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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에 보고된 女단일팀 '자매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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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靑에 보고된 女단일팀 '자매투혼'

    "일 없습네다"에서 "감사합네다"…언니·동생 호칭하며 의기투합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지난달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들의 입장을 미처 사전에 헤아리지 못했다"라고 사과할 정도로 논란이 됐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오는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거쳐 스위스, 스웨덴, 일본과 조별리그 B조에서 격돌한다.

    지난달 25일 진천선수촌에 짐을 푼 북한 선수들과 한국 여자대표팀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아이스하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을까?

    훈련 과정 전체가 베일 속에 가려진 가운데 CBS노컷뉴스는 최근 남북단일팀 지원단이 청와대에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 내부 보고문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메시지 형식의 보고문에서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스포츠 정신만으로 똘똘 뭉친 남북 젊은 선수들의 눈물겨운 자매애가 물씬 묻어났다.

    특히 북한 선수들의 초반 경계심을 풀기 위해 한국 선수들뿐 아니라 지원단도 세심하게 신경쓰는 진정성도 엿보였다.

    단일팀 지원단 관계자는 "운동도구를 다 놓고가라고 해서 장갑 하나 없이 올림픽에 출전하러 온 아이들(북한 선수들)이 처음에 눈치만 보고 있는게 너무 마음아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합동 훈련에 들어가기 전 단일팀 지원단이 가장 신경쓴 부분은 당연히 선수복과 장비 지급이었다.

    지원단은 스틱과 보호장구 등을 구해 북한 선수단에 넘기면서 개인별로 치수를 일일이 재단해 다시 제공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새로 지급받는 선수복과 장비는 실제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만큼, 단일팀에 파견된 여성 공무원들은 밤늦게 북한 선수단 숙소를 다시 찾아가 "불편하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배려했다.

    지원단 관계자는 "선수복을 딱 맞게 해주려고 여성 주무관들이 밤에 북한 선수들 숙소에 가서 일일이 쭈그려 앉아 옷을 입혀봤다"며 "'혹시나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다시 구해다 주겠다'고 안심시켰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다음 날까지도 "일 없습네다"라며 지원단의 정성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사리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자신들의 장비와 선수복을 가져오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초반에 경계심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원단 관계자는 "자존심 때문에 '일 없습네다'라고 말하던 친구들을 어르고 달랬다"며 "그러자 선수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기가 아픈 곳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환영식을 갖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선수촌 입촌 나흘째인 지난달 28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주장인 진옥(28) 선수가 "내래 생일인데 이가 아픕네다"라며 도움을 청해온 것도 한국 선수들과 지원단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다.

    선수촌 메디컬센터에서는 치과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이재근 선수촌장은 즉각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등의 협조를 구해 치과 전문의를 데려왔다.

    치수염을 진통제만으로 버티며 고통을 삼켰던 진옥 선수는 치료 후 "감사합네다"를 연발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 선수들은 진옥과 또다른 북한 선수인 최은경(24)의 생일파티도 잇따라 열어주며 진심으로 다가갔고 남북 선수들은 이제 서로를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본격적인 남북 단일팀 합동훈련이 시작되자 세라 머리 여자아이스하키 감독은 당초 북한 선수만으로 한개 조(라인)을 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개 조에 북한 선수들을 1~2명씩 투입하며 '화학적 융합'을 시도했다.

    골리를 제외한 공수 5명으로 구성된 한 개 조는 팀워크를 최우선으로 하는데 남북 선수들로 한 개 조를 꾸릴 만큼 북한 선수들이 일정 실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의 훈련을 적극 도왔다.

    훈련 작전 용어가 외국어이고 남북 지도체계가 달라 북한 선수들이 머리 감독의 지시를 바로바로 읽어내지 못하자, 한국 선수들은 곧바로 일대일로 북한 선수들에게 달라붙어 작전 용어를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합동훈련 때 북한 선수들이 혹시나 기가 죽을까바 옆에 바짝 붙어 함께 호흡했다.

    머리 감독이 남북 선수들의 화합을 위해 라커를 섞어 배치한 것도 주효했다.

    힘든 훈련이 종료되면 남북 선수들은 락커룸에서 이제 서로 농담도 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지원단 관계자는 "같은 락커룸에서 한국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서로 시끌벅적 농담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는다"며 "이런 소중한 과정 자체는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이 없으면 안되는데, 이런 과정들을 국민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청와대에 전했다.

    진천선수촌 아이스링크 만큼은 '평화올림픽'이나 '평양올림픽'과 같은 이념적 갑론을박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단일팀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지만 스틱을 바짝 고쳐잡고 B조에 배치된 강호들, 특히 숙적 일본과의 조별 마지막 경기를 잔뜩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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