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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 감독 영화 10% 안돼"…영진위, 첫 성인지통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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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 간 여성 주연의 상업영화 중 최대 스크린 수 약 1,000개 이상인 영화 4편 중 2편인 '암살'과 '아가씨'의 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2017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서 최초로 '한국영화 성(性)인지 통계'를 발표했다.

    영진위는 영화현장과 관객들의 성평등을 향한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 5년간 개봉된 한국영화 중 총제작비 10억 이상이거나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인 상업영화를 대상으로 감독, 제작자, 작가, 촬영 등 핵심 창작의 여성 인력을 파악하고 여성 주연 영화의 개봉 규모와 수익성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성별 불균형을 넘어 콘텐츠 차원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얼마나 '재현'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그 결과, 지난 5년 간 총제작비 10억 원 이상이거나 최대 스크린 수가 100개 이상인 조건에 해당하는 영화 73편 중, 여성이 감독한 상업영화는 평균 5편(6.8%)으로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한 해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여성 감독 작품은 상업영화 총 83편 중 7편(8.4%), 여성주연 작품은 총 66편 중 17편(25.8%)을 기록했다.

    핵심 인력에서의 여성 비율 역시 전부 남성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5년 간 여성 제작자가 참여한 상업영화는 평균 16.2편(22.2%), 여성 작가가 참여한 상업영화는 22편(30.1%)이었다. 여성 감독이 참여한 상업영화는 평균 5편(6.8%)이었다. 여성 촬영감독이 참여한 영화는 평균 2.4편(3.29%)으로 핵심 창작 인력 중 비율이 가장 낮았다.

    영진위는 "이렇게 영화 제작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핵심 인력의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은 바로 영화산업에, 특히 자본이 대거 몰리는 장편상업영화에 유리천장이 공고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상업영화 제작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핵심직종에 남성에 비해 여성이 극히 적은 상태는 영화산업의 전체 여성과 남성의 임금을 비교할 때 여성의 임금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 직종에서의 여성 역할 모델의 희소와 유리천장의 존재는 여성들이 산업을 떠나게 하거나 경력을 지속해 나가는 단계의 진입을 주저하고 재진입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영화산업 전문가와 대중에게 '감독은 곧 남성'이라는 옳지 않은 편견을 강화하며 악순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편견을 깨는 사회적 캠페인과 인식재고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별 불균형이 영화산업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악영향도 있으리라 판단했다.

    영진위는 "기회의 공정성과 창작의 다양성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남성동성사회의 성별 편향에 갇혀 인력풀을 넓히지 못하고 각 자리에 최선의 인력을 배치하지 못해 최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다양성이 사라진 산업은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시장은 단기적인 수익과 손실에 민감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변화를 위해서는 불균형과 편향성을 고치기 위한 정책적인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5년 간 여성 주연의 상업영화 중 최대 스크린 수 약 1,000개 이상인 영화 4편 중 2편인 '수상한 그녀'와 '아이 캔 스피크'의 포스터.

     

    지난 5년 간 총제작비 10억 이상 혹은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인 상업영화 중 여성 감독 영화에서 관객 수 1백만을 넘긴 영화는 2013년 3편, 2014년 1편, 2015년 0편, 2016년 2편, 2017년 2편, 평균 1.6편으로 매우 적다.

    그러나 영진위는 '여성 영화는 흥행이 부진하다'는 인식 역시 표본 자체가 너무 적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표본이 너무 적어 관련 수치들이 극단적으로 변화해 경향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영진위는 "이 흥행 성적이 성별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기본
    적으로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의 단면적이고 단기적인 비교와 해석은 1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성불균형과 편향으로 과소 대표된(under-represented) 영화산업의 여성에게 낙인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3~8명인 여성 감독이 여성 연출자 및 연출 지망생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한두 명의 감독의 흥행 성적을 성별을 근거로 과잉되게 의미를 부여하고 여성의 대표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남성 감독은 흥행에 성공·부진해도, '남성'이라는 성별을 그 근거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의 성별이 여성인 경우에는 흥행성적, 특히 부진의 근거로 성별이 자주 들먹여진다. 여성 감독이 적기 때문에, 즉 과소대표 되어있어 자꾸 성별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깨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여성감독의 편수를 늘려 과소대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성인지적 관점에서 현재 한국영화는 남녀의 성비가 50:50인 한국사회의 인구구성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영진위는 "남성들이 집단으로 주연을 맡는 소위 '브로맨스' 영화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여성혐오적 콘텐츠를 비판 없이 수용한다면 시장도 점차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고 확장하는데 실패할 뿐만 아니라 기존 관객들을 붙잡아 둘 동력도 잃을 수 있다. 무조건 여성 주연의 영화의 총제작비나 스크린 수가 커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원의 분배나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 주연의 영화도 중소 규모부터 대규모의 영화까지 골고루 기획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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