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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명인간이었다"…또 다른 연극계 거장의 성추행 의혹



문화 일반

    "나는 투명인간이었다"…또 다른 연극계 거장의 성추행 의혹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윤택 연출가에 이어 연극계 또 다른 거장인 A 연출가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미투'('나도 그렇다'고 연대하며 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캠페인) 운동이 가속화되면서 증언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라 향후 이에 대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A 연출가의 성추행을 폭로한 배우 B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 계정에 '미투' 운동과 관련된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B 씨는 "무거운 침묵으로 입을 닫고 있는 대한민국 공연 예술계의 참담한 현실과 마주마하면서부터 봉인이 해제됐다"면서 "그 침묵의 카르텔 안에서 피해자이며 생존자인 나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나 또한 그것을 묵인한 방관자였고, 그런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가해자나 마찬가지"라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두 눈의 괴물이 나와 내 동료의 허벅지를 유린할 때,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그 앞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선배들의 모습이 나를 그 때의 공포로 몰아 넣는다. 내가 선배가 된 후, 내 후배들이 어김없이 괴물이 되는 그의 곁에 앉아 수발을 들어야 할때, 왜 내가 앉겠노라고 하지 못했는지 그 죄책감과 수치심의 무게에 숨이 막힌다"고 고백했다.

    '미투'를 통해 폭로되고 있는 연극계 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경고도 전했다.

    B 씨는 "연출, 선배, 선생, 천재, 원로, 예술가라는 온갖 타이틀이 더 이상 동료 특히 여성 예술가들을 상대로 한 성적 폭력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위치와 기득권과 성적 우월성을 이용해 타인을 억압하는 행위는 가장 추잡하고 타락한 형태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글을 쓰기까지 며칠을 망설였다. 20년 가까이 지난 일들이 나의 현재를 이토록 참담하게 만들고, 잠 못들게 하고, 울부짖게 하는 것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일을 겪고, 또 겪고 있을 무거운 침묵 속의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장문의 글을 적게 된 이유를 적었다.

    B 씨는 15일 또 한 번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에게 건네는 편지'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 그는 A 연출가가 공연을 하며 가진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하던 순간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는 "나와 당신과 우리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었다. 그 상 아래에서 우리의 어린 청춘이, 우리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 선생에 대한 믿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때, 우리는 그렇게 혼자였다"면서 "아무 말 못해 아파하고 있는 당신, 아무것도 미안해 말라. 그 동안 우리는 아픈지도 모르고 살았다. 부지불식 간 내 영혼을 좀먹는 그 더러운 손을 20년이 다 되도록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당신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B 씨는 17일 다시 글을 올려 "이윤택으로 인해 벌벌 떨며 대책회의에 분주한 당신들.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다 하여, 매일 추이를 지켜보며 회의를 한들 수십년 동안 촘촘히 집요하게 철저히 약자만을 골라 저지른 당신의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감추고, 무마하고, 회유해 넘어가려 하면 할수록 수십 년 동안 당신이 손 댄 수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당신의 죗값은 더더욱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환하게 발광할 것이다. 이 시간 이후, 완장 채운 철없는 어린 아이 뒤에서 나를 향한 그 어떤 회유와 조정, 갈무리 일체의 시도를 하지 말길 바란다"고 A 연출가 측에서 폭로 무마를 위해 접근한 정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현재 B 씨의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나가 A 연출가가 누구인지에 대해 이미 암암리에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의혹은 성폭력 고발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는 익명으로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이윤택 연출가가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에 소속돼 작업하면서 19세였던 2001년과 20세였던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으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작성자는 "(이윤택 연출가와 관련해) 김수희 대표의 폭로 이후 여배우들의 폭로가 이어졌고 그들의 글을 읽어보니 내가 당했던 일과 똑같아 너무도 놀랐다"며 "나라는 피해자 이후에도 전혀 반성이 없이 십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일을 폭로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 그가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며 자신이 가졌던 생각과 내뱉은 말을 철회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연극계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최근 소속 여배우들에게 마사지, 유사 성행위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이윤택 연출가는 연희단거리패 사과문을 통해 연희단거리패, 밀양연극촌, 30스튜디오의 예술감독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7일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및 성폭행 피의사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게시됐고 하루 만에 1만4천여 명이 이에 참여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현재 한국극작가협회에서 제명됐으며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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