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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개정 후 첫 명절…백화점엔 '고가상품' 즐비



생활경제

    김영란법 개정 후 첫 명절…백화점엔 '고가상품' 즐비

    고가 상품 슬그머니 등장, 120만원 한우도… 법 개정 취지 무색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한우 세트가 120만 원(왼쪽 위)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백화점에서는 '김영란법'을 지킬 수 없습니다."

    지난달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첫 명절인 설을 맞아 백화점에 자취를 감추었던 고가의 선물용 상품들이 슬그머니 등장했다. 지난해 명절에 비해 품목도 대거 물갈이 됐다.

    개정된 김영란법에 따르면 선물의 경우 상한액이 기존 5만 원으로 유지되지만, 농축수산물이나 원료, 재료의 50% 이상이 농축수산물로 이뤄진 가공품은 상한액이 10만 원까지 상향 조정 됐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농축수산물 선물 세트 대다수가 법 상한액인 10만 원을 초과하는 것은 물론 100만 원을 넘는 상품도 즐비한 실정이다.

    이들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는 한우, 한돈, 수입육, 전복, 굴비, 옥돔, 한라봉, 천혜향, 잣, 육포, 한과 등이 주된 품목으로 '없어 못팔'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굴비 세트가 2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설 특선 행사를 열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신세계 백화점 경기점.

    14일 이곳에서는 한우 세트가 60만 원, 75만 원, 100만 원, 120만 원 등 다양한 가격대로 구성돼 판매되고 있었다.

    비교적 저렴한 상품으로 분류되는 곳감, 견과류 등도 13만~16만 원에 판매하는 등 마치 개정된 김영란법에서는 상한액이 없어진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같은 가격대도 행사 기간 전 가격 보다 20~40% 할인된 금액으로, 10만 원 이하 농축수산물 상품은 손님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매대 하단에 깔아 놓고 있었다.

    이날 이 백화점을 찾은 손님 김모(40)씨는 "김영란법을 고려해 10만 원대 미만의 농축수산물 선물을 사러 왔는데 10만 원 미만 가격의 상품은 종류도 극히 제한적이고, 보기에도 너무 싸 보여 어쩔 수 없이 고가의 선물을 샀다. 김영란법을 지킬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경기점 매장의 한 직원은 "김영란법을 의식해 10만 원대 미만의 상품들을 준비했지만 매대 아래에 깔아놓고 있다. 비싼 것을 팔아야 남는 게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AK플라자 수원점에서 갈치, 전복 세트(28만 원, 20만 원)가 진열돼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경기도 수원의 AK플라자 수원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주 생물갈치 세트(24만 원), 연어·갈치·새우 세트(25만 원) 등이 인기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나 370여개 종류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대다수 가격이 10만 원을 크게 웃돌았다.

    김영란법 개정전인 지난해 이 백화점의 베스트상품이 5만5천 원짜리 실속형 햄세트였음을 감안할 때 법 개정 후 가격대가 널뛰기를 한 셈이다.

    AK플라자 수원점을 방문한 손님 임모(32·여)씨는 "(나는) 직업상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직장 상사에게 드릴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왔는데 김세트 정도를 빼고는 모두 법 위반 범위의 가격대여서 당황스럽다"며 "농어민 배려 차원의 법 개정인지, 백화점 배불리기 법 개정인지 햇갈린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에서 33만 원짜리 영광굴비가 진열돼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수원에 위치한 갤러리아 수원점 역시 영광굴비세트(20만 원), 잣·호두 세트(13만 원) 등 600여개 품목 대다수의 가격대가 10만 원을 초과했다.

    갤러리아 수원점의 경우 지난해 명절 베스트상품(스팸 세트) 가격대가 3만5천 원이어서, 백화점과 손님들이 김영란 법 개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원지검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고가의 상품을 내놓고 있어 다수 시민들은 김영란법이 개정 후 선물 상한액이 없어진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백화점들이 시민들의 오인을 상술에 이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본사의 김종민 과장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불특정 고객이 법 저촉 대상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냐"며 "협력사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격대 조정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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