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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보다 비범하게…'블랙 팬서'의 女 캐릭터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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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보다 비범하게…'블랙 팬서'의 女 캐릭터 활용법

    왼쪽부터 '블랙 팬서'의 최정예부대 수장인 오코예 장군, 전사이자 스파이인 나키아.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에는 '흑인 영웅'의 상징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블랙코미디가 곳곳에 심어진 이 영화는 동시에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로 주목받고 있다.

    '블랙 팬서'의 중심 축을 이룬 여성 캐릭터는 크게 세 명이다. 와칸다 왕국의 전사이자 장군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분), 와칸다 왕국의 스파이 나키아(루피타 뇽 분) 그리고 와칸다 왕국의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다.

    이들 세 여성 캐릭터는 블랙 팬서 수트를 입고 와칸다 왕국을 구하는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분) 못지 않게 뜨거운 활약을 펼친다.

    SNS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코예의 대사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와칸다 어로 이야기하는 오코예에게 미국 CIA 요원인 에버렛 K. 로스(마틴 프리먼 분)이 '이 사람 영어 하냐'고 묻자 오코예는 대답한다. "내가 원할 때만."

    강대국으로 대표되는 영미권 문화나 언어에 굳이 맞출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오코예의 짧은 한 마디는 국가의 세력과 관계 없이 상호 간에 평등하게 인간적, 문화적 존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최정예 부대를 이끄는 오코예는 창을 주무기로 '블랙 팬서'의 액션을 화려하게 이끌어간다. 장군감 다운 그의 성격은 감성적 요소가 강화된 전형적 여성 캐릭터를 이미 한참 벗어나있다. 대체로 남성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이성적이며 냉철하고, 기민한 상황 판단은 모두 오코예가 가진 지혜로움의 일부다.

    오코예의 이 같은 일면이 드러난 장면 역시 존재한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인 또 다른 전사 와카비(다니엘 칼루야 분)와 대립 관계에 놓이고, 오코예는 그에게서 사랑하는 자신을 죽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오코예는 창을 겨누며 "(와칸다를 위해서라면) 주저없이 죽일 수 있다"고 답한다.

    '블랙 팬서'에서 전사이자 스파이인 나키아와 천재 엔지니어인 슈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티찰라의 전 연인인 나키아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옆에 있기를 설득하는 티찰라에게 나키아는 '왕비'가 되면 감내해야 하는 희생, 즉 스파이 활동을 그만두고 와칸다 성에 머물러야 하는 삶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남성의 애정어린 지원을 기반으로 결혼 후에 가정에 충실한 여성의 삶은 그의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자리가 '왕비'라고 해도 그렇다.

    실제로 결혼이나 육아가 여성들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나키아처럼 자신의 직업을 위해서 가정 꾸리는 일을 포기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이렇게 여성 관점에서 바라 본 현실은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키아는 여성 또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데 있어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캐릭터다.

    티찰라의 동생 슈리는 와칸다 왕국의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천재적인 재원이다.

    오코예와 나키아가 액션과 함께 펼쳐지는 서사로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면 슈리는 뛰어난 두뇌 능력으로 어떤 캐릭터보다도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다. 사건 현장과 연동해 발빠른 상황 판단을 내리는가 하면, 오빠 티찰라와 두 가지 트랙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 안전한 곳에 남아 있어 달라는 티찰라의 부탁은 전사로 자라난 그에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슈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끝내 티찰라와 의기투합해 와칸다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티찰라가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 분)에 의해 위기에 빠졌을 때도 결국 와칸다를 구하기 위해 움직인 인물들은 나키아, 슈리 그리고 티찰라의 어머니 라몬다(안젤라 바셋 분), 이들 여성 세 명이다.

    영화 내내 여성 캐릭터들은 삶이 있는 '사람'으로서 숨쉬며 살아 있다. 이들은 언제나 중대한 결정에 참여하고 스스로의 명확한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움직인다. 조력자를 넘어 동반자로 자리잡은 이들 여성 캐릭터들이 없었다면 블랙 팬서 또한 와칸다의 왕이자 히어로가 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이 서사를 위한 전형적 도구로 이용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런 와중에 '블랙 팬서'는 남성 주인공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얼마든지 전형성을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바로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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