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과 오페라의 유령 등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만나니 헤어졌던 부모 형제들과 상봉한것 처럼 감격스럽고 기쁩니다. 하나의 겨레, 하나의 민족이라는 혈연의 뜨거운 정을 안고 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삼지연 관현악단은 이번 올림픽 경기대회를 민족의 경사로 여러분들을 축하하기 위해 강릉을 먼저 찾았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15년 만에 남한을 찾은 북한 예술단 삼지연 축하 공연이 8일 오후 8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막을 올렸다. 높은 경쟁률로 무료 공연에 당첨된 관객들은 공연 몇시간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900여 석의 객석이 꽉 차자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로 공연의 막을 올렸다.
공연 전 사회자는 "저희가 성의껏 마련한 소박한 축하 노래로 이번 축제가 더욱 빛이 나고 우리 민족이 강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제 울려퍼질 통일의 새시대가 이뤄지기를 소망한다"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에서는 고운 한복을 입은 여가수들이 관객 호응을 유도하며 초반부터 당차게 무대를 휘어잡았다.
이어 정동중의 겨울 풍경의 역동적으로 묘사한 '흰눈아 내려라'를 비롯해 평화를 형상화한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 북한 노래들이 소개됐다.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가요 메들리 공연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이선희의 'J에게'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관현악곡에 여성2중창과 코러스로 편곡돼 원곡과는 또다른 감동을 줬다.
이어 한국가요 '여정'을 여성 가수가 독창했고,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사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송대관의 '해뜰날', 윤형주의 '어제내린비', '최진사댁 셋째딸', 서유석의 '홀로아리랑' 등 친숙한 가요들이 메들리로 연주됐다.
공연 직전까지 가사로 논의가 있었던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은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사해 불렀다. 원가사는 "민족의 뭉친 힘 온 세상에 떨칠 때/ 태양조선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였지만 실제 공연 때는 '태양조선'을 '우리민족'으로 바꿔 불렀다. 또다른 논란이 됐던 노래 '모란봉'은 공연에서 제외됐다.
공연 중간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핫팬츠 차림의 5명의 가수는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부르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후반에는 유명 클래식 곡들을 편곡해 연이어 들려주는 관현악 연주가 이어졌다.
약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관객들의 호응은 열정적이었다. 한곡씩 노래와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 뒤편에는 벽을 꽉 채운 대형 스크린의 영상과 화려한 레이저 조명이 흥을 돋웠다.
공연의 마지막은 '통일'이 장식했다. 여성 8중창으로 '통일은 우리끼리',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 등 통일 관련 노래가 연이어 나왔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첫곡으로 북한곡 “반갑습니다“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 곡으로 이산가족 상봉 영상이 펼쳐지고 '다시 만납시다'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무대위도 관객도 분단의 아픔을 느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시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할 때에 눈물을 훔치는 단원도 보였다. 100여분 동안의 공연이 끝나자 관계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 단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했고, 일반인들도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나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람객은 총 812명으로, 이 가운데 문화계, 체육계,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등 정부 초청 인사가 252명이었다. 나머지 560명은 추첨으로 선발된 일반 시민들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유은혜 국회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진옥섭 한국문화재단이사장 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총 140여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프로젝트 악단'이다.
지난 6일 여객선인 만경봉 92호를 타고 동해 묵호항에 도착한 삼지연은 이번 강릉 공연 후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고 육로로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 예술단의 남쪽 공연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끊어졌던 남북간 문화교류를 10여년만에 연결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으로 물꼬를 튼 남북 문화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현송월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려 공연전 출연진들이 막을 통해 무대를 살펴보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서인석의 홀로 아리랑과 오페라의 유령 등 서양 교향곡이 포함됐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