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운동으로 어두운 민낯이 드러난 문화예술계는 24일에도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웠다. 그동안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은 이날 잇달아 사과문을 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배우 조재현은 이날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내고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조재현이 연극, 방송 현장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제보와 소문이 그의 이니셜과 함께 돌았다. 이런 가운데 배우 최율이 SNS에 '미투' 관련 글을 올리며 조재현의 프로필 사진을 게재해 그의 이름이 실명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사태가 커지자 사과문을 낸 조재현은 "고백하겠다. 전 잘못 살아왔다"며 "모든 걸 내려 놓겠다. 지금부터는 피해자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사과문 발표 뒤 tvN 월화극 '크로스' 측은 조재현의 하차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히며 "조재현이 맡은 극 중 배역 캐릭터를 최대한 빠른 시기에 드라마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연출가 윤호진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유명 연출가 윤호진 에이콤 대표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표는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자 이날 사과문을 내고 "오늘 저로 인해 피해를 당하신 분의 소식을 들었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피해자분의 입장에서, 피해자분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드리겠다"며 "저의 거취를 포함하여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겁게 고민하고 반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사과문을 내기에 앞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에이콤의 신작 뮤지컬 '웬즈데이'의 제작발표회를 연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그는 "할머님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저의 개인적인 의혹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에 대한 의혹을 먼저 푸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했다"고 제작발표회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등 3개의 연극 전용극장을 보유한 국대 최대 연극제작 단체인 국립극단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국립극단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이번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방식을 불문하고 연극을 사랑해주신 분들이 성폭력의 가해자와 직, 간접적으로 만났던 접점에 국립극단이 있었다. 실망과 절망을 느끼고 계실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립극단의 공연 제작 과정에서도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 사건,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 사건, 오동식 연출의 폭력 사건 등이 있었다"며 "지금 수면 위로 떠오른 연극계 전반의 성폭력 사건들을 마주하며 국립극단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대책 방안도 내놨다. 국립극단은 계약서 내 성폭력 관련 조항을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보완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 사전 예방을 위해 극단 임직원들의 성교육을 강화하고, 협업 배우 및 스태프 대상 성폭력 관련 지침과 정기적인 교육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신고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작품별 인권 침해 문제 처리 담당자를 별도 지정하겠다는 계획과 향후 폭력, 성폭력 등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문제 발생시 어떠한 경우도 예외 없이 즉각 조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폭로도 이어졌다. 온라인상에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중견 연극배우 A씨가 학교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는 폭로글이 이어졌고, 영화 음악감독 A씨, 중견 뮤지컬 배우 B씨 등이 또 다른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배우 조민기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 및 졸업생 38명은 현재까지 나온 배우 조민기 관련 증언들은 모두 사실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조민기 교수의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폭력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함을 공표한다"면서 조민기에게 청주대 동문 및 피해자들을 향한 폭력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조민기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오달수 역시 침묵을 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