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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산골아이들, 제2의 굴렁쇠로 평화 올림픽 열었다 (종합)



문화 일반

    다섯 산골아이들, 제2의 굴렁쇠로 평화 올림픽 열었다 (종합)

    산골아이들 모험기로 꾸며낸 2시간10분 공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평화의 땅'을 주제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강원도 산골 마을에 사는 5명의 동네 꼬마 아이들. 우연히 발견한 고지도를 펼쳐 모험을 떠난 아이들은 환상의 동굴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한반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게되는데…

    ▷ 다섯 아이들이 떠난 과거로의 모험, 환상의 장고춤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의 큰 줄기는 해나래, 아라, 푸리, 비채, 누리 등 5명의 아이들이 펼치는 모험이었다. 2시간 10분간 이어진 개막식 공연에서 아이들은 평화의 땅을 찾아 나서면서 한반도의 과거를 접했고, 눈부시게 발전한 현재와 평화가 가득한 미래를 만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굴렁쇠를 굴린 소년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것처럼, 2018년 평창에서는 다섯 아이들의 동심으로 감동을 이끌어냈다. 30년 전 굴렁쇠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 것이다. 아이들이 함께 한 한반도의 과거, 현재, 미래 모습과 각 단계에서 펼쳐진 눈을 뗄 수 없는 공연은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공연의 막은 올림픽 마스코트이기도 한 '백호'가 열었다. 영상속에서 아이들이 우연히 들어간 환상의 동굴에는 고구려 강서대묘의 '사신도'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살아 움직였고, 이중 백호가 아이들을 개막 현장으로 이끌었다.

    다섯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백호가 공연장 정중앙에서 호령하자 화려한 조명과 함께 한국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이어 청룡, 주작, 현무와 함게 사슴과 멧돼지, 꽃과 나비, 소나무와 해초, 메기와 물고기떼 등 평화로운 한반도의 옛 모습을 상징하는 형상들도 함께 등장했다.

    무용총 벽화에서 그대로 나온 듯한 고구려 전통 복장의 여인들이 등장해 우아한 춤을 췄고, 여인들을 따라 웅녀, 그리고 전설의 새인 '인면조'가 등장하자 초반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새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한 '인면조'는 세상에 나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빛의 입자들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면서 별을 이어 천상열차가 완성되며 동계올림픽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렸다.

    귀빈 소개 직후에 펼쳐진 장고춤은 좌중을 압도했다. 장고를 어깨에 매고 수백여명이 군무를 췄으며, 막판에 무용수들이 하얀색 상위 옷자락을 벗자 태극 문양이 만들어졌다.

    각 나라 선수들이 K팝 음악에 맞춰 흥겹게 입장한 뒤에는 2부 공연이 시작됐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평화의 땅'을 주제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메밀꽃밭에 울려퍼진 정선아리랑,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한반도

    다섯 아이들은 뗏목을 타고 한반도의 어두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얀색 메밀꽃밭이 공연장에 펼쳐졌고 구슬픈 '정선아리랑'이 흘러나왔다. 메밀꽃밭은 평창, 강릉 등 강원도 일대에서 가을에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이다. 메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배고픈 민중의 식량이 된 소중한 작물이기도 하다. 메밀꽃은 한국 근현대사를 이끈 '민초'를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메밀꽃밭에 희망의 반딧불이가 떠오르고 민초들의 노력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현재의 모습이 강물에 비쳤다. 번영한 한반도 모습이다.

    이제 아이들은 미래로 나아갔다. 고드름으로 각자의 꿈을 끄적여보는 아이들. 다섯 아이들은 커서 무엇이 됐을까. 미래에서 아이들은 의사, 인종지능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 홀로그램 속 팝스타 등 각자의 꿈을 찾았다.

    미래는 높이 2m, 너비 1.2m의 120개 문들로 조합한 '미래의 문'이라는 퍼포먼스로 표현됐다. LED디스플레이로 된 문을 무용수들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4차산업혁명을 형상화했다. 이어 미래의 문이 연결돼 커다란 하나의 문으로 만들어져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보였다.

    ▷ 촛불 들며 평화 메시지 전한 아이들, 최대 규모 드론쇼 선보여

    주요 인사의 연설이 끝난뒤 3부. 아이들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행동하는 평화'였다.

    다섯 아이들은 촛불을 들어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여러 촛불들이 모여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로 형상화됐다.

    가수 전인권, 이은미, 국카스텐의 하현우, 볼빨간사춘기 안지영 등 다양한 세대, 장르의 가수들이 비틀즈 멤버 존레논의 '이메진'(imagine)을 열창했다.

    노래가 끝난뒤 비둘기 풍선을 날리자 하늘에서는 비둘기를 형상화한 '드론쇼'가 펼쳐졌다.

    스키, 스노우보드 선수들 100여명이 하늘에서 내려와 불꽃을 터트렸고 하늘에서는 수많은 드론이 스노우보드 모양에서 오륜기로 변화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쇼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1천218대의 드론이 활용돼 최다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 비행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예정이다.

    올림픽기 입장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그리고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성화를 밝힌 뒤에는 '불'을 좋아하는 도깨비들의 신명나는 춤판이 이어졌다. 한국인의 열정과 흥을 상징하는 도깨비들은 비보잉, 재즈댄스, 힙합 등을 선보이며 쥐불놀이를 연상하는 한 판 불놀이를 벌였다.

    퍼포먼스의 마지막도 아이들이 매듭지었다. 평화의 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본 다섯 아이들 뒤로 휘황찬란한 피날레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평창 올림픽 공연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개막식은 2100여명의 스태프와 2000여명의 출연자들이 무려 2년반동안 땀흘려 준비한 만큼 완성도나 작품성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준급 무대를 선보였다.

    양정웅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총연출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위를 열정으로 이겨냈다"며 "4000여명의 출연진, 스탭들이 다양한 소래를 내고 조율하고,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가는 부분이 가장 힘들면서도 보람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가 평화를 염원하고 있고 또 이 평화의 가치를 개회식을 통해서 전세계에 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평화를 구현해 낸 개막식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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