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오늘의논평/사설/시론

    [칼럼] 한파? 그래도 지구는 뜨거워진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 영하 15도 등 전국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이 얼어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6)은 지난 8일 미국의 한 인터넷방송 다큐 프로그램에 나와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지구도 머지않아 금성처럼 뜨거워져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과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시각 북미지역은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역대 최강 한파가 들이닥쳐 천지가 꽁꽁 얼어붙고 있었다. 스티븐 호킹은 2016년 11월에는 “지구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면서 “불덩어리가 지구를 삼키기까지 600년도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겨울 지구촌 곳곳이 이상 한파로 얼어붙고 있는데도 그는 지구가 머지않은 미래에 지표면 온도가 섭씨 450도인 금성처럼 불덩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10일 BP, 세브론, 코노코필립스, 로열더치쉘, 엑손모빌 등 5대 정유회사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거대 정유회사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책임 있는 첫 번째 당사자이자 주요 행위자들”이라며 “더 이상 책임을 모면해서는 안된다”고 제소 이유를 말했다. 그는 “정유사들의 탐욕이 뉴욕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비용을 우리 어깨에 지웠다”면서 “기후변화 관련 비용을 유발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 겨울 북미지역이 매우 추울 것”이라며 “지구가 온난화로 뜨거워진다는데 이렇게 춥다”며 비아냥댔다. 그리고 미국 동북부와 서북부에 한파가 들이닥친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우리나라가 방지하려고(지구 온난화) 수조 원을 내려고 했던 그 옛적의 지구온난화를 아마도 우리가 조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구온난화 개념을 비꼬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해 6월 “기후변화 이론은 사기(詐欺)”라면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기후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환경론자들의 정치적 술수라고 비하하기까지 했다. 그는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믿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에 불어 닥친 이상 한파의 원인을 둘러싼 해석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빙하가 녹고, 녹아내린 차가운 해류가 밀려오면서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몰아친다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됐다.

    이번 겨울 역대급 한파의 원인이 온난화의 역설이 가져온 기후변화라는 과학적 진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추워서 얼어 죽을 판인데,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경고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트위터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비아냥대는 형국이다. 당장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무서운 한파 속에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걱정한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종교재판에 불려나온 갈릴레이가 화형이 두려워 지동설을 철회했지만 돌아 나오는 길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웅얼거린 것처럼 과학자들은 “그래도 지구는 뜨거워진다”고 말한다. 우리의 작은 행성 지구가 이번 겨울 한파로 얼어붙고 있지만 머지않은 때에 금성과 같은 불덩어리 행성으로 파멸할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의 경고도 의미심장하다.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수가 얼어붙을 만큼 막강 한파가 밀려왔다고 지구온난화가 멈춘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와 파리협약은 트럼프의 생각처럼 ‘사기’가 아니다. 뜨거운 불길은 한파 속에 잠시 숨어 있는 땅 속의 칡뿌리 같은 ‘실재’다. 봄이 오면 사방으로 뻗어나갈 무시무시한 넝쿨처럼, 지구 온난화는 문 앞에 당도한 위협이다.

    다행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파리협정에 전념하는 것은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지구 행성의 소중함을 알아챈 듯하다. 그는 지난 10일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에서 파리협정에 복귀할 의사를 밝혔다. 파리협정은 전 세계 195개 국가가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자는 협약이다. 이 모든 것은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기사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