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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부터 "다시 만나자"까지…北예술단 이모저모



공연/전시

    "반갑다"부터 "다시 만나자"까지…北예술단 이모저모

    공연 전 레퍼토리로 남북간 잡음 일기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8일 저녁 8시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진행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단원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현송월 단장이 남북 실무자 회담 때 '리가 (남측에) 뭔가 보여주고 싶다' 말했던 것처럼,그들은 북측의 노래부터 남측 노래 그리고 유명 클래식까지 다양한 노래와 연주를 뽐냈다.

    이날 공연장에서 벌어진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첫곡으로 북한곡 '반갑습니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갑습니다'부터 '다시 만납시다'까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 6개월 만에 열린 북측 예술단이 남측에 전한 메시지는 "반갑다" 그리고 "다시 만나자"였다.

    가장 중요한 첫 곡과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마지막 곡을 보면 그 메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첫 곡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북측 가수 리경숙이 부른 '반갑습니다'였다.

    "반갑습니다 / 동포 여러분 / 형제 여러분 /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대망의 마지막 곡은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였다.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 가도 /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 목매여 소리칩니다 / 안녕히 다시 만나요."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 삼지연관현악단…6~7개 예술단 최정예 멤버로 구성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삼지연관현악단의 정체가 드디어 이날 공개됐다. 140여 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조직된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이었다.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고, 나머지는 합창단원과 가수, 무용수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 '태양조선' 가사 '우리민족'으로 바뀌고, 모란봉 빠지고

    삼지연관현악단 구성이나 정체만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게 아니다. 어떤 레퍼토리가 나올지도 우리 정부 측은 알 수 없었다.

    공연 사흘 전에 만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공연 리허설 전까지 어떤 노래가 나오는지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통보되지 않았다. 리허설 때 우리(정부 측)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체제 선전의 노래를 협의 없이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어렵게 성사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북쪽에서 망치려고 하지는 않을 거다. 우려가 될 만한 노래가 있다면 리허설 때 확인하고 남북 간에 조율될 것이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려대로 이날 공연 전에 남북 사이 레퍼토리로 인한 잡음이 일기도 했다.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 두 곡의 연주를 두고 오후 6시까지 의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노래는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시구”('모란봉')라거나 “태양조선 하나되는 통일이여라”('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같은 가사를 담고 있다. '태양'은 북측에서 고 김일성 주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남북 조율 결과 '모란봉'은 빠졌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서 "태양조선"이라는 가사는 "우리민족"으로 바뀌었다.

    (사진공동취재단)

     

    ◇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당신은 모르실거야

    북측 노래만 울려퍼진 건 아니다. 남측 노래들도 풍성했다.

    가수 이선희의 'J에게'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과 코러스로 소화하기도 했다. 익숙한 노래가 나오자 관객들의 호응은 더 커졌다. 또 왁스의 '여정'을 여성 가수 김옥주가 독창했다.

    이밖에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이별',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최진사댁 셋째딸', '홀로아리랑' 등도 들을 수 있었다.

    한곡 한곡 노래와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석에선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 시민들 "남북 교류 계기 되기를"

    북한 예술단이 남쪽에서 한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끊어졌던 남북 문화교류의 다리를 10여 년 만에 다시는 연결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강원도 초청으로 공연을 관람한 소설가 이외수는 "파워풀한 음악에 놀랐고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 예술단의 메시지가 명확했다"며 "특히 공연 도중에 남한 노래인 홀로아리랑이 나오는 순간 가슴에 뜨겁고 뭉클한 무엇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왔다는 48세 여성 안모 씨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측이 남측에) 와서 문화행사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옛날 중국과 미국의 핑퐁외교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롭게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북한취재진이 무대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 씨의 딸 23세 양모 씨는 "(2030 세대가 북한과 교류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위험한 관계로 지낼 수 없으니까 문화교류가 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지속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릉 주문진에서 온 66세 여성 안모 씨는 "북한 공연을 환영한다. 남북이 서로 교류가 되고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30년간 아리랑을 연구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자주 만나는 방법밖에 없는데 스포츠·문화·응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것은 좋은 기회”라며 “북한의 ‘음악정치’를 또 다른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하고 우리 것을 북한식으로 표현하는 데 기대를 표시하는 것이 문화 교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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