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강혜정 "밑도 끝도 없이 희한한 캐릭터 하고파"



방송

    강혜정 "밑도 끝도 없이 희한한 캐릭터 하고파"

    [노컷 인터뷰] '저글러스' 왕정애 역 강혜정 ②

    지난달 23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왕정애 역을 맡은 배우 강혜정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비서들의 세계를 담은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는 강혜정이 6년 만에 하는 드라마였다. 극장으로 가야 하는 영화와 달리 시간에 맞추어 TV를 켜면 볼 수 있을 만큼 접근이 쉬웠다. 딸 하루는 엄마가 나온 드라마에 '꽂혀' 대사를 곧잘 따라 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배우자인 타블로 역시 '저글러스'의 애청자였다. 좋아하고 빠져들면 마니아적인 기질을 보인다는 그는 방송일인 매주 월요일, 화요일을 기다렸다. 강혜정에게는 '저글러스'가 일일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고.

    가족들의 '호응'은 강혜정에게 큰 힘이 됐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혜정은 "기분 좋고 잘했다 싶었다. 그 어떤 비평보다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더라"고 밝혔다.

    (노컷 인터뷰 ① "난 계속 휴가"… 강혜정이 경력단절 실감한 순간)

    ◇ 같이 대본 맞춰줬던 타블로, 투정 안 부렸던 하루

    타블로는 강혜정과 같이 대본 연습을 해 줬다. 강혜정은 "이제는 미리 (대본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힘들다, 사실"이라며 웃었다. 대사 파트너로서 어떤지 묻자 "바람직하진 않다. 가사 전달하는 버릇이 있어서 발음이 지나치게 좋다. 그래서 하루한테 '엄마랑 좀 맞춰줘'라고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생활을 맞춰야 하는 3개월 동안 타블로는 하루를 보살폈다. 강혜정은 "둘 다 바빴던 게 아니고 빈자리를 아빠가 많이 채워주고 엄청 잘 놀아주니까 결핍이 덜했던 것 같다. (하루도) 속으로는 늘 오른쪽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없으니 좀 허전한 마음은 있었겠지만, 한 번도 투정은 안 부렸다"고 전했다.

    덕분에 강혜정은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사정 때문에 여동생의 신분을 빌려 비서로 취직한 15년차 전업주부 왕정애는 사회생활 자체가 처음이어서 실수투성이인 인물이었다. 초반에는 그 좌충우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몸도 많이 써야 했다.

    강혜정은 "그렇게 고생은 많이 안 했다. 물론 막 뛰어다니다 하수구에 굽 걸려 넘어지는 장면들이 있긴 했는데, 전에 했던 작품들에서 더 스펙터클한 걸 많이 해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어, "물 따귀 같이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연기하기 좋다. 내가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편하고 오히려 재미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강혜정이 어렵다고 느끼는 연기는 뭘까. 그는 "거울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 혼자 어떤 감정을 만들어야 하는 막연한 기분, 데드라인은 서 있는데 나 혼자 쫓기는 것? 그런 것 말고 나머지는 다 즐겁다"고 밝혔다.

    ◇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는 신나는 기분, 오랜만에 느껴"

    드라마 초반 '일못' 설정이었던 왕정애는 물 따귀 등 고초를 겪었다. (사진='저글러스' 캡처)

     

    누구의 아내이거나 엄마였던 시간보다 직업 배우였던 시간이 더 긴 강혜정은, 오랜만에 연기를 하며 '신이 났다'고 고백했다. 어떤 에피소드를 할 때 연기할 맛이 났느냐는 질문에 "매 순간이 그런 느낌이었다"고 답할 정도로.

    "되게 오랜만에 느낀,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는 신나는 기분! (웃음) 애 있는 집들은 일하러 가는 게 휴가라고 하잖아요. 저도 지금 휴가 나온 느낌이고, (오늘 인터뷰도) 쉬고 있는 거예요. 일할 때는 좌충우돌하는 순간이 잘 없잖아요. 사방 다 어른이고. 일하면서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다 보니, 무언가를 분출하려고 하고 고민하고 캐릭터를 계속 보게 됐어요. 맨날 보는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대인관계에서 오는 신선함도 있었고요. 다시 일하고 있다는 부분이 저한테 아주 좋은 에너지를 줬던 것 같아요."

    한창 연기에 몰두했을 때와 지금, 연기할 때 스스로 달라진 점은 없었을까. 강혜정은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할까. 화가 덜 나고. 20대 때는 분노가 에너지였던 느낌이라면, 지금 30대가 되고 나서는 뭔가 너그러워졌다. 쓸데없는 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서 늘 '어린 편'에 속했던 강혜정은 '저글러스'에서 선배였다. 연장자인 최대철, 인교진, 정영주와는 자주 부딪치지 않아서 거의 누나나 언니였다고. 그는 "나로 인해 연기가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내리사랑적인 욕심이 생기더라"고 밝혔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무구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강혜정은 왕정애 역을 보란 듯이 소화했다. 그는 "저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알게 모르게 때도 많이 묻었을 테고 요령도 많이 생겼을 텐데 이 친구(왕정애)는 그런 게 없어서…"라며 "저는 집에서 감정표현을 덜 하는 편이어서 더 신경 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 부업 고민하던 강혜정, '하고 싶은' 배역을 고민하다

    배우 강혜정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육아가 삶의 중심이 되다 보니, 집에만 있었던 강혜정은 '나만 계속 휴가인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는데, 연기가 아님 무엇이었을까. 그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콩나물밥 식당"이라고 답했다.

    그는 "백종원 선생님께서 (음식점을 열 때는) 단가를 꼭 생각하라고 하시지 않았나. 저희 엄마가 콩나물밥을 진짜 잘하신다. 계속 먹어도 크게 물리지 않는 음식이라서 생각해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혜정은 이제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저글러스'로 다시 연기를 시작한 만큼 타블로와 집안일에 대한 바통 터치가 가능한 선에서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작품은 없지만, 해 보고 싶은 역할은 당연히 있다. "밑도 끝도 없이 희한한 역할"이다. '저 언니 좀 놀아봤나 봐', '좀 무서워!'라는 반응이 나올 만한 특이한 캐릭터를 맡고 싶단다.

    동시에 따뜻하고 가족 냄새나는 작품도 욕심난다고.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나 더빙을 맡았던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 등 하루가 좋아했던 스타일의 작품도 해 보고 싶다는 설명이다. 강혜정은 "엄마 입장에서 (하루는) 잘 보이고 싶은 친구"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생겨서 참여할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새해가 온다는 게 막 반갑지만은 않아요. 2년 뒤면 앞자리가 바뀌니까. 하루아빠가 애 잘 봐 주면 작품 열심히 해야죠."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