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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 '미투' 고백… YTN, 가해자 대기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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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기자 '미투' 고백… YTN, 가해자 대기발령

    빠르면 다음 주 중 인사위원회 열릴 듯

    YTN 로고 (사진=YTN 제공)

     

    파이낸셜뉴스와 YTN에서 일했던 전직 기자 A 씨가 과거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고백했다. 가해자는 공개 사과문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고, YTN은 자택 대기발령 조치 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A 씨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본인이 몸담았던 언론사에서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첫 직장 회식 자리에서 줄곧 자신의 옆에 앉았던 신입 교육 담당 부장은 웃다가 어깨나 허벅지를 만지거나, 다리를 덮어놓은 겉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충을 동기에게 토로했을 때 그 동기는 "너 때문에 회식 많이 잡히는 것도 짜증 나는데 찡찡대느냐"고 내뱉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경찰 기자를 할 때 별로 친하지 않은 남자 선배 기자가 전화 와서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고, 회식 후에는 아예 자기 집 방향 택시에 욱여넣은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A 씨는 '몹시 불쾌한 일'이 이어졌고, 끝끝내 거부하자 가해자가 택시를 세워달라고 해 그제야 택시가 멈췄다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말할 때마다 허리에 손을 감고 귓속말을 한 타사 기자, 5성급 호텔에 있으니 와서 목욕이나 하고 스트레스를 털라는 남성 취재원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20대 초중반에 성희롱을 감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화가 났으나 태연한 척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화장하지 않고 목소리를 더 굵게 내고 어투는 더 남자 같게 하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전 직장인 YTN에서 여성 대상화 및 성희롱성 트윗을 썼던 최남수 사장의 행적을 문제 삼아 퇴진운동 중인 것을 언급하며, "전 직장 선배들은 성적 가치관의 문제는 결격사유가 된다는 것을 짚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 덕에 여성을 대상화하는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던 나에 대한 각성,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계약직 직원의 일을 자세히 묻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동료가 아닌 여자로 낙인찍히는 순간 나의 사회생활은 끝난다는 두려움에 분노 대신 사탕발림 같은 완곡한 표현을 썼던 날의 수치심, 내가 혹시 그들의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나,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나의 불쾌함은 정당한가 스스로 끊임없이 되물으며 왔던 자괴감, 지금 이렇게 힘들지만, 앞으로는 정말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이 모든 것이 결국 '낙인'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제 아픔을 고백하는 용기가 되었습니다."

    ◇ YTN, 가해 기자 대기발령 조치

    성범죄 피해를 본 여성들이 직접 고백하는 '미투'(#MeToo) 운동에 참여한 A 씨의 글은 경향신문에서 최초 보도돼 널리 알려졌다.

    YTN여기자협회는 "사건 이후 피해자를 따라다녔을 크나큰 괴로움에 공감하며, 좀 더 일찍 들여다보고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불찰에 대해 선배이자 동료로서 한없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노사 양쪽에 철저한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가해자 B 씨가 노조원인 만큼, 노조 자체 조사 시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으니 사측에 정확한 진상조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YTN지부는 "성폭력 문제가 우리 직장 안에서도 일어났다는 데 깊은 유감"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A 씨의 '두 번째 직장 경험'에 등장하는 YTN B 기자는 보도 당일 저녁,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B 씨는 7일 오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공개 사과문이 피해자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진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죄송하다는 말은 전하는 게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말했다.

    B 씨는 "천박하고 야만적인 괴물이 제 속에도 있었다. 저의 부주의한 말과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을지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 짧은 사과로 미안함을 전하고 사과를 받아준 것으로 착각하며 지금껏 지내왔다"고 썼다.

    B 씨는 "어떤 핑계나 이유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잘못했다. 죄송하다. 더 큰 괴물이 되기 전에 지금에라도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며 "평생 자각하고 돌아보고 반성하며 살겠다. 어떤 책임도 회피할 생각 없다. 여건이 된다면 곧 만나서 다시 사과하고 싶다"고 전했다.

    YTN은 8일 오전 B 씨를 자택 대기발령 조치했다. YTN 홍보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사과문을 올렸고 여기자협회와 노조 등 성명이 잇따라 올라와서, 오늘(8일) 아침에 인사팀에서 바로 사실 조회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자택 대기발령을 내며 감사팀에 감사 의뢰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가 있을 예정이다. 사건의 중대성도 있고, '최대한 엄정하고 신속하게'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 신속하게 할 것이다. 빠르면 다음 주에 인사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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