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학생. (사진=전북대 제공)
최강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0일 전주 객사 인근 인도.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버스를 기다리던 유승민 씨(24·여·전북대 휴학)의 눈에 고령의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길 위에서 노인은 엉덩방아를 쪘다. 노인보다 놀란 유 씨는 달려가 부축했고 노인은 연신 "괜찮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걱정이 앞선 유 씨는 불안한 마음에 노인을 뒤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머지않아 노인은 다시 미끄러졌고 이번에는 크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다.
"병원에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이 정도는 괜찮아."
다소간의 실랑이를 벌이다 노인을 부축하고 함께 걷던 유 씨는 노인의 모자 밖으로 흐르는 붉은 피를 봤다. 노인의 걸음걸이도 현저히 불안했다.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이 의심돼 유 씨는 급히 노인을 가까운 예수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병원 측이 노인 가족에게 연락한 것을 확인한 뒤 유 씨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당시 노인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단기 기억상실증상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최고 한파인 날씨에 머리에 피까지 흘려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큰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며 "학생의 빠른 대처로 신속히 처치를 받아 좋지 않은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씨와 노인의 사연은 상황을 목격한 시민이 전북대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유 씨는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서도 자기가 넘어진 사실조차 기억을 못했는데 지금은 괜찮은지 걱정이다"며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누구라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