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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못 찾은 한국GM, 갈 곳 잃은 비정규직



경제 일반

    출구 못 찾은 한국GM, 갈 곳 잃은 비정규직

    대량해고 직격타 맞는 GM 비정규직… "우리도 국민이고 노동자입니다"

     

    한국 GM이 대규모 희망퇴직에도 경영난 타개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인력조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수년째 대량해고 찬바람을 맞아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한층 더 불안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마감한 한국GM 희망퇴직에는 24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약 4천억원 가량의 인건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한국GM 적자 규모가 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흑자 상태로 전환해 경영정상화를 이루려면 약 3천억원의 비용을 더 줄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주부터 재개될 한국GM 노사 임단협 교섭 테이블에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대규모 희망퇴직을 벌인 직후에 추가로 희망퇴직을 진행할 가능성도 낮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한국 정부의 정치적 압박 속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해고될 가능성도 비교적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동결이나 각종 수당·복지비용 축소, 여기에 폐쇄 위기에 놓인 군산공장의 인력을 부평·창원 공장으로 옮기는 대규모 전환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GM이 가장 손쉽게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 하나 더 있다. 이미 실행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다.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한국GM의 경영 악화 추이는 곧 한번에 수백명씩 대량해고됐던 '비정규직 잔혹사'이기도 하다.

    한국GM 김교명 군산 비정규직 지회장은 "군산공장은 2012년부터 비정규직 희망퇴직이 있었다"며 "말이 희망퇴직이지 실제로는 하청업체마다 '짬밥 안되는 누구 누구 나가라'고 지명해서 말을 흘리면서 강제로 구조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부평공장 비정규직 1천여명이 해고됐고, 군산공장에서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3년 약 200명, 2014년 약 400명, 2015년 700명이 해고됐다.

    올해에도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이 맡는 공정을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인소싱'이 일어나면서 부평과 창원에서 약 140명이 지난 1월 해고됐고, 지난달에는 군산공장에 다니던 비정규직 200여명이 문자 해고통지를 받았다.

    최근 군산공장 폐쇄와 GM 철수 소식에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정작 이 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량해고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이유다.

    한국GM 황호인 부평 비정규직 지회장은 "이번 군산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환배치 때문에 부평, 창원 비정규직이 대량해고된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며 "하지만 이미 부평 안에서 전환배치가 이뤄졌고, 이번 사태 전후로 비정규직 1천명이 해고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정규직 중심으로만 고용 안정, 구조조정 문제가 이슈로 떠올라 안타깝다"며 "이미 비정규직은 우선 해고 대상으로 계속 남들 모르게 잘려나갔는데, 이 숫자는 전혀 포함하지 않은 채 사회에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GM이 수년째 경영 악화 부담을 비정규직에 전가하는 동안 정부와 법원은 한국GM의 불법파견을 지적해왔다.

    2005년 노동부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843명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하청업체 폐업으로 비정규직 100여명이 집단해고됐다.

    법원도 한국GM의 불법파견을 지적해왔다. 2013년 2월에도, 2016년 6월에도 대법원이 한국GM이 불법파견을 벌였다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려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3일 인천지법이 부평공장 37명과 군산공장 8명의 비정규직들에 대해 정규직으로 인정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날이었다.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막상 정규직 판정을 받고도 정작 일할 공장이 사라진 셈이다.

    정부와 법원의 거듭된 불법파견 판정·판결에도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GM 사태의 찬바람을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로금이나 생활지원금 지원은 커녕 하다 못해 정규직 노동자들처럼 희망퇴직조차 신청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할 고용 대책에 비정규직만 대상으로 명시하는 대책을 만들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책 등을 감안해 고용 지원 사업을 취약계층 중심으로 짜서 비정규직들의 고용 안정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노사 협상 테이블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단 사측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할 뿐 아니라 원·하청 연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김 지회장은 "사측은 오래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군산·부평·창원을 갈라치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정규직 노조와 함께 싸우며 총고용을 보장하자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해관계가 맞물리다보니 힘든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또 "강제 구조조정은 사측도 부담스러워하니 비정규직 인원을 줄일텐데, 오는 6월쯤이면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비정규직도 국민인데 정규직 살리겠다고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면 안된다"고 호소했다.

    황 지회장도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전체 고용 규모를 놓고 노동자 생존권을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GM 공장에는 정규직 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고, 우리들의 생존권도 보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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