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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은 달라" 오달수 등 미투 가해자들의 쌍둥이 변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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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은 달라" 오달수 등 미투 가해자들의 쌍둥이 변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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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 사실 은폐하려는 전형적 수법, 면피용 사과의 한계"

    배우 오달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제 잘못에 대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만 폭로의 내용은 제가 기억하는 사건과 조금 거리가 있음을 알립니다"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댓글과 보도를 보고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댓글을 읽어보고 주변에 그 시절 지인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내용과 제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배우 오달수)

    미투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여론을 살피면서 잇따라 사과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자세히 내용을 뜯어보면 "자신의 기억과는 다르다"며 이중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피해자들이 인신공격 등 2차 피해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들이 '기억 왜곡'이라는 프레임으로 방어논리를 만들고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오달수는 28일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사과 입장을 밝혔다. 오씨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모두 저의 잘못이다"며 "저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다.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이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상한 단서들이 붙었다. "제 입장이 늦어진 것에 대하여 엄청난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깊고 쓰린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한 기억이 솔직히 선명하지는 않다"며 "어떻게 바로 모를 수 있냐는 질타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솔직한 저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기억이 잘 안난다'는 것으로 이는 배우 조재현이 "짧은 기사 내용만으로는 기억을 찾기 힘들었다"고 밝힌 사과문과 유사하다.

    오씨는 이어 "댓글과 보도를 보고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댓글을 읽어보고 주변에 그 시절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내용과 제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었다"며 "확인하고 싶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피해자 A씨를 향해서는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성폭력을 '연애'라는 단어로 포장해 정당화를 시도했다.

    "기억이 다르다"는 배우 오달수의 이중적 태도는 이틀 전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의 사과문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국립극장장 유력 후보였던 김 전 교수는 "어떠한 행동도 변명의 여지도 없는 부끄럽고 해서는 안될 짓임을 깨닫고 있다. 제 잘못에 대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폭로의 내용은 제가 기억하는 사건과 조금 거리가 있음을 알린다"고 전제했다.

    다른 성폭력 가해자들의 해명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출가 이윤택은 기자회견에서 "성폭행은 아니다. 주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가 이를 듣고 분노한 피해자가 실명으로 성폭행으로 낙태까지 한 사실을 폭로했다. 배우 최일화도 성폭력에 대해 "그 당시에는 잘못인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는 사건을 부정, 은폐하려는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태도로 해석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공동대표는 "기억이 다르다, 기억을 못한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고 은폐하려는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둘 중 하나는 거짓말로 몰아가 상대가 잘못했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미투의 거대한 물결 속에 가해자들이 진정한 반성 없이 마지못해 면피용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라며 "이윤택이 기자회견을 연출한 것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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