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자료사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근 서울과 경기도를 통합하는 '광역서울도'를 제안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역서울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이분 돼 있는 전국을 경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5개 대도시권으로 분류하자는 광역대도시 형성 방안의 첫 단계다.
광역대도시계획은 경인대도시권(서울·경기·인천)을 글로벌 비즈니스, 대전대도시권(대전·세종·공주·청주)은 과학기술, 광주대도시권(광주·전주·목포)은 문화·미래산업, 대구대도시권(대구·구미·포항·안동)은 지역경제, 부산대도시권(부산·울산·경주)은 해양산업의 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 남경필 "수도권규제 푼 일본 벤치마킹"…'광역서울도' 제안남 지사는 수도권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수도권규제 완화를 단행한 일본의 대도시권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니라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6일 일본의 대표적인 수도권규제 완화 지역인 도쿄 하네다공항 유휴지와 다이마루유 지구 등을 시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은 1955년 이후 도쿄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으로 인구와 산업시설이 몰려 심각한 교통체증, 환경 악화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수도권 과밀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1959년 '수도권 기존시가지의 공업 등 제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인구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던 공장과 대학 등의 신설을 제한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매우 흡사하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하고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자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가 주도로 '구조개혁특구', '아시아헤드쿼터특구', '국가전략특구' 등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해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렸다.
아시아헤드쿼터특구는 도쿄도심·임해지역, 신주쿠역주변지역, 시부야역주변지역, 시나가와역·다마치주변지역, 하네다공항유휴지, 이케부쿠로역주변지역을 포함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2020년까지 400개 이상의 외국기업을 이곳에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해외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강력한 수도권규제가 유효하다. 전국 면적의 11.8%인 수도권은 서울, 구리, 하남, 고양, 수원, 성남, 안양, 부천, 광명, 과천, 의왕, 군포, 의정부, 인천, 남양주, 시흥 등 16개시가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있다.
과밀억제권역은 기업, 대학, 공장 설립이 제한된다. 기업에 투자하거나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시에 적용하는 조세감면 및 세액 공제 특례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대도시권 중심으로 가야하는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작은정부로 가야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최주영 대진대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단일도시권 정책보다는 대도시권 정책으로 가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대도시권 정책으로 가지 못하면 규제를 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대도시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며 "대도시권 정책으로 가야 국가경쟁력이 확보된다는 것이 도시학자들의 보편적인 견해다"고 강조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은 생활공동체인데 생활공동체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응집력이 낮아질 수 있다"며 "가급적 쪼개서 자율적인 자치단체로 만들어지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남 지사는 "뇌사 상태에 빠진 서울을 구하려면 뭔가 새로운 비전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광역서울도, 광역대도시 구상은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일본의 대표적 수도권규제 완화 지역인 도쿄 하네다공항 유휴지를 시찰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제공)
◇ 국회서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 개정 가능할까?…가시밭길 예고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유사 사례를 돌아보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광역대도시계획의 첫 관문인 '광역서울도'를 만들려면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행정 체제 개편 논의는 17·18대 국회에서 여러 안건을 두고 활발하게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중앙정부 밑에 서울특별시와 통합광역시 50~70개를 두고 도(道)를 없애는 방안이 논의됐다가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는 전국 시·군·구를 현재의 3분의 1로 통폐합하거나 전국을 8개 광역단체로 재편하는 논의가 이뤄졌다가 흐지부지됐다.
18대 국회에서 2010년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됐지만 광역단체끼리 통합이 이뤄진 사례는 아직 없다.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도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여야가 국회에서 충돌하며 국론 분열 수준까지 갔었다.
지금 여의도 정치 상황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는 현 문재인 정부에서 '광역서울도'를 위한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자유한국당 역시 중앙정치 무대에서 떨어져 나온 남 지사의 '광역서울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남 지사는 '광역서울도'를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는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통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쟁 후보들이 남 지사의 제안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광역서울도'는 지역을 넘어 국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에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광역서울도'에 대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도 남 지사가 6월 지방선거 이슈 몰이를 위해 억지로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광역서울도'의 운명은 남 지사의 6월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