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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vs점령…'無人 시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생활경제

    혁명vs점령…'無人 시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대안'으로 떠올라…사회적 논의 필요성도

    아메리카노 버튼을 누르자 하얀 팔이 에스프레소 머신 작동 버튼을 누른다. 두 개의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집어들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주문을 받는 점원도, 바리스타도 없다. 결제전문기업 다날의 커피전문브랜드 달콤커피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입점한 로봇카페 '비트(b;eat)는 가로 1.8m, 세로 2.3m의 유리창 부스 안에서 두 세명 몫을 혼자 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입점한 로봇카페 '비트(b;eat). (사진 제공=달콤커피)

     


    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 시행 한 달, '무인(無人)'점포가 인건비 절감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일본 등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인건비 비용이 큰 편의점, 마트 등 유통업계가 무인화 시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손의 정맥 정보로 결제하는 핸드페이 기술을 도입한 무인형 편의점을 선보였고, CU도 셀프 결제 앱인 'CU Buy-Self(CU 바이셀프)'를 개발하며 무인편의점 준비에 나섰다.

    이마트24는 현재 성수백영점, 서울조선호텔점, 전주교대점, 공주교대 1,2호점 등 모두 5곳의 무인 편의점을 테스트 운영중이다.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은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고(Amazon Go)와 같이 24시간 완전 무인으로 운영된다. 인근 매장의 직원이 하루 두 차례만 재고 관리를 위해 매장에 잠깐 머무른다.

    무인편의점 이용도 쉽다. 출입구에 부착된 신용카드 출입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문이 열린다. 물건을 고른 뒤 매장 왼쪽에 위치한 셀프계산대에서 직접 결제를 하면 계산이 완료된다. 술은 팔지 않으며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이마트24 무인편의점

     


    이마트24 관계자는 "무인 매장은 인건비 절감 목적이 제일 크다"며 "야간에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야간 수당도 1.5배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무인이 어느 면에서는 효율성이 크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과 마트에도 무인화는 이미 일상이 된 풍경이다. 맥도날드는 430개 매장 중 200개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고, 롯데리아도 전체 매장의 절반에 가까운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운영중이다.

    ◆ "기계에 점령당할수도…" 2030년 전체 일자리 25% 사라져

    우리나라의 무인화 열풍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요인과 맞닿아 있다. CU관계자는 "무인 점포는 인건비 절감과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에 일자리를 뺏길 거라는 두려움이 현실화 된 건 아니지만 편의점과 마트 근로자들은 '보이지 않은 위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 무인계산대를 관리하는 직원 정모씨는 "회사에서 무인계산대를 더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며 "그렇게 되면 저희들은 다른 파트로 발령이 나거나 업무가 아예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대에 있는 직원들은 해야 할 인사말 등 수칙이 있고 포인트 적립도 해야하는데 이런 질문을 귀찮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은 무인 계산대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 김모씨는 "지인 중 한 명이 백화점 면세코너에서 일하고 있는데 화장품을 자판기로 판매한다고 한다"며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가면 무인점포가 실제로 여러곳에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우리가 기계들에게 점령당해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며 "기계를 이용해야지 기계 때문에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현장 근로자들의 이같은 우려가 엄살만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자동화 시대 노동력의 전환(Jobs lost, jobs gained: Workforce transitions in a time of automation)'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자동화로 세계 근로자의 15~30%인 8억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예측했다.

    기계 작동과 패스트푸드 조리 등 단순 업무의 81%가 자동화된다. 한국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에 따라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수 년 혹은 수십년 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오라이~'를 외쳤던 버스 안내양처럼 과거의 직업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무인시대를 대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기계화 속도가 제일 빠른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사회적인 논의 과정 없이 기업 경영진이 무조건 기계를 사람의 자리에 대신하도록 하는 의사결정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며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저임근 나쁜 일자리조차도 기계로 대신하는 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기계화를 엄청난 혁신인 것처럼 포장해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면 편의점, 구멍가게는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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