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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손수호] 술마시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 무죄, 왜?



사회 일반

    [탐정 손수호] 술마시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 무죄, 왜?

    - 음주후 뺑소니, 처벌 가중될 수 있어
    - 경찰 실수로 측정결과 인정 안되기도
    - 음주 다음날도 운전 위험할 수 있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법무법인 현재 강남사무소)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달이 3번 변했거든요. 슈퍼문, 블루문 그 다음에 블러드문. 어떤 거 보셨어요?

    ◆ 손수호> 오늘은 없나요? 제가 어제 못 봤어요.

    ◇ 김현정> 끝났어요.

    ◆ 손수호> 끝났어요? 아쉽네요.

    ◇ 김현정> 굉장히 재미없는 답변. (웃음)

    ◆ 손수호> 죄송합니다. (웃음) 정말 못 봤습니다.

    ◇ 김현정> 삶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시기를 바라면서 손수호 변호사, 달은 못 본 손수호 변호사 오늘 사건은 뭐 가지고 오셨어요.

    ◆ 손수호>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 이 말 기억하시죠?

    ◇ 김현정> 기억하죠. 가수 김상혁 씨던가요 아이돌 가수가 했던. 음주는 했지만 음주운전는 안 했다, 운전은 해 놓고.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 사건의 경우 결국 처벌을 받았죠. 그런데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고 또 측정 결과 기준치를 넘었는데도 처벌 받지 않은 경우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오늘 탐정에서 그런 사건들을 다룰 텐데요. 최근 화제의 판결이 한 건 선고됐습니다.

    ◇ 김현정> 크게 화제가 된 사건이 있죠.

    ◆ 손수호> 그러한 사례들을 모아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우선 최근 판결, 굉장히 논란이 컸어요.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이런 댓글이 줄줄이 달렸었는데 어떤 사건이었어요?

    ◆ 손수호> 청주에 사는 30대 남성 A씨. 작년 4월에 술 마시고 운전하다가 20m 앞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 하는 걸 봤습니다.

    ◇ 김현정> 20m 앞에서 경찰이.

    ◆ 손수호> 급히 차를 세우고,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 김현정> 그럼 도망간 거잖아요. 단속 피해서.

    ◆ 손수호> 그렇기는 한데요. 단순한 도망이 아니었어요. 편의점에 숨으려고 들어간 게 아니었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간 A씨는 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 1병을 꺼냅니다.

    ◇ 김현정> 보통은 적발하려는 경찰 앞에서 도망가면 경찰이 따라와서 잡는 거죠.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도망가봤자 소용없는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소용없죠.

    ◇ 김현정> 이 사람은 그런데 잡히기 전에 소주를 꺼내서 마셔요? 벌컥벌컥.

    ◆ 손수호> 경찰이 따라 들어와서 말렸어요. 그런데 경찰 손을 뿌리치면서까지 결국 소주 반 병 정도를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 김현정> 아니, 음주 단속 측정을 해야 되는데 측정을 앞두고 왜 술을 더 마십니까?

    ◆ 손수호> 경찰의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거였죠. 일단 그렇게 소주 반 병을 더 마신 다음 음주측정을 했더니,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2% 나왔습니다.

    ◇ 김현정> 면허 정지 수치.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당연히, 당연히 그렇죠.

    ◆ 손수호> 그런데 편의점에서 급하게 마신 소주 반 병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운전을 할 당시 즉 운전을 한 그 시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해서 그게 처벌 기준 이상이어야 하죠. 그런데 운전을 하던 시점 이후에 소주 반 병을 더 마셨기 때문에.

    ◇ 김현정> 차를 일단 세웠잖아요. 세우고 편의점에 가서 소주 반 병을 마셨기 때문에.

    ◆ 손수호> 수치가 참 애매하게 나와버린 거죠.

    ◇ 김현정> 믿을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가 헷갈려져버린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운전할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하기 곤란해진 건데요.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정보를 이미 들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대단한 사람들 많아요.

    ◆ 손수호> 그래서 검찰이 음주운전 해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고 기소하지는 못했고,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측정을 해야 되는데 이 사람이 도망가서 방해해 버렸으니까 공무집행방해죄로 가능하죠.

    ◆ 손수호> 그런데 법원은 무죄 판결을 선고합니다.

    ◇ 김현정> 기소는 됐는데 재판에서?

    ◆ 손수호> 법원은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거죠.

    ◇ 김현정> 이유는요?

    ◆ 손수호> 첫 번째. 음주측정이라는 구체적인 공무집행이 시작되기 전에 소주를 마셨다. 그렇다면 엄밀히 따져서 음주 측정 행위를 방해한 걸로 볼 수 없다.

    ◇ 김현정> 소주 반 병을 마신 게 측정하는 기계를 막 들이대고 있는데 마신 게 아니지 않느냐.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법의 허점을 노린 거 아니에요?

    ◆ 손수호> 그리고 또 법원은 소주 반 병 들이킨 행위가 공무집행방해라기보다는 오히려 증거인멸 행위와 비슷하다고 봤어요. 그런데 증거인멸은 언제나 다 처벌하는 게 아니거든요. 자기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면 처벌하지만, 내 사건에 대해서 내가 증거를 인멸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건 마치 내 가족을 숨겨줬을 때는 문제 안 되는 것처럼, 그런 거랑 비슷한 거군요.

    ◆ 손수호> 결국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선고된 거죠.

    ◇ 김현정> 그럼 과학적으로 추정할 방법은 없어요? 이 사람이 비록 운전대를 놓은 다음에 소주 반 병을 마셨지만 그 전에는 얼마쯤이었을까를 과학적으로 추정할 방법. 그런 건 없습니까? 도망간 사람들 추정할 때 그런 방법 쓰는 것 같던데.

    ◆ 손수호> 방법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위드마크 공식"인데요.

    ◇ 김현정> 위드마크 많이 들어봤습니다.

    ◆ 손수호> 이게 스웨덴의 위드마크 박사가 만든 거예요.

    ◇ 김현정> 그래서 위드마크인 거예요?

    ◆ 손수호> 네. 수학적인 계산을 거쳐서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거꾸로 추정할 수 있게 해주는 계산식인데요.

    ◇ 김현정> 10시간이 지난 뒤에 음주측정 해도 이 사람이 얼마인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해 주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운전 종료 후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 한 다음, 그렇다면 실제 운전을 하던 시점에는 어느 정도였을지 역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요. 술을 마시면요. 사람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서서히 올라가죠. 그러다가 정점에 이른 후 서서히 내려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이 분해되기 때문이죠. 바로 이 점에 착안한 공식입니다.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몸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음주량이 어떤지, 그리고 마신 술의 알코올 도수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겁니다.

    ◇ 김현정> 음주량이라는 건 주량. 평소에 얼마나 마시는가 그건가요?

    ◆ 손수호> 그건 아니고요. 실제로 마신 술의 양.

    ◇ 김현정> 실제로 마신 양.

    ◆ 손수호> A씨의 경우에는 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어요. 그런데, 운전 당시에 0.05%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음주운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죠.

    ◇ 김현정> 그랬던 거군요. 지금 법적으로 이랬다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이게 참 개운하지 않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도덕적으로 지탄할 수밖에 없는 사례란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되는 거죠.

    (사진=자료사진)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절대로 안 되죠. 이 사안의 경우에도 상급심 올라가서 공무집행방해죄 유죄 판결 선고될 가능성 여전히 남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 꼭 강조하고 싶은 점. 저희가 이런 사례들을 소개해 드리는 건, 이렇게 해서 적발과 처벌을 피해 나가라고 권유하는 게 절대 아니고요.

    ◇ 김현정> 절대 아닙니다, 여러분.

    ◆ 손수호> 절대 아닙니다. 우선 엄청난 도덕적 비난들이 있었던 사례들임을 알리고 싶고요. 또한 법의 허점을 막아야 한다, 이런 일이 또다시 생겨서는 안 된다, 범죄에 대한 처벌을 정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공론화를 위해 말씀 드리려 하는 겁니다.

    ◇ 김현정> 법의 허점을 개선해 봤으면 좋겠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지요라는 차원이라는 걸 손수호 변호사님 탐정 시작한 이후로 오늘 가장 흥분하시면서 말씀하셨어요.

    ◆ 손수호> 그랬나요?

    ◇ 김현정> 가장 목소리 높여서 여러분, 안 됩니다라는 얘기를. 안 돼요. 그럼 이런 식으로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건 우리 사회에서 정말 비난 많이 받았던 그러나 참 희한한 판결 나왔던 사건 뭐 있어요.

    ◆ 손수호> 첫 번째는 "크림빵 뺑소니 사건"입니다.

    ◇ 김현정> 이거 유명하잖아요. 이게 아내를 위해서 크림빵을 사오던 가장이, 젊은 가장이 뺑소니 차에 치여서 숨졌던 그 사건이잖아요?

    ◆ 손수호> 새벽에 길을 가던 행인이 차에 치어 사망했는데요. 차에 타고 있던 가해자가 그대로 도주합니다. 뺑소니 친 거죠.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피해자의 아내가 임신 7개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남편이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당한 거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슬퍼하고 또 분노했습니다. 결국 가해자는 숨어 있다가 19일 만에 자수했죠.

    ◇ 김현정> 이게 어떤 유명한 커뮤니티에 제보 같은 게 올라오면서부터 수사가 활발하게 됐던, 그래서 더 유명해졌던 사건. 이거 다 아는 사건인데 그런데 가해자가 그때 음주를 했었습니까?

    ◆ 손수호> 그렇게 추정됩니다. 사고 전날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술을 마셨는데, 정확하지 않지만 소주 2병 정도 마신 걸로 추정됐습니다. 그리고 음주가 끝나고 1시간 40분 정도 지나서 사고를 냈으니까, 사실상 음주운전 한 걸로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당연하죠.

    ◆ 손수호> 하지만 사고 직후 뺑소니 쳤고 19일이나 지나서 나타났기 때문에 결국 운전 시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 김현정> 19일이나 지나서 나타났기 때문에. 위드마크 공식을 19일 지난 것도 할 수 있어요?

    ◆ 손수호> 적용 할 수는 있죠. 다만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못하는 게 문제인데요. 이 사건에서도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서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라고 추정했습니다. 면허취소죠. 많이 취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함께 있던 사람들하고 비슷하게 술 마셨다는 이야기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이 피고인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술을 마셨는지를 알 수 없었고, 이렇게 애매한 경우이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위드마크 공식이라는 게 다 인정되는 게 아니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 공식 자체에 한계가 있어요. 음주 속도, 전체 음주 시간, 술의 종류, 안주를 먹었는지, 먹었다면 뭘 먹었는지 그리고 개인적인 체질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 김현정> 그럼 법원이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한 수치를 내기는 내지만 법원이 이 경우는 됩니다, 안 됩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거예요? 그때그때 다르게?

    ◆ 손수호>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서 나온 수치를 증거로 제출하지만, 증거 능력 인정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게 되죠.

    ◇ 김현정> 그렇군요.

    ◆ 손수호>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 음주운전 부분은 무죄였지만, 뺑소니는 유죄였습니다. 특가법에 의해 도주차량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데요. 이게 인정되어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습니다.

    ◇ 김현정> 겨우 3년이요? 사람 죽었는데?

    ◆ 손수호> 형사재판의 특성을 감안해야 됩니다. 형사소송법 307조죠.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고, 만약 그에 이르지 못하면 무죄 판결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뺑소니 쳤더니 음주운전 무죄 나왔다"는 게 아니고요. "뺑소니를 쳐도 결국에는 다 붙잡힌다"는 건데요.

    ◇ 김현정> 어떻게 해도 잡힌다.

    ◆ 손수호> 이게 너무 화가 나는 사건이니까 아까 말씀해 주신 대로 유명 커뮤니티 이용하는 네티즌 수사대가 분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해 차량의 차종까지 특정했고, 숨어 있던 가해자가 직접 파손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차 부품 구입하는 과정에서 꼬리 잡혔는데요.

    ◇ 김현정> 저 사이트 기억났어요. 보배드림이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많은 사건들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사이트죠. 요즘처럼 블랙박스도 많고 또 전문가급 네티즌들이 많은 상황에서는 뺑소니 쳐도 결국 다 잡힐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뺑소니는 안 된다, 해서 득 될 게 없다, 결국은 잡힌다, 잡히면 가중처벌된다. 이걸 기억하셔서 한다는 말씀.

    ◆ 손수호> 그렇습니다. 유죄 증거는 부족하더라도 음주운전 사실에 대한 강한 의심이 있기 때문에, 판사가 전체 형량을 결정할 때 그 사실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방송인 이창명 씨도 비슷한 경우 아니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역시 사고 발생 후에 20시간 지나서 경찰에 출석했죠. 이 당시에도 위드마크 공식 적용했더니 알코올 농도가 0.164%였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음주운전이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법원은 술자리에서 마신 술의 양, 음주 속도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음주운전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죠.

    ◇ 김현정> 무죄를 받기는 했습니다마는 여러분, 그 일로 인해서, 뺑소니쳤다는 이유로 인해서 얼마나 대중의 시선이 싸늘해졌습니까? 그 부분을 기억해야죠.

    ◆ 손수호> 아직도 방송 복귀 못 하고 있죠.

    ◇ 김현정> 맞아요, 바로 그거입니다.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 비난이 쏟아졌던 기막힌 음주운전 백태. 두 번째는 뭡니까?

    ◆ 손수호> 두 번째, "만취해서 운전을 했는데도 무죄."

    ◇ 김현정> 이번에는 아예 만취예요?

    ◆ 손수호> 잘 이해가 안 되죠? 하지만 이런 일도 가끔 생깁니다. 2016년이었습니다. 50대 B씨가 정말 만취해서 운전했어요. 그러다가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음주 측정을 거부했고, 경찰서에 가자는 동행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순찰차에 강제로 태워 경찰서로 데려간 후 음주 특정을 했는데.

    ◇ 김현정> 보통 그렇게 하죠.

    ◆ 손수호> 0.175%가 나왔습니다.

    ◇ 김현정> 0.175면 굉장히 많이 나왔네요.

    ◆ 손수호> 그럼요. 만취죠. 그런데 법원은 음주운전 무죄 판결 선고했습니다.

    ◇ 김현정> 아주 이상하네요.

    ◆ 손수호> 왜 그랬을까요? 바로 체포 과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경찰이 체포하는 과정에?

    ◆ 손수호> 네. 경찰이 B씨를 경찰서에 데려갈 때,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게 아니라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려갔습니다. 즉 같이 가자고 권한건데, 그때 B씨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강제로 데려간 것이죠. 또 당시에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 김현정> 미리 뭐 이렇게 줄줄줄 얘기해야 되는 걸 안 했단 얘기군요.

    ◆ 손수호> 그래서 경찰서로 데리고 간 것 자체가 불법적인 행위로 인정됐고, 이렇게 불법 체포를 한 다음 경찰서에서 측정한 음주 측정 수치이기 때문에 그 역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 위법 수집 증거가 돼서 증거능력을 상실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손 변호사님, 저는 이거는 좀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어쨌든 와서 잰 거 누구나 뻔히 아는 거고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을 거고 0.175%가 나왔는데 그래도 무죄다?

    ◆ 손수호> 그 수치가 증거능력을 상실하고 보니 다른 증거가 없었던 거죠. 이런 결과는 경우에 따라 실체적인 정의에 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절차적인 측면까지 다 따져서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고문이나 폭행, 협박, 조작이 횡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차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겁니다.

    ◇ 김현정> 엄격하게. 미란다 원칙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거 맞죠?

    ◆ 손수호> 포함 될 수 있겠죠.

    ◇ 김현정> 이걸 포함해서 지키지 않으면 그 이후의 행위도 다 무효가 된다 이런. 이거 들으시는 분들이 그럼 이제부터 나 음주 측정할 때 그냥 버티면 되는 거야, 버티면 무죄야, 이렇게 생각하실까 봐 겁나요.

    ◆ 손수호> 절대 아닙니다.

    ◇ 김현정> 절대 아니죠.

    ◆ 손수호> 도로교통법에는 "음주 측정 거부죄"가 있습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당연히 형사 처벌 대상이고요. 이게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된 사람하고 같은 수준의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는 거죠. 또 만약 경찰이 이 사안에서 현행범 체포 절차를 적법하게 다 거쳤다면, 그 후에 측정한 수치의 증거능력은 당연히 인정되었을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 해당 사건의 경찰이 좀 실수해서 착오를 해서 생긴 우연한 일이지.

    ◆ 손수호> 경찰의 실수 때문에 이익을 본 거죠. 이런 일은 사실 잘 생기지 않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음주 측정 거부하면 더 크게 처벌 받는다는 거 이것도 명심해야 하고 다음 사례 가죠. 세 번째.

    ◆ 손수호> 세 번째, "음주운전 버스기사 해고 무효"

    ◇ 김현정> 잠깐만요. 승용차도 아니고 그 많은 사람을 싣고 다니는 버스기사가 음주운전을 했는데 해고가 무효가 됐어요?

    ◆ 손수호> 2014년이었는데요. 출근길 버스에 탄 승객이 운전기사한테 술 냄새가 난다면서 112에 신고했습니다. 측정해 봤더니 0.064%였어요.

    ◇ 김현정> 이것도 정지죠?

    ◆ 손수호> 네. 그래서 회사는 취업규칙에 따라 그 기사를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기사가 법적 대응을 했고요. 법원은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우선 술을 아침에 마시거나 밤새 마셨던 게 아니고,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거였습니다. 이걸 잘 모르고 그냥 운전했던 것이죠. 또 14년 무사고 운전 경력과 평소의 성실한 근무 태도 등도 고려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여러 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해고까지는 너무하다?

    ◆ 손수호> 네. 해고는 과하다고 본 거죠. 법원이 여러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참작 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해고까지는 너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날 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한 걸 잘했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닌 거고 면허도 정지됐고요, 이 사람.

    ◆ 손수호> 전날 술 마셨는데 자고 일어나도 술 기운 느껴진다면 당연히 운전하면 안 됩니다. 처벌 대상입니다.

    ◇ 김현정> 적발되면 이거 아무리 전날 아니라 전전날 마신 거라고 얘기해도 소용없어요. 오늘 참 여러 가지 들으시면서 문자가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분하는 분도 계시고 몰랐던 건데 이거 조심해야겠습니다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손수호 탐정의 오늘 마지막 한마디는 뭔가요?

    ◆ 손수호> 0.03

    ◇ 김현정> 0.03?

    ◆ 손수호> 지금은 0.05%가 기준이죠, 처벌 기준.

    ◇ 김현정> 음주운전 단속 기준?

    ◆ 손수호> 네. 그런데 정부가 "국민 생명 지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0.03%로 내리기로 했습니다.

    ◇ 김현정> 0.03%이면 어느 정도 먹었을 때가 0.03%이에요?

    ◆ 손수호> 평범한 성인 남성이 술 한 잔, 즉 소주 한 잔 또는 맥주 한 잔 마시고 1시간 정도 지나면 0.03%입니다.

    ◇ 김현정> 맥주 딱 1잔이요?

    ◆ 손수호> 그러니깐 이제는 운전하려면 아예 술을 입에도 대지 말라는 거죠. '음주 후 잡은 핸들 저승 가는 핸들'이라는 표어가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많이 보여요. 정말 끔직한 말이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어요. 조심해야 됩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드린 내용들은, 이렇게 해서 무죄 판결 받은 적 있으니 잘 활용하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고요. 그렇게 해서 받게되는 다른 형태의 제재나 비난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이 부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참 우리 사회에서 지탄받았던 음주운전 관련된 사건들 오늘 좀 짚어봤고요. 특히 요 사이 화제됐던 소주 반 병 그 사람 1심 난 거잖아요. 이제 모릅니다. 2심, 3심 어떻게 되는지도 우리 함께 보도록 하죠.

    ◆ 손수호> 저도 계속 지켜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시죠.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고맙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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