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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손수호] 삼례와 약촌, 사과는 없었다



사회 일반

    [탐정 손수호] 삼례와 약촌, 사과는 없었다

    - 지적장애소년들에게 덮어씌우고
    - 16세 배달소년을 살인범으로 몰고
    - 재심 끝에 무죄 받았지만 사과 없어
    -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진실 밝히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법무법인 현재 강남사무소)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평창 동계 올림픽, 내일입니다, 개막식. 이렇게 설레는 분위기에 어떻게 보면 무거운 사건 가지고 오셨어요. 오늘 사건.

    ◆ 손수호> 이틀 전이었죠. 굉장히 중요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목 받지 못 했어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 12건을 선정하고, 사전 조사를 권고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과거의 인권 침해나 검찰권을 악용한 남용한 의혹이 있는 사건들을 추려서 다시 조사하겠다 이런 거죠.

    ◆ 손수호> 네, 검찰의 역사에 대한 반성,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죠. 12개 사건의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조사할 사건을 고르겠다. 그리고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겁니다.

    ◇ 김현정> 여기에 어떤 게 들어갈까 굉장히 관심사였는데 어떤 게 정해졌어요?

    ◆ 손수호> 사실 이 사건들 이름만 들어도 우리나라 현대사를 한 번 쫙 훑어보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그렇더라고요.

     

    ◆ 손수호> 우선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관련 사건이 세 가지인데요. 김근태 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또 저희 코너에서도 한 번 다뤘죠. 형제복지원 사건.

    ◇ 김현정> 형제복지원.

    ◆ 손수호> 또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됐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었던 사건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PD수첩 사건, 그리고 삼례나라슈퍼 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입니다. 그뿐만이 아니고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 김현정> 유우성 씨 사건.

    ◆ 손수호> 그렇습니다. 또 신한금융 관련 사건이 있고 마지막으로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까지. 총 12건입니다.

    ◇ 김현정> 이렇게 다 큰 사건이에요.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한 사건들인데, 오늘 이 중에서 우리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사건 두 가지를 꼽아오셨다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하나는 삼례나라슈퍼 사건이고요. 또 하나는 약촌오거리 사건입니다.

    ◇ 김현정> 삼례나라슈퍼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어떻게 두 가지를 이렇게 고르셨어요?

    ◆ 손수호> 사실 이 두 사건의 전개 과정이 비슷합니다. 또 생각하고 정리해야 할 내용도 굉장히 유사해요. 이 두 사건을 묶어서 살펴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반복됐는지 따져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하나하나 따져보죠. 어떤 거부터 볼까요.

    ◆ 손수호> 두 사건은 1년 시차를 두고 있는데요. 먼저 발생한 건 바로 삼례 나라슈퍼 사건입니다.

    ◇ 김현정> 나라슈퍼.

    ◆ 손수호> 1999년이었습니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들어닥칩니다.

    ◇ 김현정> 슈퍼이름이 나라슈퍼예요.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3인조 강도가 침입했습니다.

    ◆ 손수호> 아주 작은 가게였죠.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잠자고 있던 부부와 70대 할머니 총 3명을 테이프로 묶어놓고 금품을 가져갔는데. 이때 할머니의 코와 입을 함께 막는 바람에 할머니가 질식사하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9일 만에 범인을 잡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동네에 살던 지적장애를 가진 소년들이었습니다. 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았고 확정됐어요. 징역 3년부터 6년까지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진범이 따로 있었던 거잖아요.

    ◆ 손수호> 사실 처음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요, 현장에서 묶여 있었던 피해자 부부가 이런 말을 한 겁니다. "범인들의 말투를 내가 기억한다. 그런데 이 소년들은 말투가 다르다. 범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김현정> 이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쟤네들 아니에요, 말투가 달라요라고 했는데 묵살당한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년들이 이미 자백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 건데요. 또 소년들은 현장검증 과정에서도 범행을 제대로 재연하지 못 했어요. 그냥 형사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했을 뿐이었죠. 그런데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어요.

    ◇ 김현정> 자백을 했다 이게 아주 결정적이었던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 확정된 바로 다음 달.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부산지검에 들어옵니다.

    ◇ 김현정> 진범의 첩보가 들어와요.

    ◆ 손수호> 부산지검이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 3명을 검거했어요. 체포하고 자백까지 받은 다음 전주지검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전주지검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이 세 명이 자백을 번복했다면서 불기소 처분을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3명이 당시 진술한 정황이 사건 내용과 일치했고 또 장물로 팔아넘긴 물건도 피해물품과 동일했거든요.

    ◇ 김현정> 진범들. 알고 보니 진범들인 거잖아요.

    ◆ 손수호>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 묵살됐고, 결국 누명을 쓴 지적장애 소년들은 형을 다 마친 다음에야 출소할 수 있었죠.

    ◇ 김현정>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네요. 이 사건은 이대로 끝난 게 아니었죠.

    ◆ 손수호> 네, 공소시효는 안타깝게도 2009년에 이미 완성됐습니다. 그런데 옥살이를 다 마친 지적장애 소년들이.

    ◇ 김현정> 결국은 다 살았어요, 끝까지?

    ◆ 손수호> 그렇죠. 2015년에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면서 재심을 청구했고, 그 뿐만 아니라 경남에 사는 이 모씨가 나를 포함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실토합니다.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결국 재심이 열렸고. 2016년 재심을 통해서 지적장애 소년들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됩니다.

    ◇ 김현정> 아까 그 진범 셋이 진범이 맞았던 거죠, 맞았던 거예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이미 지적장애인이 자백을 했다 해서 형을 살고 있고. 그 상황에서 진범이 나왔다고 하면 일이 꼬이잖아요. 수사한 사람들은 뭐가 되고 재판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덮고 넘어간 거예요.

    ◆ 손수호> 그런 의심이 들죠. 이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그걸 밝혀내야 합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지적장애 소년들은 현재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진범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럼. 왜 가서 사람을 죽였답니까?

    ◆ 손수호> 자신과 지인 2명을 포함한 3명이 진범인데, 함께 익산에 갔다가 익산에서 가까운 삼례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당시 상황을 굉장히 정확하게 이야기 했고요. 또 전주지검에서 수사 받을 때 다 사실대로 실토했다고도 말했습니다.

    ◇ 김현정> 자백을 했다.

    ◆ 손수호> 그런데 검찰 수사관이 "당신이 범행을 했어도 그 범행 장소가 다른 곳일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아니, 범인이 와서 제가 범인이에요라고 자백하는데 다시 생각해 봐 아닐 수도 있어 이렇게 되는. 참..

    ◆ 손수호> 수사를 잘못하고 억울한 사람한테 유죄 판결이 선고되도록 했다는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우려해서 이렇게 진범을 숨겨준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요.

    ◇ 김현정> 의심할 만하죠, 상황이.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진범은 그 당시 나이도 어렸고 또 죗값을 치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는데 그때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 마음의 짐이 너무나 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 김현정> 이게 바로 여러분 삼례 나라슈퍼 사건입니다, 나라. 그럼 약촌오거리 사건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손수호> 2000년이었습니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살해됩니다. 그런데 3일 만에 범인을 잡았어요.

    ◇ 김현정> 여기도 빨리 잡았어요, 범인을 3일 만에.

    ◆ 손수호>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로 배달 일 하던 16살 최 모군을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검거했는데요. 원래 이 최 모군은 범행 현장에서 범인이 도망가는 걸 목격했다라고 신고했던 사람입니다.

    ◇ 김현정> 처음에는 목격자이자 신고자였어요.

    ◆ 손수호> 그런데 갑자기 목격작에서 범인으로 바뀐 거죠.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10년형으로 감형되었고, 상고를 포기해서 결국 징역 10년형이 확정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건도 진범이 따로 있었던 거예요.

    ◆ 손수호> 이 사건의 경우에도 역시 수사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는데요. 형사들이 이 최군을 체포해서 어디로 갔을까요?

    ◇ 김현정> 이게 어디였던가요. 여관방 아니었던가요?

    ◆ 손수호> 맞습니다. 원래 체포를 하면 경찰서로 가서 정상적인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엉뚱하게도 여관방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가둬놓고 때렸습니다. 허위 자백을 강요한 건데요. 조서 기재내용 등을 나중에 보니까 이게 결과를 이미 다 짜맞춰놓고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서 폭행 등 가혹행위 한 거라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이 꽤 많았습니다.

    ◇ 김현정> 어떤 것들이요.

    ◆ 손수호> 조서에도 그런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내용들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또 경찰이 확보했다고 주장한 범행 도구와 최 군의 옷에서 사망한 택시기사의 혈흔이 전혀 나오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사망한 택시기사가 피를 흘리면서 사망을 했는데 뭔가 흔적이 없는 거예요.

    ◆ 손수호> 옷에서도 안 나왔고 또 범행도구라고 제시된 것에도 없었고.

    ◇ 김현정> 없고 그런데 물증이 하나도 없는데도 자백만으로도 됐어요.

    ◆ 손수호> 원칙적으로는 자백만으로는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백이 있으면 자백을 보강해주는 보강증거만 있으면 되는데, 이 보강증거는 상당히 넓게 인정됩니다. 증거능력과 증명력 인정이 수월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그렇게 했고 검찰도 그걸 보고 기소해서 유죄 판결을 받게 했다? 이건 문제 있는 거죠. 누명 쓴 최 군이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2003년 군산경찰서에 진짜 범인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옵니다.

    ◇ 김현정> 여기도 첩보가 입수됐군요.

    ◆ 손수호> 비슷하죠. 그리고 역시 진범으로 볼 수 있는 김 모씨가 검거됐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는 어땠습니까?

    ◆ 손수호> 이번에도 자백했어요. 그뿐만 아니고요. 사건 당일 김 씨를 숨겨줬던 친구도 자백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진술 내용도 최 군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제 사실에 가까웠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바로 구속하고 진범 밝혀내야 하는 거잖아요.

    ◆ 손수호> 당연히 그랬어야 하죠. 그런데 이 결과 역시 똑같습니다. 검찰이 김 씨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사이 김 씨가 자백을 번복합니다.

    ◇ 김현정> 이번에도 다시 생각해 봐. 당신 범인 아닐 수도 있어. 이렇게 된 거예요?

    ◆ 손수호> 그걸 과거사위원회가 조사해야겠죠. 결국 수사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고, 9년 7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최 군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합니다. 그 결과도 비슷합니다. 2016년 재심에서 최 군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되면서 16년 만에 누명을 벗은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과거에 진범으로 지목되었던 김 씨가 체포되고, 살인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작년에 항소심 판결까지 나왔는데요. 현재 징역 15년형이 선고돼 있는 상태입니다.

    (사진=자료 사진)

     

    ◇ 김현정> 기가 막힌 사건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어요, 더 기가 막힌 건. 왜 억울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밀어붙였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사건들. 이 사건들을 통해서 손수호 탐정이 얘기하고 싶은 것 뭡니까?

    ◆ 손수호> 약자인 게 죄였습니다.

    ◇ 김현정> 첫 번째, 약자인 게 죄였다.

    ◆ 손수호>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들의 죄는, 사실 약자라는 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부터 보면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범인으로 지목된 거잖아요.

    ◇ 김현정> 그러게요.

    ◆ 손수호> 제대로 저항할 능력이 없었어요. 대응할 능력이 없었어요. 심지어 그중 한 아이는 엄마 역시 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엄마가 현실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하고 종이에 약 이름을 써서 아이에게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킵니다.

    ◇ 김현정> 목숨 끊을 약을 이거 사오라고 심부름 시켰어요?

    ◆ 손수호> 네. 아이는 뭔지도 모르고 사왔죠. 그리고 그 약을 먹은 엄마가 입에 거품 물고 죽어 가는데,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입에 거품 닦아줬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를 꼭 껴안은 상태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고요. 나중에 변호사가 변호하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마지막으로 엄마 품에 안겨서 잠들었던 그때 그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강도, 살인으로 몰아간 겁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폭행과 강요에 의해 누명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 사연 듣고 나니까 더 마음이 아프네요.

    ◆ 손수호> 약촌오거리도 마찬가지예요. 당시 학교도 안 다녔고 다방에서 일하던 16살 소년이었습니다.

    ◇ 김현정> 학교 안 다녔던 게 가정이 어려워서 안 다닌 거 아니겠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여러 요건들이 다 있었던 거죠. 그렇기 때문에 누명을 써도 어떻게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던 거죠.

    ◇ 김현정> 도와줄 사람,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 손수호> 부모가 힘이 있었거나 돈이 있었다면, 그렇게 억울한 옥살이를 장기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 김현정> 맞네요. 약자인 게 죄였다. 첫 번째 포인트. 두 번째는 뭡니까.

    ◆ 손수호> 그래도 약자를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도와준 사람들 누구입니까?

    ◆ 손수호> 일단 이 두 사건에서 정말 어렵게도 재심까지 가서 무죄 판결을 받았잖아요.

    ◇ 김현정> 박준영 변호사.

    ◆ 손수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사무실 임대료, 직원 월급도 밀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큰 일을 했죠. 이건 같은 변호사 입장에서 볼 때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 김현정> 박준영 변호사를 제가 알거든요. 이 분이 심각하고 무거운 분이 아니고 굉장히 유쾌하고 긍정적인 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어려운 사건들을 그 돈도 없이 어렵게 어렵게 꾸려나갔던 게 아닐까, 끝까지.

    ◆ 손수호> 존경받아 마땅한 일을 한 겁니다. 그리고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는요. 사망한 할머니의 유족들이 진범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진범으로 지목된 소년들이 사실은 진범이 아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 김현정> 아까 그분이요. 말투가 얘네들 아니에요 했던 그 가족들이에요?

    ◆ 손수호> 유족들이 진범은 따로 있다면서 소년들에 대한 구명 활동을 했고요. 또 나중에는요. 진범이 직접 나서서 내가 범인입니다, 저 사람들은 억울합니다라고 했어요. 결국 검찰이나 법원이 먼저 나서서 누명을 벗겨준 건 아니라는 거죠.

    ◇ 김현정> 이게 참, 담당했던 사람들은 창피해 해야 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진상 조사 후 그에 상응한 조치가 필요한데,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약촌오거리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 김현정> 누가 도왔습니까, 거기는.

    ◆ 손수호> 당시 황상만 전 형사반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사실 검찰에서도 끝났고 법원에서도 끝났는데 이걸 다시 손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 김현정> 자기 동료들이 했던 사건인데.

    ◆ 손수호> 그렇습니다.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았다고 하는데.

    ◇ 김현정> 바보 소리 들었다면서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래도 힘내서 수사를 계속했고요. 결국은 진범의 자백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까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좌천당해 지구대에서 퇴직했고요.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뇌경색까지 왔는데, 당시에는 그 수사가 빛을 발하지 못했죠. 하지만 재심을 통해서 최 군이 무죄 판결을 받고 또 진범을 다시 검거하고 처벌받도록 하는 데에는 황 전 반장이 그때 확보해 놓은 자료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랬겠네요.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의인들이 있었다. 세 번째 포인트로 가죠.

    ◆ 손수호> 끝까지 사과는 없었다.

    ◇ 김현정> 정말 없었어요?

    ◆ 손수호> 약촌오거리 사건 재심 판결에서 법원이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충분한 숙고가 필요했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고는 했지만 판결문을 통한 구체적인 사과는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16년간 최 군이 겪었을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도 아쉬웠죠. 그리고 처음에 잘못된 수사를 했던 경찰이 재심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며칠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굉장히 슬픈 일이고 안타까운 일인데, 그렇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 김현정> 사과는 없었다.

    ◆ 손수호>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습니다.

    ◇ 김현정> 항상 그렇더라고요. 이런 거 보면 희한하게 항상 그래요.

    ◆ 손수호> 그렇죠. 또 이 두 사건에서 누명을 썼던 피해자들은 재심을 청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사과 한마디,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듣고 싶다."라고.

    ◇ 김현정> 진정성이 담긴.

    ◆ 손수호>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사건 수사했던 경찰은 여전히 잘 기억 안 난다, 잘 모르겠다고 대응하고 있고요.

    ◇ 김현정> 발뺌을 하고 있군요.

    ◆ 손수호> 그리고 또 진범을 풀어줬던 검사는 지금 변호사 활동 잘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많은 분들이 질문 주세요. 그때 담당했던 사람들은 지금 뭐 하느냐 질문 주시는데 잘 살고 있네요.

    ◆ 손수호> 사과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는데. 글쎄요.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이제 다시 조사를 한다니까 정말 정확하게 진상이 조사가 되고 뭔가 적절한 배상도 있고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손수호 탐정의 오늘 한마디.

    ◆ 손수호> 그래도 달라지고 있다.

    ◇ 김현정> 달라지고는 있어요? 뭐가요?

    ◆ 손수호> 작년 8월이었죠.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거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요. 검찰총장으로서는 최초죠. 그때 언급했던 사건이 바로 오늘 다룬 약촌오거리 사건입니다. 그리고 또 삼례 나라슈퍼 사건 판결 당시에 배석판사. 재판부가 세 명의 판사로 이루어지는데, 재판장 옆에 있는 판사가 배석판사입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민주당 박범계 의원입니다.

    ◇ 김현정> 박범계 의원이.

    ◆ 손수호>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확정되자, 피해자들을 초대해서 사과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렇게 사과를 한 박 의원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요. 또한 최근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정당하게 보상할 수 있는 근거 그리고 회복 정도의 현실화를 위한 노력이죠.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차 조사 대상 사건들을 선정했는데, 계속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맞아요.

    ◆ 손수호> 그리고 1차 조사 후 본격적인 조사로 이어지는 게 몇 건이 될지 아직 모릅니다. 또 그 결과 어떤 성과가 나올지, 진상이 어떻게 드러날지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 김현정> 바로 그 점입니다. 상당히 어려울 거예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끝까지 인내심 잃지 않고 집중력 잃지 않고 따라가주는 거 이거 중요하죠.

    ◆ 손수호>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의 탐정.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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