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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이어 철강까지…동시다발 美 통상압박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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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기 이어 철강까지…동시다발 美 통상압박에 '비상'

    미국 정부와 의회 등에 대한 설득작업 외 뾰족수 안 보여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미국이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이어 대미 주력 수출품인 철강에 대한 고강도 무역 보복에 나서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의제로 한 한미FTA 개정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GM은 한국 철수까지 시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는 상태에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수입규제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최종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철강 권고안의 경우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24%의 관세 부과(1안)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인도, 베트남,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 부과(2안)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작년 대미 수출의 63% 수준의 쿼터 설정(3안) 등으로 짜여졌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 가운데 어느 안이 채택되더라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미 철강 수출품의 약 80%에 대해 이미 반덤핑·상계관계가 부과돼있는데 여기에 추가적인 규제가 가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미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소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2안보다는 1안이나 3안이 그나마 우리에겐 나은 조처라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대미 철강 수출은 2015년 38억 달러로 세탁기(1억3800만 달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주력 수출 품목이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17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전까지 미국 정부와 의회, 업계에 대한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최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나 미국 법원을 통한 소송전에 나설 수는 있지만 실효성은 매우 낮다. 미국은 2016년 WTO의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 패소했지만 여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핵심 표적이 된 중국이 즉각적으로 보복조치를 시사한 것처럼 우리도 쇠고기 등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계 무역질서에서 미국이라는 슈퍼갑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얘기다.

    이와 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2일 국회 질의답변을 통해 미국이 WTO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WTO 제소 외의 공세적 조처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철강 수입규제는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에 이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더욱 크다.

    철강, 전자, 자동차 순으로 이어졌던 1980년대 미국의 일본에 대한 통상압력과 닮은꼴이면서도 동시다발적이란 점에선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0년대 일본 제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미국 시장에 진출을 확대한 결과 미국의 통상압력을 받은 반면, 이번에는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통상압력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와 그 배경을 이룬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요구, 여기에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이 같은 시기에 쏟아진 것도 우리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다.

    정부는 시기적으로 공교롭게 겹쳤을 뿐 FTA나 수입규제는 물론 한국GM 문제는 별개의 사안들로서 협상에 연계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양한 협상 카드를 손에 쥐었고 이를 통해 성동격서식 전략을 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과거에도 여러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며 다자(협상)로 했다 쌍무(협상)로 했다 왔다갔다 하면서 협상력을 극대화해온 바 있다"면서 "양손에 떡을 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력이 반미감정을 자극할 가능성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통상 문제가 정치적 해석으로 확대되면 한미 양측 모두 사안을 풀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피 작전' 등 한국을 배제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평창올림픽 '외교 결례' 등으로 한국민들의 대미감정이 싸늘해진 상태다.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 대미 철강 수출 1위국인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일본, 독일 등은 빠지고 한국은 포함된 배경을 놓고도 미묘한 파장이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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