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은 지켜보고 있다. 이한형기자
북한이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발표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이들의 좌석 배치에 관심이 모아졌다.
개막식이 열리고 이들의 좌석배치는 현 국제정세의 단면을 드러냈다.
평화와 코피(bloody nose)전략의 차이를 보여주듯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은 가까이 앉았던 반면, 북측과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자리는 멀리 배치됐다.
9일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과 북 대표단 그리고 펜스 미국 부통령 등 세계 귀빈들의 좌석 배치는 외교적 상징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뽑혀왔다.
이날 귀빈석 자리배치는 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둘러싼 모양으로 배치됐다. 문 대통령부부, 펜스 부통령 부인과 펜스 부통령,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아베 일본 총리 순으로 앉았다.
문 대통령의 뒤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붙어 앉았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해 북한 김여정과 인사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특히 문 대통령과 북 대표단은 뒤로 돌아서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과의 악수 장면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입장하면서 김여정과 밝은 표정을 지으며 악수 나눴다.
특히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선수단이 공동 입장할 때도 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같이 일어나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어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다시 악수를 나눴는데 김여정은 환하게 웃으며 문대통령에게 '반갑습니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개막식의 자리 배치는 통상적인 의전 서열에 따르면서도 남북의 화합을 도모하고 북.미 관계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각 나라의 원수급 귀빈을 앞줄에 배치하고 , 북한 대표단을 뒤로 앉혀 의전서열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 대표단과 펜스 부통령을 떨어뜨려 여전히 서먹한 관계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치·외교 무대에서에서는 국가수반의 자리를 외교 관례에 따라 배치했지만
국가간 역학 관계가 반영되기도 했다.
통상 의전 서열은 대통령 등 국가원수, 행정수반, 국제기구 수장 등의 순서를 따르고 재임기간도 고려를 한다.
하지만 APEC 등 국제회의때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거나 미국과 중국이 환율 문제로 갈등을 빚을 당시 의장국들은 이들 국가 정상들이 나란히 앉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