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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곽도원, "배우라면 부당한 세상 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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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 곽도원, "배우라면 부당한 세상 까야죠"

    [노컷 인터뷰] 소신으로 뭉쳐 더 유쾌한 '말말말'

    영화 '강철비'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 (사진=NEW 제공)

     

    곽도원에게는 언제나 '당당함'이 넘쳐 흐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주연급으로 우뚝 선 지금에도 그는 스스로 표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 표현은 대부분 유쾌하지만 종종 진지하고, 또 확고한 신념 아래 있다.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점은 곽도원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연예계 발언 분위기가 지금과 사뭇 달랐던 20대 총선 당시에도 그는 투표 독려 인터뷰를 하며 투표에 대한 소신 있는 이야기를 쏟아냈었다.

    '남북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강철비'에 뛰어든 것 역시 이런 그의 성정이 한 몫을 했다. 그는 이 영화가 남북 문제를 떠안은 사회에 던질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했다.

    다음은 말할수록 즐거운 배우 곽도원과의 일문일답.

    ▶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할이었는데 3개 국어를 상당히 유창하게 하더라. 거슬리거나 그러지 않아서 조금 놀랐다.

    - 여기 있는 분들 해외가서 영어로 대충 식당에서 뭐 시킬 정도로 대화는 하시나? 나는 그게 안 된다. 중학교 때 배운 50개 단어가 전부인데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사람처럼 하려니까 식은땀이 났다. 한국어 발음을 달아서 뜻을 외워도 안되더라. 일단 외우긴 다 외운 상태에서 뒤에 붙여놓고 하니까 훨씬 심리적으로 편하긴 했다. 중국어는 그나마 쉽게 했다. 그런데 영어는 진짜 연극 공연 전날에 무대 위에서 대사를 까먹는 꿈을 꾸는 것처럼 시험지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꿈도 꾸고 그랬다. 그런 꿈은 20대 때나 꾸었지, 지금도 이럴 줄은 몰랐다. 밤새 영어 외우고 잠든 다음에 아침에 딱 깨어나서 25문장 외웠을 때 한 번에 되면 통과고, 아니면 떠오를 때까지 생각하는데 안 나온다. 영어는 마음 속에만 있어야지 꺼내는 것이 힘들더라. 이렇게 공부했으면 노벨상 감인데…. 세종대왕에게 감사했다. (웃음)

    ▶ 공직자 역할을 굉장히 많이 하는 배우 중의 하나인데 이번에는 따뜻한 일면이 돋보여서 다른 느낌이었다.

    - 솔직히 엄철우 역은 액션이 자신이 없었다. 하던 놈이 하는 게 낫고, 암 말기 환자니까 살도 빼야 하고 참 괴롭더라. (웃음) 시나리오가 한 번에 읽히거나 어떤 매력이 있으면 작품을 하게 되는데 감독님 시나리오는 '변호인' 때도 그렇고 통쾌했다. 우리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는 미국이 뭐라고 하면 눈치보고, 또 저기서 뭐라고 하면 눈치보고…. 그런데 엔딩을 보니까 강한 나라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상력이 정말 죽이더라. 내가 처음에 강의를 하는 씬에서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통일이 됐을 때 한 번 상상해봅시다. 캠핑카를 몰고 땅끝마을에서 평양을 지나 유럽까지 가는 꿈을 꿔봅시다'.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영화 '강철비'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 (사진=NEW 제공)

     

    ▶ 정우성과의 호흡이 정말 좋아 보였다. 정우성도 본인이 귀엽고, 사랑스럽다면서 너무 좋아하더라. 어떻게 그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었나.

    - (정)우성이가 진짜 너무 좋은 이유는 정말 죽을 것 같이 한다. 열심히 하고, 내가 연기하는 걸 정말 잘 받아준다. 난 할 때마다 다르게 한다. 똑같이 못해서 그런다. 처음과 엔딩만 맞추고 중간에는 다 틀린다. 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온다. 그런데 그걸 다 받아주고 자기 건 또 따로 한다. 실제로 왜 이렇게 다르게 하냐고 하는 선배들은 없어요. 종종 후배들은 정말 당황해 하거든요. 서로 미묘하게 다른 걸 느끼면서 하는데 배우로서 너무 행복감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무서웠던 건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화면에 담기는구나 했다.

    ▶ 정우성과 함께 연기하면서 혹시 배우고 싶거나 놀랐던 부분도 있었나.

    - 눈이 선하게 슬프다. 연극은 사실 그렇게 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늘 잘 못하면, 내일 잘하면 된다. 물론, 매일 잘해야 하지만 점수가 80점 이상만 되면 괜찮다. 그런데 영화는 그 날 죽을 것 같이 하지 않으면 몇 십년 후에도 필름으로 남아 있다. 또 누군가의 전 재산 혹은 투자된 돈을 가지고 하니까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서 그런지 죽을 것 같이 하는 게 존경스럽기도 하고 멋있었다. 나는 성질나면 성질도 나고, 열 받기도 하고, 술 먹고 꼬장도 부린다. 우성이는 이해심 많고, 스태프도 잘 챙기고 사람이 정말 매일 착하다. 생긴 것도 욕 안 먹게 생기지 않았나.

    ▶ 현장에서 뒷풀이도 많이 했을 것 같다.

    - 밤샘 촬영한 다음에 해 뜨는 걸 보면서 술 먹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면 매니저에게 이야기한다. 조식집 찾아 놓으라고. (웃음) 남들 다 출근할 때 소주 한 잔 하면 이제 일 끝나고 먹는 거니까 진짜 맛있다.

    ▶ 지드래곤의 노래 '판타스틱 베이비'를 본인이 '삐딱하게'로 바꾸고 싶었다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궁금하다.

    - '판타스틱 베이비'가 곽철우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가 않았다. 불러지지도 않고. 그 노래가 사실 전도연 씨 애창곡이다. 나중에 따로 들어봤더니 정말 좋더라. 그건 따라 불러졌다. 이혼 당한 40대 남자가 술 먹고 그
    영화 '강철비'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 (사진=NEW 제공)

     

    기운에 딱 부를 수 있는 가사다. 딸이 좋아하는 가수이지만 공감대 형성할 수있는 가사 같기도 하고.

    ▶ 배우로서 깆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말해줄 수 있나.

    - 내가 상업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인지,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짐작을 하고 있다. 연극하면서 이윤택 선생님에게 배운 건 배우는 무정부주의자, 회색이어야 한다는 거다. 어떤 이야기든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상을 깔 줄 알아야 한다. 당시 우리 극단은 게릴라전이 모토였다. 그래서 나도 게릴라전에 능하다.

    ▶ 사실 연예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금기시 되어 있는 분위기다.

    - 내 생각에 대통령 탄핵이 맞는 것 같으면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촛불집회를 나가는 거고, 현 정부가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도 화를 내고, 연기로 몸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배우가 그런 색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이 작품에서도 어떤 정치적 색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런 것은 어떨까라고 질문을 하는 거다. 나는 그 질문에 동의했기 때문에 작품을 하게 된 거고, 이것을 배우의 눈과 입과 몸으로 표현했을 때 대한민국 관계에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다. 난 앞으로도 이렇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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