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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그날 아닌 '생리'를 말하는 발랄한 다큐 '피의 연대기'



영화

    마법, 그날 아닌 '생리'를 말하는 발랄한 다큐 '피의 연대기'

    [노컷 리뷰]

    (사진=KT&G 상상마당 시네마 제공)

     

    작품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투자'를 통해 후반 작업을 마치고 세상 밖에 나왔다. 개봉하기도 전에 '평단'의 선택을 먼저 받아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시선상을 수상했다. 배우 류준열이 추천해 화제가 됐고, 별점 짜기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박평식이 별 세 개를 준 작품이다.

    인류의 절반이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12번, 살아가면서 적어도 400번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불리지도 못했던 '생리'를 전면에 내세운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이 정도일까.

    여성의 몸과 생리에 대한 '엔터테이닝 다큐멘터리'를 자처하는 '피의 연대기'는 어쩌면 무시무시해(?) 보일 수 있는 제목과 달리 명도도 채도도 높은 산뜻하고 발랄한 작품이다.

    보람에게 일회용 생리대 한두 개 정도만을 담을 수 있는 휴대용 생리대 주머니를 선물 받은 네덜란드 친구 샬롯이 '진심으로' 자신의 선물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의아해 하는 데서 영화는 시작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거의 쓰지 않아, 생리대를 넣고 다니는 주머니의 존재 역시 낯설었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면 보편적으로 겪는 일인데, 어떻게 문화권마다 쓰는 도구가 다를까. 작은 호기심이 불씨가 되어 만든 영화는,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중고등학생부터 미혼-기혼 성인 여성, 완경(생리가 끝나는 일)한 여성이 들려주는 첫 생리 경험, 생리하면서 불편한 점, 가난해서 생리대를 구입할 수 없어 깔창을 대신 썼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보도한 기자의 취재기, 2010년대에도 여전히 생리에 무지한 (특히 남성들의) 발상 등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 켠에서는 아직 의학이 발달하기 전이었던 고대부터 중세 시대 때 생리에 얼마나 무지했는지부터, 정기적으로 피를 흘린다는 이유로 여성의 몸을 불경하거나 열등하다고 여겼던 역사, 시대별 생리 도구 변천사가 펼쳐져 쏙쏙 머리에 와 박힌다.

    지난해에야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주목을 받았던 생리컵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생리컵을 빼 피를 세면대에 쏟아붓는 장면은 왠지 모를 희열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사진=KT&G 상상마당 시네마 제공)

     

    생리나 생리하는 여성의 몸을 비뚤게 바라봤던 과거와 달리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한편, 그동안 모두 개인에게만 맡겨 온 생리가 '여성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공공 정책의 분야'로 넘어가는 해외 사례가 등장해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젊고 감각적이며 깔끔한 화면 구성과 자막, 발랄한 정서를 더하는 오프닝과 클로징 음악(그룹김사월X김해원의 멤버 김해원이 음악감독을 맡았다)이 쓰여, 혹시나 진입장벽이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씻어 주는 것도 미덕이다.

    다큐멘터리 작가 출신인 김보람 감독이 촘촘하게 설계한 '피의 연대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여성 화자'의 '살아있는 말'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이 겪고, 그래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소재를 중심에 둔 다큐멘터리가 그동안 얼마나 있었을까.

    생리의 역사를 되짚는다는 의미의 '연대'(年代)와 여성들이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의 '연대'(連帶) 두 가지 의미를 지닌 '피의 연대기'는 오는 1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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