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이재정 "지금도 13년 전 '그 일'은 두렵다… 'Me too'"



정치 일반

    이재정 "지금도 13년 전 '그 일'은 두렵다… 'Me too'"

    사건을 들추기에만 급급한 언론&외부 시각… 벽은 여전히 높아

     



    - 여성 국회의원의 폭로, 개별이슈화 될까 조심스러워
    - 변호사 취업과정에서 벌어진 일, ‘고발자’ 꼬리표 달 자신 없었다
    - 쉽지 않은 용기를 낸 서지현 검사 응원하고자 SNS 글 남겨
    - ‘의원님도 당하셨어요?’ 라는 질문 충격적
    - ‘동정의 대상.. 2차,3차 폭력의 대상’ 피해자들은 두려워
    - 법조계는 기수문화로 서열화 된 사회… 문화개혁 시발점 되었으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2월 01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재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 정관용>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이후에 성폭력 피해 경험을 드러내고 또 고발하는 미투 캠페인도 사회 각계에서 지금 확산되고 있는데 여기에 동참하면서 서 검사와 함께하겠다, 이런 입장을 밝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정 의원을 연결합니다. 이 의원 안녕하세요?

    ◆ 이재정>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렇게 쓰셨네요. '서지현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페북창 열어 가득 메우고도 아직도 망설인다. 사실은 미투.' 무슨 뜻입니까?

    ◆ 이재정> 서지현 검사가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화면을 봤습니다.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게 우리나라 미투의 시작일까’라고 저한테 자문해 봤을 때 저는 ‘아니오’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너무 힘겨웠고 과연 우리가 저 검사의 저 증언을 지켜줄 만큼 용기가 있나, 나조차도. 생각하고 나니까 그러니까 더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파장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고민. 또 국회의원으로서 스피커가 하나로 몰아지는, 이슈 하나로 몰아지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검사인 서지현 그녀도 결심을 했는데 작은 방식으로라도 공감을 표시하고 싶었고요. 다만 이제 긴 글을 적었다가 사실 짧은 글로 대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서지현 검사로 문제된 그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게 하는 것에 동참하고 이슈가 흩어지면서 또 그런 행위나 작은 상황을 가지고 또 언론에서 소비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사실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페이스북을 올리고 난 뒤에 아침 상황이 되니까 제가 우려했던 방식이기는 했어요. 수많은 언론께서 여러 가지 이제 관심을 보여주셨지만 그 가운데에는 또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듣고 싶다라는 취지가 더 많아서 제가 장시간은 아마도 우리 정관용의 시사자키 역시도 인터뷰를 요청하셨던 것 같은데 그냥 서지현 검사에게 응원을 준다는 메시지 이상은 인터뷰를 안 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미투 그리고 위드 유.’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데, 그렇죠?

    ◆ 이재정> 네, 제가 사실 변호사였던 상황에서 겪었던 일이고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일이면 저는 13년 전 일입니다. 변호사로 취업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그 문제를 문제삼았을 때 저보다 한참 더 경력도 높고 또 법조계의 아는 지인들도 많은 그분과의 갈등을 통해서 제가 취업 현장에서 감당해야 될 불이익이나 여러 가지 것들이 고민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또 우리 여성 전문직뿐만 아니라 여성 사회인들이 늘 고민하고 있는 게 여성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 것. 여성성이라는 게 지나치게 이미지로 덧씌워지는 것이 항상 2등의 자리로 밀려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꼬리표를 달고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도 않았고요. 지금 무엇보다 피해자라고 하지만 동정의 대상으로 보면서 다시 2차, 3차로 제게 가해질 여러 가지 폭력들이 또 상상되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고 시간이 13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 이재정이 스피커가 돼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때랑 나의 피해를 얘기하면서 내 스피커가 오로지 이 이슈 안에 매몰된다면 그게 또 소위 말하는 정무적 판단, 종합적 판단에 타당한가 이런 고민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그리고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게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아서 여성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으면서 극복해야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참 많거든요. 그걸 괜히 상기시키는 것 같아서 저도 고민을 하다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서지현 검사도 마찬가지거든요. 피의자를 수사하는 검사입니다. 법정에 서야 하는 검사입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전문영역에 자신 있고 앞으로도 용기 있게 그 일을 계속해야 되는 검사인데도 용기를 낸 거거든요. 사회 어떤 구성원들인들 안 그렇겠습니까? 그래서 제 나름의 소박한 방식으로 동조를 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사진=시사자키제작팀)

     


    ◇ 정관용> 이재정 의원의 그 마음 아픔이랄까,이런 게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그러니까 미투. 나도 역시 13년 전 어떤 일이 있었으나 나는 나의 사건 개별화로 이슈화라기보다는 서지현 검사로 시작된 이 사회적 분위기에 힘을 싣겠다, 이 말이군요?

    ◆ 이재정> 네, 지금 역시도 저는 못할 이유도 없지만 어제 일부 언론에서 제게 인터뷰를 청하면서 하셨던 얘기가 정말 저를 두렵게 만들었던 게 그러면 ‘의원님도 당하셨어요’라는 표현. 그다음에 어마어마한 일이에요? 아니면 일상적인 일이에요 이런 질문들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에는 어마어마한 일이 따로 있고 일상적인 일이 따로 있느냐. 어마어마한 일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거다라고 답변을 드렸지만 여전히 시각은 어떤 추행 행위를 당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이상의 인식이 아닌 일부 언론의, 물론 이제 실수하셨다고 본인들도 생각하실 거예요. 취재경쟁 가운데서 빚어진 일일 수도 있는데 그런 시각에는 저는 또다시 용기를 잃게 되는 어떤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 정관용> 이재정 의원은 검사나 판사를 하시지는 않았잖아요.

    ◆ 이재정>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우리가 검사사회라고 하는 것을 이번에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에 그 남성 위주의 상명하복의 철저한 권력구조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변호사 사회도 또 그런 게 있다는 말입니까?

    ◆ 이재정> 연수원 시절로 거슬러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수원 시절 들어가면 법조윤리 중에 배우는 게 뭔지 아십니까? 법조삼륜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쳇말로 고쳐서 알기 쉽게 풀이하자면 우리가 남이가 이런 것일 수 있어요.

    ◇ 정관용> 변호사, 판사, 검사 삼륜?

    ◆ 이재정> 우리 삼륜이 조화를 이뤄야 이끌어갈 수 있다 이런 큰 우리가 이제 과제를 함께해 나간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게 참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들이 있습니다. 기수문화로 서열화되고 이런 이제 동문사회 이상의 끈끈하다라고 표현하는 그 문화가 사실 어떤 진실을 은폐하는 데 활용하기도 가장 좋거든요. 그게 남성 중심 문화이다 보니까 그곳에서는 특히 이제 여성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또 그 문화 자체에서 비롯된 피해 여성들을 드러내게 할 수 없는, 그리고 또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전문성이나 성격적인 문제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던 문화를 연수원 때부터 많이들 경험합니다. 제가 어떤 언론에서 얘기한 바 있지만 아마 모든 여변호사들이 다 공감할 거예요. 연수원에는 여연수생의 자리는 정해져 있거든요.

    ◇ 정관용> 자리가 딱 정해져 있어요?

    ◆ 이재정> 그렇죠. 부장검사님, 부장판사님 옆자리는 항상 비워놓습니다.

    ◇ 정관용> 회식 같은 거 할 때?

    ◆ 이재정> 그렇죠. 그 자리는 가장 나이 어린 순서의 여성 연수생들이 그 자리에 앉습니다.

    ◇ 정관용> 지금도 그렇습니까?

    ◆ 이재정> 지금 제가 정확히 지금 연수원 문화까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 문화까지만 해도 그랬다고 알고 있고요.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 불쾌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상식적인 선배님들도 많지만 그래도 그 과정 자체가 불쾌할 수도 있는데 그걸 문제제기하면 모난 여성으로 되는.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되는 문화에 참아야 되고 어떻게 하면 가장 불편하지 않게 그 자리를 피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되는. 우리는 그런 공부도 아마 연수원 내내 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법조 일반의 문화는 검찰이 더 가혹할 수 있고 상명하복의 어떤 검사 동위 일체가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들겠지만 비슷합니다.

    ◇ 정관용> 이번에 문화개혁까지 가도록 만들어야 되겠죠?

    ◆ 이재정>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가능할까요.

    ◆ 이재정>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이제 미투 캠페인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될 것 같다라고 짐작들을 하시지만 저는 아직도 마음이 너무 무겁거든요. 누가 감히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고 그 사건을 들추는 데만. 심지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 정관용> 그게 아니라 정말 문화개혁으로 이어지도록 호기심 아닌 관심과 지지가 필요해 보이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재정>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었어요.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
    [CBS 시사자키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