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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찾겠다던 이건희 차명계좌 돈, 이제야 찾은 금융당국



금융/증시

    못 찾겠다던 이건희 차명계좌 돈, 이제야 찾은 금융당국

    금융당국 과징금 부과 아니라고 버텼지만, 결국 TF 구성해 현장조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들어있던 자산 61억8천만원이 확인돼 과징금이 부과됐다.

    멀게는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 25년, 가까이는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로 이 회장의 차명 계좌가 세상에 드러난 지 10년이 흐른 시점이다.

    약 석 달 전만해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있는 4개 증권사는 관련 자료가 삭제됐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 모두 못 찾겠다고 했던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잔액은 어떻게 찾게 된걸까.

    ◇ 지난해 국감, 다시 떠오른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문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 계좌를 실명 계좌로 전환하지 않고 4조 4천억원을 되찾아가면서 세금과 과징금 등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과장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명이나 허명이 아닌, 주민등록상 누군가의 명의이기만 하면 실명계좌라는 주장이었다.

    돈 주인이 누구이든 계좌를 만든 사람이 주민등록증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다면 문제 없다는 뜻이다.

    정치권과 금융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입법을 통해서라도 해당 차명 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금융위는 줄곧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실 입법을 하면 삼성에만 과징금을 물릴 수 없고, 동창회 통장처럼 선의의 차명계좌를 포함한 모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이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결국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27개의 계좌에 대한 과징금부터 부과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명 확인은 했지만 삼성 특검을 통해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한 계좌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기서도 실명 전환 기간에 계좌 소유주에게 확인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2008년 삼성 특검과 최근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가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계설된 차명계좌는 27개다. 실명제 이후 만들어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1202개다.

    ◇ "과징금 불가" 주장하던 금융당국, 법제처 해석으로 '깨갱'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위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 계좌에 대해서만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금융위의 주장과 180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금융실명제 시행 뒤 두달 간의 자진 신고 기간 중 자금의 실소유주가 아닌 타인의 실지명의(실명)로 전환한 차명 계좌에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실명법 부칙에는 실명제 이전 차명계좌에 대해 원금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할 수 있게 돼 있다.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 대해선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한 90% 중과세가 가능하다.

    이 법제처의 해석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은 TF를 구성해 지난 달 19일부터 2주간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 27개 계좌에 대해 특별 검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들은 지난해 11월 금감원 검사에서 해당 계좌들의 원장(元帳·자산이나 부채, 자본의 상태를 표시하는 모든 계정계좌를 설정해 거래를 전부 기록하는 장부)을 모두 폐기했다고 보고했다.

    금융위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시늉'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TF 61억 8천만원 잔액 확인, 삼성증권 거래 내역 미확인은 남은 숙제

    '형식적인 조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금감원은 5일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자산이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61억 8천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권사별로 신한금융투자 계좌 13개에 26억 4000만원, 한국투자증권 7개 계좌에 22억원, 미래에셋대우 3개 계좌에 7억원, 삼승정권 4개 계좌에 6억 4000만원 등이다.

    해당 계좌에 들어있는 자산은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파악한 차명 계좌 자산 61억 8000만원은 1993년 8월 12일 당시 주가(삼성전자 주당 3만 86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지난달 26일 현재 삼성전자 주가(주당 236만 9000만원)를 적용해 계좌 내 주식을 현재 가치로 평가할 경우 2369억 규모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내야 할 과징금은 금감원이 찾아낸 잔액 61억 8000만원의 절반인 30억 9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조사를 통해 석달 전 관련 자료가 없다는 증권사의 보고는 허위임이 드러났다.

    실명제 시행일 기준 이 회장 차명 계좌 자산 총액 자료는 별도 데이터베이스 등에 보관돼 있었다. 다만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보고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른 3곳 증권사의 매매거래내역 등은 확보했지만, 삼성증권의 4개 계좌에 대해선 실명제 실시 이후 거래내역 자료가 일부 존재하지 않아 계좌별 보유 자산 세부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1주일 간 조사를 더 이어가기로 했다.

    김도인 부원장보는 "실명제 이후 일정 거래 내역이 없는 데 그 이유는 추가 검사 과정에서 밝혀야할 부분이자 숙제"라고 말했다.

    이건희 차명 계좌 검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원승연 부원장은 브리핑을 마치고 차명계좌와 관련,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던 금융당국의 커다란 입장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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