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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편견, 자신과의 싸움, 경제적 어려움…여성장애인 앞에 놓인 장벽을 넘어



강원

    세상의 편견, 자신과의 싸움, 경제적 어려움…여성장애인 앞에 놓인 장벽을 넘어

    여성 장애인 단체,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김수진 강원협회장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비교하지 않는 것
    -장기적 일자리 통한 경제적 자립, 가장 시급한 과제
    -장애인 여성만을 위한 가정폭력보호시설 확충돼야
    -모든 것은 조화가 있어야.. 장애인을 볼 때 또 다른 내 모습이라고 바라봐주길

     

    여성 장애인들의 인권신장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발로 뛰는 단체,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 ‘내일’이라는 말에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일(my work)’과 ‘내일(tomorrow)’이다.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김수진 강원협회장을 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김수진 협회장과의 일문일답.

    ◇박윤경>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참 이름부터 멋지다.단체 이름에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김수진>‘멋진’이라는 단어를 ‘장애’와 바꾸었다. 이름 안에 여성 장애인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심어져있다.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는 삶을 살지 말고, 장애라는 이름의 한계를 빼고 달려가보자는 의미다.

    ◇박윤경>회장님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협회장직을 지내셨고, 올해 연임이 결정됐더라. 어깨가 많이 무거우실 것 같다.

    ◆김수진>무거운 정도가 아니다. 밤잠을 못잘 정도다. 사실 나 역시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과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실생활을 들여다보며, 내가 배우는 것이 많았다. 한 가지 예로, 목사님과 결혼한 여성장애인이 있었는데, 몸이 불편하니 남편 등에 업혀서 집에 올라갔다. 그런데 막상 집에 들어가서는 모든 집안일을 혼자 다 하더라. ‘왜 혼자 다 하지? 왜 안 도와주지?’라고 생각했다. 자녀들도 도움을 청하니 목발을 짚고 가서 도와주더라. 가족들이 너무 배려를 안해주는 게 아닐까 했는데, 집에 와서 깨달았다. 그 가족들이 기다려줬다는 걸. 엄마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걸. 장애인 가족들은 염려와 걱정이 앞서서 장애인에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스로 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박윤경>여성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김수진>여성이기에 성적인 문제도 크다. 나는 안면근육장애가 있고 몸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술을 먹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또 버스를 타면 성추행을 겪는 일도 생겼다. 이 사람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 결혼을 할 경우, 자신보다 장애가 심한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적인 것도 자기가 짊어져야 하고, 자녀 양육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이 신체적 약점도 있지만 경제적 약점도 크다. 세상의 편견, 자신과의 싸움, 경제적 어려움까지. 거기에 여성 장애인은 일자리가 없다. 여성 장애인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아니라 더 보호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가정에서 폭력을 당할 경우 가족 상담이 굉장히 중요한데 말로만 하는 상담이 아니라 관련 법 조항이 있고, 규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춘천만 봐도 여성장애인만의 성폭력상담소나 보호시설이 없다. 여성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따로 있을 필요가 있냐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반 여성들도 가정 폭력을 당하면 자신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위축되는데 장애인의 경우, 떠맡겨질까봐 친정에도 못 간다. 손 벌릴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피해를 입고 일반인들의 시설에 들어간다면 거기에서도 또 소외가 된다. 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시설이 확충됐으면 좋겠다.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김수진 강원협회장(사진=강원CBS)

     

    ◇박윤경>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에서 이러한 여성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노력을 하고 계시죠. 어떤 업무들을 담당하고 계신지?

    ◆김수진>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여성장애인 교육지원사업, 시에서 나오는 단체 보조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복지기금 활용한 사업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상담이다. 내방 상담, 고충상담. 오셔서 상담하거나 민원처리를 할 때 경찰서와 연계시켜 주기도 한다. 수급자인데 보험이 안 될 경우 사랑의 공동모금이나 적십자 등 봉사 후원단체와 연계해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

    ◇박윤경>여성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든든한 울타리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에 요구해야 할 부분이 많겠죠?

    ◆김수진>장애인들은 ‘우리는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다. 생김새가 다를 뿐이다’고 주장하고, 그렇게 인식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기본적인 것이 갖춰져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제적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은 많은 걸 하지만 취업과 연계가 잘 안 된다. 여기에 제도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예를 들면 장애인 행정도우미라는 게 있는데, 매년 시에서 공고를 해서 1월에 뽑는다. 협회 장애인 중에서 3년간 장애인 행정도우미를 했던 분이 지원을 했는데, 3년의 경력 때문에 떨어졌다. 일반인들은 경력이 우선이지만 이 제도의 취지는 장기적 일자리가 아니라 복지의 개념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골고루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일시적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박윤경>앞서 여성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 ‘편견’에 대해서 말씀하셨지만 끝으로 비장애인들 중에서도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배려하는 건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함께 살아가는 건지 잘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관련해서 당부하고 싶은 말씀있으시다면?

    ◆김수진>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장애가 있는데, 왜 그렇게 밝고 명랑해요?” 라는 것이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울고 다닐까요?” 장애는 어둡고, 불편하고, 안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을 거다. 그러나 모든 것은 조화가 있어야 한다. 장애인을 봤을 때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배려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직업에 따라 남녀, 나이, 학벌로 서로 비교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걸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물질보다 따뜻한 눈빛이 최고가 아닐까.

    ◇박윤경>앞으로 2년간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의 강원협회장으로 활동하실텐데, 많은 노력 부탁드린다. 오늘 말씀 감사. 지금까지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김수진 강원협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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