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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 똑똑한 AI도 정전엔 바보…'스마트시티' 기대와 우려



IT/과학

    [CES 2018] 똑똑한 AI도 정전엔 바보…'스마트시티' 기대와 우려

    AI·자율주행 지능화·연동성 경쟁…정전·불안한 네트워크 스마트시티 '함정'

    정전된 CES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8'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스마트홈'을 넘어 올해는 인공지능(AI)과 '초연결성'을 내세운 '스마트시티'를 그렸다.

    5G를 타고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도시에서는, 빅데이터로 학습·진화하는 AI가, 인간을 이해하고 알아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상 생활을 직접 시연했다.

    냉장고가 남은 식재료로 딸이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를 추천하고, 차 안에서도 '냉장고에 무엇이 있고, 유통기한은 또 얼마까지인지' 알 수 있어서 퇴근길에 장보기도 수월해진다.

    집에 오면서 스마트폰으로 보던 영화도 현관문 여는 순간 알아서 TV가 켜지면서 그대로 이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빨래가 끝났다"고 TV에서 알려준다.

    가전쇼인 CES의 'C'가 소비자(Consumer)'가 아닌 'Car'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CES는 AI 모터쇼를 방불케했다. 올해 CES 포스터 주인공이 자동차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

    스마트카 역시 목소리만으로 집 안 가전까지 제어되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자동 (운전) 모드에선 핸들이 아예 사라지고, 운전자가 졸기 시작하면 알아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정차까지 한다.

    AI 시대를 선도하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정해진 구간을 움직이는 자율주행 택시는 내년, 일반 자율주행차는 2021년이면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의 활약도 컸다. 인간의 많은 수고를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스타트업 에오러스가 선보인 집사 로봇은 집 안을 청소하거나 수천가지 물건을 구분해내, 안경까지 찾아준다.

    중국 업체 링(Ling)의 동화 읽어주는 부엉이 로봇 '루카'와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귀여운 외모까지 합세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카는 앞에 놓인 동화책을 스스로 인식해 쉽고 재미있게 동화를 읽어주고, 아이보는 쓰다듬으면 고개를 들며 애교까지 부린다.

    LG전자는 신문 등을 선반에 넣어 운반해주는 '서빙 로봇'과 짐을 들어다 주는 '포터 로봇', 또 마트에서 카트를 대신 끌어주고 계산하는 '카트 로봇' 등 3종 로봇을 공개했다. 혼다는 로봇 유모차로 시선을 끌었다.

    영화 터미네이터나 아이언맨 같은 데서 보던 로봇이 어느샌가 일상에 '성큼' 다가온 셈이다. 편리함도 주지만 일자리도 위협한다. 로봇의 상용화가 빨라질수록 사람은 먹고살 걱정이 늘게 됐다.

    CES 2018의 주인공이 AI였다면, 숨은 승자는 '구글' 또는 '아마존'이다. 특히 가전 하나 없는 구글은 이번 CES에 처음으로 부스를 차리면서 아마존의 아성을 넘봤다.

    로봇은 AI에 기반해 행동한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자체 AI 플랫폼이 없거나 학습량이 미흡한 업체는 구글(어시스턴트)과 아마존 (알렉사)을 택했다.

    이 둘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축구장(7140㎡) 33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28만㎡ 규모의 전시장 각 부스마다, AI 비서를 실행하기 위해 "헤이 구글"과 "알렉사"를 부르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들이 사실상 CES를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국내에선 삼성은 빅스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클로바와 카카오아이(i) AI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최소 2~3년 출발선이 늦은 데다, 다국적 서비스를 이미 시작하면서 전 세계 빅데이터를 쭉쭉 빨아들이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의 확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이들이 구상한 스마트시티는 '구글 시티'나 '아마존 시티'였고, 이번 가전쇼를 통해 어느 정도 밑그림을 확인한 모양새다.

    5G 이동통신은 스마트시티의 동맥이다. 가전쇼인 CES 2018 기조연설 주제에 5G가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율주행차도 5G 인프라가 우선돼야 한다.

    이번 스마트시티가 주제인 CES 2018에서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당부했고 '개발·관리'를 가장 큰 과제로 남겼다. 한 도시의 발전을 위해 단단한 기반 시설이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을 새삼 일깨운 것이다.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발생한 2시간여의 정전은 ICT 전시장을 순식간에 암흑으로 만들었다. 전시관 전부는 아니었지만, 하필 중앙 전시관인 LVCC 센트롤 홀이었다.

    화려하게 빛나던 스크린이 새까맣게 꺼지고 전시장은 일동 침묵에 휩싸였다. 똑똑한 AI도, 로봇도, 자율주행차도 멈췄다. 초고화질 TV도 '바보 상자'가 됐다. 전력 공급은 약 2시간 후 재개됐다. 시간과 비용을 들인 참가 업체나 관람객 모두 불만과 항의가 빗발쳤다.

    전날 내린 비가 원인이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만들어진 도시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날 폭우가 내렸고,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쩌다 내린 비에 변압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모두의 손에 들려있을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스마트시티 역시 현실화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CTA는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88개의 스마트시티가 조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70%가 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CES 2018에서의 '정전'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기대를 주는 동시에 '경고'였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전원이 필수고, 우리 삶이 '전원'으로부터 독립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도 알려줬다.

    안정적인 5G 공급과 정전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를 당부한 셈이다. 8일 LG전자 컨퍼런스에서 로봇 '클로이'가 침묵한 원인도 원활하지 못한 와이파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하나만 뚫려도 모든 것이 노출되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해킹에 대한 철저한 '보안' 등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

    한편, 이번 'CES 2018에는 150여개 국가에서 4000여개 업체가 참가, 18만명이 다녀갔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그룹 등을 비롯한 71개가 세계 최대 가전쇼 부스를 차지했다. 내년 CES는 1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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