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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트라우마 속 소방관들의 더 힘든 명절나기



청주

    참사 트라우마 속 소방관들의 더 힘든 명절나기

    "소방복 입고 돌아다니는 것마저 눈치" 충북소방 전원 명절 특별경계근무

    (사진=자료사진)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았지만 소방공무원들은 올해도 고향을 뒤로 한 채 묵묵히 각종 현장을 누비고 있다.

    특히 충북 제천 참사 등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았던 탓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명절 나기가 힘겨워 보인다.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는 미리 한 달 전에라도 고향을 찾았던 청주 서부소방서 A소방관.

    그러나 올해는 제천 참사 이후 침울한 내부 분위기 속에서 각종 교육과 훈련까지 밀려들어 아예 고향 방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명절도 잊은 채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죄책감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동료를 마주하고, 현장 출동 때마다 따가운 눈총까지 받을 때면 맥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A소방관은 "요즘에는 소방복 입고 돌아다니는 것마저도 주변 눈치가 보이고 스스로 위축된다"며 "충북소방 전체가 죄인이 됐다"고 호소했다.

    또 "화재 출동 나갔을 당시 이렇게 늦게 와서 제천에서 29명 죽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며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항상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 설 명절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충북 보은군 지역119센터에서 진압대원과 구급대원, 운전까지 1인 3역을 맡고 있는 B소방관도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는 환경 속에서 심적 부담감만 커지다 보니 설 명절은 그야말로 남 얘기다.

    B소방관은 "제천보다 더 열악한 우리 지역에서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우리라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루빨리 인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말했다.

    건물 특별조사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들은 제천 참사 이후 최대 5배까지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기 버거운 처지다.

    도내 한 소방서 소속 C소방관은 "3,000개가 넘는 특정소방물을 소방공무원 2명이 모두 담당하는 현실"이라며 "기존에 잡혀있던 조사에다 제천과 밀양 참사로 인한 특별 점검이 늘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제천 참사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 200여 명은 여전히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 심리 검사와 상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번 연휴 기간 충북 소방공무원 1,700여 명 전원은 특별경계근무에 나서 대형화재 등 각종 재난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우울한 설 명절 연휴를 보내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위로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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