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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경기장 보안 '이상 有' …민간 안전요원 교육 대충대충



사건/사고

    평창올림픽 경기장 보안 '이상 有' …민간 안전요원 교육 대충대충

    • 2018-02-05 05:00

    일부 안전요원 "테러 안나는 게 신기"

    "(경기장에) 지금 당장 테러범이 폭탄을 설치해놓고 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아요."

    보행자가 올림픽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PSA(Pedestrian Screening Area)의 모습. 사진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한 PSA. (사진=오요셉 수습기자)

     

    강릉 하키 센터 민간안전요원으로 일하던 A(24·여) 씨는 지난 2일 이 말 한마디를 남긴 채 강원도를 떠났다.

    서울올림픽 후 30년만의 올림픽. 국내 최초의 동계올림픽.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 수식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평창올림픽에 A 씨는 애국심 하나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A 씨는 해외에 체류하느라 자원봉사 신청 시기를 놓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안전요원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사전 교육부터 현장 상황까지 무엇 하나 A 씨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 '안 보이고 안 들려' 땜질식 교육에 '경악'

    A 씨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하루 8시간씩 3일, 총 24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의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일반경비원 신임교육을 받았다. '범죄예방론'과 '직업윤리 및 서비스' 등 이론식 수업과 '시설경비실무', '체포호신술' 등을 배웠다.

    문제는 강사들의 태도였다. 이들은 "피곤하면 자라", "대학생이면 시험기간일테니 시험공부를 하라"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최종자격시험의 경우 문제를 강사가 직접 풀어주거나, 아예 오픈북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1박 2일동안 평창 오대산 수련원에서 하루 3시간씩 총 6시간 가량의 교육을 추가로 받았다.

    A 씨는 "X-ray 검사나 폭발물 관리 등 경기장 안전에 꼭 필요한 수업을 들었던 두 번째 교육은 특히나 더 엉망이었다"며 "강의장이 워낙 넓어 뒤쪽에 앉으면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였고, 강의 내용도 잘 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4일 강릉 일대 경기장 등을 돌며 민간안전요원 20여 명을 만났다.

    이들은 "대학에서 보안‧경비 쪽과 거리가 먼 전공을 공부하다 왔는데 짧은 교육마저도 허술하게 받아서인지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고 입을 모았다.

    ◇ 최후의 보루? '8시간짜리' 체계적 교육 받은 120여 명

    강릉의 한 경기장 보행자 보안 검색 구역(PSA· Pedestrian Screening Area)의 조장을 맡은 B 씨는 "그나마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았지만 현장 상황이 배운 대로 돌아가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상당수 PSA에는 주로 대학생으로 구성된 5명에서 7명 사이의 민간안전요원이 상주 직원이나 보안전문가 없이 경기장 출입자를 맞이한다.

    대통령 경호처 등에 따르면 B씨는 지난달 29일 김포공항 내 경호안전교육원에서 총 120여 명의 다른 조장들과 함께 약 8시간 동안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의 지도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B 씨 등은 X-ray 판독법과 휴대용 금속탐지기 이용법 등을 배운 뒤 일일이 실습을 해보는 등 비교적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당시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다른 사람의 몸을 수색할 때는 손으로 몸 구석구석을 따라가는 이른바 촉수검사를 하라'거나 '무기를 밀반입하는 사람은 팔이나 겨드랑이에 주로 숨기기 때문에 그 부분을 특히 주의해서 살펴라', '커터칼도 반입시키면 안 된다' 등 여러 조언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 대통령 경호처까지 나선 '원포인트 레슨', 현장선 '무용지물'

    현장에 투입된 뒤 B 씨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의 강의 내용과 사뭇 달랐다.

    B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일 오후 3시쯤 X-ray 탐지기에서 커터칼을 발견했다. 그는 먼저 문형 금속탐지기(MD) 출입을 막은 뒤 당초 지침대로 조직위원회 안전관실 소속 직원 C 씨에게 무전기로 보고했다.

    그러자 C 씨는 '문구용이면 그냥 들여보내라'고 지시했다.

    C 씨의 안전불감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B 씨는 "C 씨가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쓸 때도 팔쪽까지 굳이 할 것 없다. 그냥 몸 앞뒤만 하라'고 했다"며 "직원이 그렇게 말하는데 어쩌겠나, 그냥 그렇게 해야지"라고 토로했다.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는 "당시 강의 내용은 경호대상자를 경호하는데 필수적인 검색기법"이라며 "만약 이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교육을 받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유감스러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시간 교육'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에 잘 적용할 내용들을 포함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민간안전요원 등) 안전관실 소속 직원들은 보안검색 근무자들에게 '원칙'을 설명하고 근무실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잘못된) 지시가 내려진 경기장 명칭 등을 제시해주면 조사를 하겠다"고 불거진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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