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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는 빙산의 일각"…방송영화계는 지금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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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는 빙산의 일각"…방송영화계는 지금 '폭풍전야'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문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미투' 운동은 빙산의 일각이죠. 아직도 밝혀질 것이 한참 남았어요."(영화 제작자 A 씨)

    하루에만 쏟아지는 증언이 셀 수 없다. 현재 가장 시끄러운 곳은 문화예술계이지만, 방송영화계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언제, 누가, 어떻게 성추행이나 성폭행 의혹에 휩싸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이 비로소 작은 용기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록 공소시효가 지났을지언정, 약자를 상대로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은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폭로로 시작됐지만 곧 이것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던 문제임이 알려졌다. 암암리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에 실제 피해자가 존재했고,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까지 폭로됐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가 '교수'의 위치에서 여학생들을 오피스텔로 불러 수 년간 성추행했다, 배우 조재현이 촬영장에서 막내 스태프를 성추행했다 등의 폭로 등이 나왔다. 배우 최일화는 자신이 먼저 "지난날의 과오가 있었다"고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고 반성했으나, 성폭행 폭로가 나오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처음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들은 폭로가 끊이지 않자 성추행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사회적 명망을 인정받아 올라간 자리에서 모두 내려올 것을 약속했다. 출연이 예정돼 있거나 출연 중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천만 요정'으로 불리며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오달수 역시 과거 '연희단거리패' 시절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논란 초반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오달수와 관련한 연극배우 엄지영의 실명 폭로가 추가로 나오면서, 현재(27일 자정 기준) 오달수 측은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다시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연이은 논란에 내달 첫 방송 예정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배우 조민기와 조재현. (사진=자료사진)

     

    방송계에 오래 몸담아 온 B 피디는 앞으로 '미투'(사회관계망서비스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운동이 계속되는 한 이 같은 피해 사례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B 피디는 "과거에는 웃어 넘기거나 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성희롱이나 성추행인 경우가 많다. 이미 의식 수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계속해서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이 방송계에서 피디로 일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털어 놓기도 했다.

    B 피디는 "모 원로 배우는 꼭 막내 스태프들에게 '내가 어디로 여행을 가는데 같이 가자'는 둥 이상하게 치근덕댄다고 들었다. 그게 습관이라고 하더라. '갑을 관계', 예를 들면 출연자와 막내 스태프들 간의 관계를 보면 막내 스태프들은 섭외를 하거나 함께 일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이 완곡하게 거절하거나 웃어 넘기는 것을 상대방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권력 관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그래서 그들이 그런 방식으로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단둘이 밥을 먹자고 권유하는 것부터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영화계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제작자 A 씨는 지금까지 성추행·성희롱 현장을 많이 목격해왔다.

    연극계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출가 C 씨가 처음으로 영화를 감독하면서 A 씨는 제작부서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런데 C 씨가 스크립터 등을 비롯한 여성 스태프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고, 한 번은 숙소방에 난입하려고 해 스태프들을 이끌고 도망가 제작사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결국 이 사건으로 스크립터는 해당 영화 작업에서 떠났고,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제작사 직원이 C 씨를 감시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유명 감독인 D 씨가 대학원 수업에서 여학생들에게 '첫경험'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D 씨가 매번 통과의례처럼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A 씨는 "연극계는 극단이 하나의 집단 체제로 움직이고, 그 안에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되면 마치 종교 집단처럼 '단체 최면'에 걸리는 형국이다. '연희단거리패'가 그런 양상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C 씨는 이후 영화계를 떠났는데 여전히 연극계에서는 수상도 하고 꾸준히 작품도 내면서 잘 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계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이 와해되기 때문에 스태프들을 향한 성범죄가 그리 쉽게 일어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고(故) 장자연 사건 이후에도 여배우들, 특히 신인 여배우들을 성상품화시키는 '스폰서 문화'가 존재한다고.

    A 씨는 "만약 막내 스태프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해당 팀이 강력하게 반발하거나 영화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영화계에는 목소리를 내는 여성 제작자나 감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나마 권력형 성범죄에 있어서 연극계보다는 나은 편"이라면서도 "문제는 거대 자본이 오가는 산업이다보니 신인 여배우들을 성상품화시키는 스폰서 문화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영화계의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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