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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이질적 남북문화에 교류 가능성 보여줘"



공연/전시

    "'서현' 이질적 남북문화에 교류 가능성 보여줘"

    北 예술전문가 "소임 다한 예술교류…남은 변수는 바깥쪽에"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11일 서울 중구 극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북(北)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는 눈길을 끄는 일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서현이 깜짝 등장해 북측 가수들과 합동공연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무대에 직접 올라 노래를 부른 것이다.

    앞서 8일 진행된 강릉공연을 토대로 서울 무대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이 두 가지만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벤트였다.

    ◇ 서현 캐스팅 배경은?

    서현의 출연에 대해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인 박영정 한국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스포츠 단일팀도 합동 공연도 하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원포인트로 진행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접근이 용이한 가수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쪽에도 잘 알려진 가수(이선희나 이미자 등)를 섭외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여건상) 서현을 한 것이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였다. 어제(12일) 서현이 북 예술단 무대에 오르게 된 과정이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50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공개됐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관객으로)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인지도 높은 분들이 나오셔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북측에서 소녀시대가 인기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서현 씨가 흔쾌히 응해주신 것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북측에서 원했다기보다 우리 쪽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이야기이다.

    (사진=효자동사진관 제공)

     

    ◇ 서현 통해 본 남북 교류의 힘과 가능성

    청와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서현의 출연은 크게 화제가 됐다. 이번 일 덕분에 북측에서 소녀시대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려졌다.

    그동안 한류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도 전해진다고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피부로 와닿는 사건은 없었다.

    남과 북 사이를 가로지르는 철조망이 60년 넘게 서 있었고, 남북간 문화 교류는 10여 년간 완벽히 단절돼 있었다. 그런 중에도 문화는 분단된 국경과 단절된 교류 정책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박 연구실장은 "(남북 문화가) 이질성이 심하지만 그럼에도 교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서현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였다"며, "향후 남북 예술 및 문화 교류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싹을 이번에 틔웠다"고 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현송월 노래, 무형적으로 깊어진 관계 보여줘"

    또한 박 연구실장은 현송월 단장이 무대에 올라 노래한 것에 대해서 "한국을 대하는 관계가 무형적으로 깊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 단장이 무대에 오른 일을 가지고 '북측의 태도 변화'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그저 방남 공연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나 무대에 대한 진지함에 더 비중을 실어서 봐야 한다고 했다.

    박 연구실장은 "현 단장이 사전 방문도 하고, 본 공연도 진행하면서 관계자들 사이에 어떤 신뢰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기계적으로 주어진 몫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출연까지 했다. 이는 무형적으로 관계가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북 예술단이 부른 한국 노래의 의미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다양한 한국노래가 나왔다. 이선희의 'J에게', 왁스의 '여정',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이별',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등이 울려퍼졌다.

    분단 이후 남한의 노래가 북한 가수들에 의해 불렸다. 이에 대해 박 연구실장은 "2000년부터 진행된 남북교류의 답가"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진행된 남북 교류의 양상을 단순화시켜서 보면, 남쪽 가수들이 방북해 평양에서 공연하는 식이었다"며 "여기에 이미자, 조용필, 송대관 등이 있었고, 젊은 가수로는 베이비복스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J에게' 등이 불렸고,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의 'J에게'는 맥락적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게다가 "북예술단이 한국 노래를 보여주기 수준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편곡해 자신들의 정서에 맞게 불렸다"며 "공식석상에 부른 만큼 한류가 비밀리에 듣는 노래가 아니게 됐다"고 해석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예술 교류는 소임 다해 … 남은 건 바깥쪽 변수

    그는 전화인터뷰를 하면서 이번 공연이 문화적으로 볼 몇 가지 의미를 짚어주면서, 그럼에도 섣불리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예술단이 한국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서도 "그 노래를 북한에서 북한 가수들이 했다면 더 혁명적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한 것이니 아직은 (의미 부여를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가수도 북한 공연에 가서 민요나 북한 노래 한두 곡 정도 한 적이 있다"면서, 한 번의 해프닝을 넘어 지속적인 교류가 돼야 할 필요가 있음을 꼬집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술 공연이 독자적으로 가져갈 동력이 아니다. 결국은 남북대화, 6자회담 등 다양한 의제를 갖고 있는 바깥 환경이 어떻게 세팅되느냐가 변수이다"면서, "스포츠는 단일팀으로, 예술은 방남 공연으로 교류에 대한 소임을 충분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송월의 공연과 서현의 출연은 예술 내적인 관점에서 보면 교류의 싹을 틔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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