견 "남북 사전 교감 반증" 관측

    이와 함께 이번 대북 특사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에 공개된 상태에서 파견됐다. 미국통과 대북통이 함께 포함되는 등 특사단 규모도 역대급이다.

    그동안의 대북 특사는 대부분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만났다. 북한과의 협상 특성상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특사단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하고, 그를 통해 비핵화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북미대화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정의용 수석특사는 방북에 앞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 앞에서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비핵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겠다는 의지다.

    그만큼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표현처럼 기적처럼 찾아온 이번 기회에 비핵화나 북미대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전향적인 입장을 전해 듣지 못한다면 실패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보수 여론은 비핵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북한의 핵무장을 축하해주러간 사절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공개적으로 대북 특사를 파견한 것은 남북간에 이미 상당한 교감하에 특사 방북이 추진된 반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지난달 27일 평양으로 돌아간 지 하루 만에 청와대는 여야 대표 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바로 이어 지난 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대북 특사 파견 의사를 밝혔다. 불과 사흘만인 4일에는 대북 특사단 명단이 공개됐고, 5일 방북길에 올랐다. 6일에 돌아온 직후에는 미국 방문 일정도 잡혀있다.

    여야 대표 회동이 열리면 문 대통령은 당연히 대북 특사 파견 결과를 중점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성과가 없을 경우 보수 야당 대표들의 비판은 불을 보듯 뻔하고, 청와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한 대북 소식통은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주제로 한 여야 대표 회동과 대미 특사 파견 일정까지 잡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남북간에 사전 교감없이는 이런 세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통전부장 방남 기간에 이미 대북 특사 파견이 논의됐고, 북한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이 제시된 상태에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김정은, 조건부 북미대화 언급 가능성"

    (사진=청와대 제공)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을 수용한 이상 직접적으로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핵과 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이번 대북 특사단에 줄 모종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배포있고 용단성있는 큰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전에 실무라인에서 진행된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카드를 선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 교수도 "북한은 수령 유일 영도체제이기 때문에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다면 그 자리에서 아마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핵화와 북미대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좀 더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핵과 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이라는 선제적 조치도 언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장관도 "문 대통령은 작년 6월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동결이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비핵화라는 출구로 나가야 된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아마 친서에 그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건 북한도 예견을 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미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부'일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홍민 실장은 "지금 국면은 북한 입장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든 북미대화 용의를 밝히든 핵과 미사일 추가 실험에 대한 잠정적인 중단 발언은 해줘야 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도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며 조건부 북미대화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는 선대의 유언이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으로 전환한다면 비핵화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유훈을 언급하면서 '조건부 비핵화 대화'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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